기대수명의 증가로 노후생활 기간이 30~40년 길어지며 퇴직자도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 약간의 저축과 연금으로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의 평균 퇴직연령은 50대 중반인데, 국민연금 수령은 65세로 단계적으로 늦어져, 퇴직 후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간 소득공백기가 발생한다. 퇴직자가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 점진적 은퇴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점진적 은퇴’란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바로 은퇴하지 않고, 일하
는 시간을 줄여 기간제 또는 일주일에 3번 정도 일하며 근로기간을 연장하는 은퇴 기법이다. 생애 주된 직장에서 나오는 것을 ‘퇴직’, 소득활동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을 ‘은퇴’라 정의하면, 퇴직과 은퇴 사이가 점진적 은퇴기간인셈이다. 점진적 은퇴로 근로기간을 늘리면 소득공백기간도 줄어들고, 모아놓은 자산을 생계비로 소진하는 속도도 늦출 수 있다.
점진적 은퇴는 일과 사회적 소속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은퇴 후 겪게 될 심리적·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고, 근로기간 연장으로 급격한 소득 감소를 줄여준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 퇴직 이후 생활 적응에 용이하고, 제2인생 설계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연금제도가 미성숙해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낮은 국가의 경우 부족한 연금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보완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성공적인 점진적 은퇴를 위한5가지 팁을 살펴보자.
Tip #1 직장인 때부터 제2인생 설계
노후의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고령층 취업자의 직업별 분포는 단순노무 종사자(24.4%), 기능 기계 조작 종사자(22.3%), 서비스·판매 종사자(22.1%),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13.7%) 순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가지려면 직장에 있을 때부터 제2인생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 준비된 사람은 퇴직 후에 충격도 덜하고 재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제2의 일자리’로 만들 수 있으면 가장 좋다. 퇴직 전후 5년이 제2
의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늦어도 퇴직 3년 전부터 일자리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Tip #2 재취업을 위한 사전교육
젊은 시절 취업을 위해 긴 시간의 공부와 노력이 필요했듯, 퇴직 후 재취업도 만만치 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은퇴를 앞두고 관심 있는 분야의 교육을 미리받고 자신의 인생 후반전을 맡길 만한지 진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인적자본에 3년을 투자해봐야 퇴직 후 몇 년 못 써먹기 때문에 효율성이 적었다. 이제는 3년을 투자하면 20년 이상 써먹을 정도로 평균수명이 길어졌다. 요즘은 사이버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도 많고, 그 영역도 다양하다. 3년 정도 퇴근 후와 주말을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Tip #3 자신만의 주특기는 필수
젊은이들도 넘치는데 나이 50이 넘은 사람을 채용하려는 기업은 많지 않다. 재취업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주특기(지식, 기술, 인맥)가 있어야 한다. 노후에 양질의 근로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 근로직이나 소자본 창업보다는 한 가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다. “나는 퇴직해도 곧바로 재취업할 수 있는 주특기가 있는가? 없다면 주특기를갖기 위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봐야 한다.만약 퇴직 이전에 준비하지 못했다면 퇴직 후 2년 정도 집중 투자를 하는 방
법도 있다. 대학의 관심 있는 학과에 편입하거나 직업훈련원에서 한 가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다.
Tip #4 눈높이 낮추고 체면은 버려야
퇴직 후에는 재취업 기회도 줄고, 보수가 많은 정규직보다 저임금의 시간제 일자리가 많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156만5000원)은 정규직 근로자 임금(284만3000원)의 55% 수준이며, 특히 비정규직 중 시간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80만 원에 불과하다. 꼭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눈높이를 낮추고 체면을 버려야 한다. 기존에 근무하던 회사와의 비교는 금물이다. 자신의 나이를 고려해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Tip #5 소득공백기에 대비해야 한다
퇴직 후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의 소득공백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 시기는 소득은 줄어들지만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인 경우가 많아 자녀교육비 지출이 여전하다. 소득공백기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근로기간을 최대한 늘려 국민연금 수령시점까지 계속 일을 하거나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가교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만 55세부터 수령할 수 있어 국민연금이 지급되기 전까지의 소득공백기에 가교연금으로 사용 가능하다. 근로기간 연금저축과 IRP에 납입하면 노후 준비도 하고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도 챙길수 있다.
summary
• 기대수명 증가로 노후생활 기간이 30~40년으로 길어져 퇴직자는 계속 돈을 벌어야 함
• 퇴직연령이 국민연금 수급연령보다 빨라 소득공백기가 발생, 점진적 은퇴가 불가피
• 점진적 은퇴는 퇴직 후 바로 은퇴하지 않고, 일하는 시간을 줄여 오래 일하는 은퇴 기법
• 점진적 은퇴는 일에 대한 역할과 사회적 소속감을 주며, 급격한 소득감소를 완화함
• 양질의 일자리를 가지려면 직장에 있을 때부터 제2인생을 미리 설계하고 준비
• 재취업을 위한 사전교육과 준비 필요
• 자신만의 주특기(지식·기술·인맥) 한 가지 발굴
• 눈높이 낮추고 체면 버리기
• 근로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퇴직·개인연금을 준비해 소득공백기에 대비
QnA
Q. 은퇴 후 노후대비를 위한 자격증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주택관리사(자격증 시험 1·2차), 사회복지사(13과목 이수, 1과목 실습), 문화관광해설사(자격증시험 필기, 실기), 숲해설가(교육 이수, 이론 및실습평가), 한국어교원(교육이수 수료증 획득, 한국어교원능력 검정시험), 농산물품질관리사(자격증시험 1·2차), 요양보호사(교육이수, 자격증시험)등이 대표적이다. 사회복지사,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1년이상이 소요된다.
Q. 소득공백기에 대비한 IRP, 그 장점은?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의 약자로, 퇴직금을 하나의 계좌로 모아 관리할 수 있는 개인별 퇴직금 전용 관리계좌를 의미한다. 매년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 700만 원 한도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총급여액 5500만 원 이하 16.5%, 5500만 원 초과 13.2%). 퇴직급여(퇴직금)의 경우, 연금수령 시 퇴직소득세 30%를 감면받을 수 있고, 운용기간 세금 납부를 이연시켜 재투자 수익 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계좌에서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자료 제공 및 도움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하철규 수석연구원, 김은혜 책임연구원) 정리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