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곳곳에서 발생하는 암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그중 식도암은 특히 고령일수록 주의가 필요한 암. 최근에는 식도암 환자의 64%가 65세 이상이란 통계 발표도 있었다. 식도암이 흔한 병은 아니지만 무서운 암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발병 이후의 삶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식도암이 어떤 병인지 이종목(李鍾穆·52)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장을 통해 알아봤다.

 

식도는 인두와 위 사이를 연결하는 기다란 튜브 형태의 장기다. 잘 아는 것처럼 입에서 삼킨 음식물이 위로 넘어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식도암 파악을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식도암의 종류다. 식도암은 크게 편평상피암과 선암으로 나누는데 각각의 특징이 다르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편평상피암과 선암은 그 원인부터 잘 걸리는 인종까지 완전히 달라요. 선암은 서양인에게서 많이 발견됩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비만이나 역류성 질환이 지목되고 있죠. 이에 반해 편평상피암은 유독 동양인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원인인데, 많은 연구에서 술과 담배를 발병 이유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지금 몸이 건강하더라도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내 식도암 환자 중 편평상피암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그러나 음식문화나 생활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선암 환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2015년 기준 국내에서 발병한 식도암 환자는 2420명이다. 전체 암 중 1.1%를 차지하고 있어 흔한 암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가장 큰 적은 술·담배
술이나 담배가 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하지만 둘 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접촉기간’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식도암은 단순히 노화로 인해 발생한다기보다, 술과 담배가 식도에 물리적으로 닿는 기간이 길수록 더 잘 발생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어요. 아직 발병 원인이 정확히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술과 담배를 오래 가까이 한 사람 중 식도암 환자가 많다는 조사 결과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에요.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술, 담배는 꼭 끊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하루에 한 잔쯤은 괜찮겠지 하고 방심할 수 있지만, 그것도 좋지 않다고 이 교수는 단언한다. 술과 담배가 원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성의 발생 비율이 높다. 실제로 발생 환자의 성비를 따지면 10대 1이 될 정도로 남성 발병이 압도적이다. 이외에 뜨거운 음료도 식도암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65°C 이상의 음료를 ‘암을 유발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으로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식도암이 발생한다고 해서 특별한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식도 자체가 딱딱한 통로가 아니라 늘어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삼킬 때 목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거나, 아예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또 목에서 무언가 만져지기도 한다. 그러나 식도암이 발생해 이런 상황이 되었다면 치료가 시급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정기적인 식도·위 내시경 검진이 필요한이유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받으시는 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식도·위 내시경 검사를 하다 식도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내시경 검진이 일반적이지 않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조기 식도암 환자는 거의 볼 수 없었어요. 손쓰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병원에 오시는 분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만약 식도암을 1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내시경 수술로 간단하게 떼어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간단치 않습니다.”

 

 

수술 전후의 삶, 하늘과 땅 차이
식도암을 발견했을 때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수술이다. 식도는 신체 장기 중 단순한 파이프 모양에다 크기도 크지 않아 만만하게 볼 수 있지만, 실제 식도암 치료 수술은 간단하지 않다. “수술은 암이 존재하는 부위를 포함해 위아래 식도를 길게 절제해요. 수술할 때 식도 조직을 남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재발 확률만 높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식도를 절제하게 됩니다. 남아 있는 식도는 식도 역할을 대신할 위나 대장과 문합해 음식이 정상적으로 소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이때 재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도 주위의 림프절을 함께 제거합니다.” 
수술을 통해 위와 대장이 식도 역할을 맡게 되지만, 대신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눕거나 물구나무섰을 때 위의 음식이나 위산이 입으로 역류하지 못하게 만드는 식도의 조임근 근육 역할이다.
 

“식도암 수술을 하고 난 뒤에 물구나무를 서거나 등목할 때처럼 엎드린 자세를 하면 위에 들어 있던 음식물이 역류합니다. 평평한 곳에 똑바로 눕는 것도 위험할 수 있어요. 역류가 일어나면 음식물이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수술 후에는 잘 때도 높은 베개를 사용해 머리와 상체가 어느 정도 높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또 음식을 많이 먹을 수도 없고, 음식을 삼킬 때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위의 위치가 바뀌어 호흡할 때 위가 눌리거나, 과식하면 음식물이 넘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금씩 자주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데 아무래도 환자분들이 많이 불편해하시죠. 제산제 같은 약을 오래 먹어야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수술 이후에는 아무래도 삶이 많이 바뀝니다. 적응을 각오하셔야 해요.”

 

이런 생활의 불편함 때문에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종종 있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 등 다른 방법으로는 암을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을 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변 장기로의 침범이 있거나 가까운 림프절로 전이가 된 경우에는 수술 외에도 항암 방사선 치료가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다. 암이 대동맥이나 기관지, 성대 등으로 퍼져 있다면 수술의 난이도는 그만큼 더 높아진다.

 


정기적인 식도·위 내시경 필요
수술 전후의 방사선 치료 과정에선 국립암센터가 자랑하는 양성자 치료가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양성자 치료는 방사선이 지나는 주변 장기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일반적인 방사선 치료와는 달리 암세포에만 에너지가 집중되기 때문에 후유증이 적은 장점이 있다. 다만 이러한 장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장비를 설치하는 정도가 아니라 ‘짓는다’는 표현을 쓸 만큼 큰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선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정도가 운용 중이고 몇몇 의료기관에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이 답”이라고 말한다. 또 지나치게 뜨거운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 외에는 정기적인 식도·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단다.

 

“일반적으로 위암 조기 발견을 위해 2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으라 하지만 식도암의 경우는 조금 달라요.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암 조직이 식도뿐만 아니라 주변에 퍼져나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술과 담배를 오래 즐겼다는 생각이 들면 1년에 한 번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설명한 것처럼 작은 암이 발생해도 수술로 인해 따라오는 대가가 너무 큰 병입니다. 조기발견의 차이는 극명해요. 꼭 정기적인 검진을 받길 당부드립니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