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가면을 벗고 복면 킹이 된 사람들
요즘 우리 대중문화 콘텐츠의 해외 수출이 늘었다고 한다.
문화한류다.
‘복면가왕’이라는 예능프로그램도 중국, 태국, 필리핀에 이어 미국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다.
가면을 쓴 채 노래를 불러 가왕(歌王)될 자를 가리는 이 프로그램의 묘미가 뭐길래 해외에도 통한 걸까?
출연자들의 가창력, 패널들의 입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딱 하나를 뽑자면 의외성이 아닐까 싶다.
“어머, 저 사람에게 저런 면이 있었어? ”
‘살랑살랑 뇌쇄적으로 춤추고 온갖 성대모사로 폭소를 유발한 이가 얌전한 그 사람이었다니......’
출연자들도 입을 모은다.
‘가면을 쓰고 보니 내가 모르던 내가 나오더라. 부끄러움이 없어지고 자유롭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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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사회적 가면
복면가왕의 재미난 가면들은, 가면을 쓴 것이지만 기존의 가면을 벗어버린 효과를 주는 것과 같다.
출연자들은 묵은 가면과 다른 새로운 얼굴을 하고 자연스럽게 춤추고 장난치고 평소에 못했던 율동과 장기를 자랑한다.
시청자들은 그 의외성과 신선함에 즐거워 박수친다.
여기서 분석심리학자 융Carl G. Jung이 말한 ‘페르소나’를 떠올리게 된다.
사실 우리들은 맨 얼굴로 다니지만 모두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다.
페르소나는 세상에 드러난 외적인 인격, 가면을 쓴 얼굴이다.
역할에 맞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얼굴, 조직에서 요구하는 바, 가정에서 요구하는 바, 남성으로서, 여성으로서 사회적으로 받는 압력에 대한 순응 내지 타협의 얼굴이다.
페르소나는 그 자체로서는 병리적인 것이 아니지만 개인이 자신의 페르소나와 지나치게 동일시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사회적 역할을 초월하는 참 자기에 대한 자각의 부족이나 인생의 발달 단계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바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가 그렇다.
익숙했던 명함으로 자신을 소개하기 어렵게 된 중장년들의 경우 팽팽하게 당기던 줄을 상대가 놓아버린 것처럼 무언가 허탈하고 무가치함을 느끼기 쉽다.
그래서 50+이후에는 기존의 묵은 가면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가 요구된다.
즐거운 변검쇼의 주인공이 되려면?
그렇다면 어떻게 내 인생의 전환기에 펼쳐지는 즐거운 '변검쇼'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가장 쉬운 길이 있다.
지금 바로 50플러스캠퍼스로 와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보라.
다양하게 펼쳐지는 강의를 수강하고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경험 속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얼굴을 한 새로운 자기를 찾아보는 거다.
50플러스캠퍼스에는 학습연구, 일경력, 사회공헌, 문화창작 등 카테고리 안에서 활동하는 수십 개의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있다.
당사자인 ‘나’와 ‘너’, ‘우리’가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할 수도 있다.
50+축제의 놀장에서 우리는 묵은 사회적 가면을 벗고 새 얼굴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저 익숙한 BGM이 흐르고 고작 선글라스로 가렸을 뿐인데 “조신해 보이는 그 분이 그렇게 춤을 잘 출 줄이야.”
융이 말하는 인간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실현이다.
그리고 그 목적지에는 참 자기라는 원형이 있다.
참 자기를 찾는 길, 그동안 사회적 압력 속에서 잊고 살았던 어린애 같은 나, 조직의 책임 속에서 완고했던 내 안에 숨어 있던 아티스트의 감성을 지닌 나. 숨어 있던 아니마(남성 무의식에 내재하는 여성)와 아니무스(여성 무의식에 내재하는 남성)를 편견 없이 맞이하는 나. 새로운 공간에서 나를 탐색하는 시간을 통해 이런 새 얼굴 맞이하기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즐거운 놀이가 된다.
‘여자라고 목공, 수리를 못하겠는가. 남자라고 요리, 뜨개질을 못하겠는가.
계급장 떼고 나이도 잊고 편견도 버려라.
그런데 새로운 얼굴을 찾기 위한 사회적 관계 맺기에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평가하는 습관 내려놓기다.
사실 50+세대는 이미 자신만의 가치관, 세계관이 다져져 있고 습성도 견고해서 누군가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함께 하고자 하는 높은 이상은 공유했으나 사소한 습관이나 말하는 방식 등에서 한계를 느끼고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상대로 인해 답답하다면 그 상대도 마찬가지라는 걸 우선 받아들이자.
산 좋고 물 좋고 정자도 좋은 곳은 와이파이가 안 터진단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하니 어쩌겠는가.
나만의 입장을 갖되 그것을 소통하는 방식에서 조금 너그러워지자.
계급장을 떼고 나이도 내세우지 말고 편견도 내려놓자.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 맺기의 일원이 되려면 평가하지 말고 포용하려고 노력하자.
즐거운 변검쇼는 모노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