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2, 세 글자로 본 취미

두드리고 흔들어 뇌세포를 깨워볼까!

 

 

상쾌한 9월의 아침바람을 가르며 달려간 50플러스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두둥둥, 탁탁, 치크차카~ 경쾌한 리듬을 타며 시니어들의 퍼커션 연습이 한창이었다. 종로3가역에 위치한 이곳 50플러스센터에는 퍼커션을 연주하는 시니어 모임 ‘떼아모’가 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아침 9시반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되며 5060시니어라면 누구든 동참 할 수 있다.

 

 

 

 

유쾌, 상쾌, 즐거움이 가득 달달한 ‘떼아모’ 작년 2월에 처음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퍼커션 무료 강좌가 진행되었다. 4개월 정도의 교육프로그램을 마친 수강생 17명은 마음을 모아 ‘떼아모’를 결성하고 현재까지 왕성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필자는 좀 놀랐다. 시니어들로 구성된 최초의 퍼커션 앙상블이라는 사실과 입문한 지 불과 4개월밖에 안 됐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연활동을 개시한 그들의 용기에 놀람과 감동이 교차했다. 현재 퍼커션 악단 ‘떼아모’는 초기의 4개월 밖에 안 됐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에 그치지 않고 매주 전문강사를 초빙해 젬베와 카혼 등을 연주하며 꾸준히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떼아모’의 청일점이자 리더인 이창호(67)씨는 “떼아모는 스페인어로 ‘사랑합니다’라는 뜻이죠. 우리 모임에 오는 사람은 주로 직장을 은퇴했거나, 전업주부로 있다가 자녀를 다 키우고 여가를 보내기 위해 온 분들이랍니다. 살아온 환경은 모두 다르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노년을 즐겁게 보내자는 마음은 같습니다. 공연을 다니면 교통비 정도의 사례금도 받지만 봉사를 위한 무료공연을 할 때 큰 보람을 느끼지요.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역사·문화 탐방도 함께합니다. 서로 사랑하면서 건강한 공동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섬유공학을 전공한 이창호씨는 사업을 접고 은퇴한 이후 우연한 기회에 퍼커션을 시작했다. 전에는 일이 바빠 악기를 배울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퍼커션을 알게 된 지 2년도 안 됐지만 그는 어느새 고수처럼 즐길 줄 안다. 팀을 이끌며 동분서주 공연활동으로 바쁜 나날이지만, 퍼커션을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전직 영양사였던 이혜옥(61)씨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다 퍼커션을 하게 된 후로 생활이 마냥 즐거워졌다고 한다. 한층 밝아진 엄마의 모습에 아들이 더 좋아하며 적극 응원해준다고. 이혜옥씨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안영소(61)씨 또한 “와서 보니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음악으로 교감을 이루어서인지 서로 아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들이 참 이쁘다”면서 집에 돌아가서도 회원들 얼굴 볼 화요일, 금요일이 손꼽아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두드려서 소리가 나는 모든 악기

일반적인 드럼세트를 제외한 모든 타악기를 총칭하여 퍼커션이라 한다. 퍼커션의 종류는 모두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나라와 문화별로 각각의 특색을 지니는 다양한 타악기가존재하지만, 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타악기가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시니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악기를 살펴보면, 양가죽을 씌워 만든 젬베나 육면체의 상자 모양으로 된 카혼, 그리고 탬버린과 모양이 흡사하지만 양가죽을 씌워 만든 판데이로가 있다. 그 외 콩가, 봉고 등이 있는데 이들 악기는 모두 맨손바닥을 이용하여 연주한다.

 

 

음악치료 효과는 덤

퍼커션 연주는 단지 음악만이 아닌 치료의 목적까지 생각한다. ‘행복한 마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나유미(57) 원장은 음악치료의 도구로 퍼커션이 클라이언트에게 매우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퍼커션은 배우기가 쉽고 맨손바닥으로 쳐서 리듬을 표현하기 때문에 손뼉치기 효과처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게 큰 매력이죠. 최근엔 치매 예방과 치료에도 적용시키고 있답니다.”

대체한의학에서는 다섯 손가락을 우리 몸의 축소판이라 한다. 손바닥을 자극하면 내장기관과 뇌에 활발하게 산소를 공급해주어 치매를 예방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자고로 손을 많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무병장수한다니 부지런히 실천해볼 일이다.

 

 

그룹레슨 수강료는 저렴해

퍼커션이라는 악기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지는 약 5년 전후로 그리 오래되지 않아 아직 시작 단계인 것 같다.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는 시니어를 위한 무료 음악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실용음악학원의 레슨비는 대략 12만원~16만원이다. 그룹레슨은 좀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필자도 이번 기회에 퍼커션을 배워보기로 했는데, 학원이 아닌 관악구의 조그만 스튜디오에서다. 싱어송라이터 청년들이 모여 드럼, 기타, 퍼커션을 가르치는 곳이다. 필자는 시간관계상 8만원짜리 개인레슨을 택했다. 몇 명이 모여서 그룹레슨을 하면 3만원 정도에도 가능하다. 악기를 구입할 경우 20만원대면 무난하고 30만원 정도면 공연용으로도 괜찮다.

 

 

시니어에게 잘 맞는 악기

좋은 사람들과 음악활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 뇌구석구석까지 피가 원활하게 흐르고, 몸에 활력이 도는 상태가 된다니 금상첨화 아닐까. 머리를 쓰는 방법이야 다양하겠지만, 손바닥을 자극하고 음악으로 즐겁게 커뮤니티를 이루는 퍼커션이야말로 잠들어가는 뇌세포를 깨우고 노화를 물리치는 데 딱인 것 같다. 두드리고 흔들고 노래하는 신나는 퍼커션으로 친목도 다지면서 젊고 발랄한 시니어가 되어보자.

 

 

 

 

 

정성희 동년기자

 

 

 

 

 

 

차곡차곡 쌓아둔 경험들을 도슨트에 덧입혀봐요

 

 ‘도슨트(docent)’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큐레이 터가 기획한 전시작품을 관람객에게 알기 쉽게 설명 해주는 전시 해설자다.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감상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해주며, 작품에 대한 이해 도를 높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 할을 한다. 또 미술관, 박물관이라는 장소에 대해 흥 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도슨트는 ‘지킴이 역할’도 함께한다. ‘지킴이’란 전시품이 훼손되지 않 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미술관에 따라서 전시 해설과 지킴이 역할을 구분 없이 함께하는 곳도 있고, 철 저히 분리된 곳도 있다.

 

 

 

 

도슨트’에 도전하다

시니어가 되면 젊었을 때 하던 일들은 웬만하면 정 리하고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를 가지려는 사람이 많다. 대신 용돈 정도만 벌 수 있는 일거리를 원한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고, 비용 도 적게 들 만한 취미를 찾기 위해, 여러 교육기관에서 이것저것 배워보지만 잘할 수 있고, 재미도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본인에게 꼭 맞는 취미를 찾기 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도 그랬다. 서울시 어르신취업훈련센터에서 여러 교육을 받아보다가 겨우 만난 것이 ‘도슨트’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가능

전시품을 수집하고 기획해야 하는 큐레이터는 전문 지식이 많아야 하지만, 도슨트는 전문지식이 없어 도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교육 과정을 거쳐 도슨트로 활동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박물관, 미술관, 기념관에는 정기적으로 도슨트를 선발해서 교육을 시키고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원봉사는 비용을 받고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도 무료다. 그러므로 도슨트 입문에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지원 정보를 알 수 있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경험 을 하고, 실력과 경력을 쌓은 후 원한다면, 자연스럽게 급료를 받고 일할 수 있는 직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현재 유일하게 교육을 시켜 자원봉사가 아닌 급료를 받고 일할 수 있도록 취업 알선을 해주는 곳 이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다.

 

이곳의 교육 프로그램은 시니어 도슨트로서 취업을 했을 때의 마음가짐, 서양미술사, 한국사, 설명할 원고작성,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지켜야 할 예의와 관람객들을 대하는 자세 등을 가르친다. 필자도 이 곳에서 교육과정을 마친 후, 취업 알선을 해줘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관람객과 공감대 형성이 요령

작품을 전시할 때는 항상 작품 설명을 써둔다. 그런 데도 읽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다. 관람객은 거의 읽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 설명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 얘기해주면 즐거워하면서 다른 관람객한테도 꼭 설명해줄 것을 부탁까지 한다. 다른 관람객도 본 인처럼 안 읽고 가면, 이렇게 좋은 내용을 알지 못하 게 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에서다.

 

시니어가 설명을 해주니까 젊은 사람이 설명해주는 것보다 이해가 잘되고 더 크게 감동된다고, 고맙다 고, 기뻐하며 갈 때면, 필자도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다. 실제로 관람객들도 필자가 설명하는 것을 볼 때 면 참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면서 그들도 즐거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관람객도 행복하고 작품을 설명하는 필자도 행복하고, 이렇게 관람객과 도슨트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하나의 재미이면서 보람이기도 하다.

 

 

도슨트 활동이 가져다준 삶의 변화

도슨트를 하기 전에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 하지 않아서 늘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박물관에서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관람객들과 작품 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필자의 삶의 가장 큰 변화다.

 

 

시니어가 하면 시너지 효과 더 좋다

젊은 사람들은 아직 부족한 다양하고 소중한 경험들 을 시니어는 갖고 있다.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아둔 경험들을 녹여내 도슨트 활동에 덧입힌다면 관람객 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이 만족스러워하는 도슨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관람객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젊은 사람보다 시니어가 해야 시너지 효과를 더 낼 수 있고, 시니어에게 특히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을 것 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 취미를 찾지 못한 시니어에게 ‘도슨트 활동’을 취미로 삼아볼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 도슨트 Tip ]

 

첫째, 설명할 때 긴장하면 관람객과 소통이 안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친구 또는 가족과 이야기하듯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둘째, 작품 설명은 핵심만 몇 개 골라서 설명한 후 흥미를 끌 수 있고 의미 있는 소재중에서 작가나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한다.이때 세대별로 공감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춘다.

셋째, 시간 배정이 중요하다. 설명은 풀타임의 80%만 하고, 나머지는 질문을 받는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30분이 넘어가면 지루해한다.

넷째, 과도한 복장과 구두, 액세서리, 헤어스타일은 전시 관람에 방해가 된다. 전시 작품보다 시선이 집중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편안한 복장을 한다.

 

 

김영선 동년기자

 

 

 

 

 

문학소년의 꿈을 다시 펼치다

 

은퇴하면 고생은 끝나고 안락한 행복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를 어떻게 하면 더 보람 있게 살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 한구석에 두고 실현하지 못한 글쓰기에 대한 꿈이 되살아났다. ‘문학소년의 꿈’이었다.

은퇴하자마자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이 관악 기자학교였다. 기사작성의 실전교육을 마친 후 몇군데 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하고 기자가 되었다. 밤새워 글을 쓰면서 블로그 활동도 했다. 세상과 대화하는 또 다른 길이 열렸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수년 동안 몇몇 신문과 블로그에 썼던 글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도 오프라인 기사가 몇 차례 실렸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아내와 아들이 ‘애독자’가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가족은 평소 상대방의 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시인으로 활동하는 아내의 말처럼 실력도 문제이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다. 문학도 아들에게도 독후감을 요구했으나 대답하지 않고 눈길을 피했다. 척하면 삼천리. 배워야 한다.

 

관악문화원 문학반을 찾았다. ‘맛보기 강의 들어보고 수강 신청하라’는 안내가 재미있었다. 아담한 강의실에서 몇십 명이 모여 오순도순 토론도 하며 문학수업이 진행되었다. 10년 넘도록 계속 이어져온 문학창작교실이란다. 매주 화요일 오후 저명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설과 강의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수강생의 창작 시와 수필 낭독, 토론이 끝나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바로 여기야!’ 무릎을 탁 쳤다. 이후 글쓰기에 코를 박았다.

 

박수진 지도교수는 저명 시인이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주옥 같은 시와 동요가 여러 편 실렸다. 강의 전반에는 지도교수가 품격 높은 작품들에 대한 해설을 진행한다. 지도교수는 왕성한 창작활동과 재능기부를 하면서 매주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열정적인 강의를 했다. 주입식이 아닌 토론이 곁들인 강의였다. 매번 예정시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누구하나 지루해하지 않았다.

강의 때마다 수강생들은 시나 수필을 써와서 강의에 참가한다. 강의 후반부에서는 습작품 첨삭지도가 토론식으로 이루어진다. 작성자가 먼저 낭독하고 참가자들이 자유토론으로 의견을 말한다. 수강생들이 진땀 흘리는 시간이다. 남의 작품을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다가 자기 작품을 발표할 때는 어린아이가 된다.

한 줌의 작품은 이리 찢기고 저리 벗겨진다. 앞과 뒤를 바꾸고 넘어진 가지를 자르고 나면 모양새가 갖춰진 한 편의 작품이 재탄생한다. 작품이 새로 태어나는 눈부신 과정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감동하며 박수를 친다. 살아 있는 문학 공부다.

 

단기가 아니고 연중 계속 이어지는 수업이 이곳의 특징이다. 마치 학교에 다니는 기분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 문우들을 사귀었다. 화려한 전직의 은퇴자와 문학에 관심 있는 가정주부가 많다. 이분들은 오랜 기간 문학반에서 수강하면서 현재 시인,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도 몇 번씩 한 프로들의 ‘심화 과정’이다. 수업이 끝나면 가끔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환담을 나눈다. 걸쭉한 인생 이야기는 훌륭한 글쓰기 소재가 된다.

 

관악문화원 문학아카데미 회원의 동인지 <인헌문학17> 출판 준비가 한창이다. 모두가 두툼한 동인지에 작품과 이름을 올릴 것이다. 연말에는 합동으로 시를 낭송하고 수필을 발표한다. 젊은 시절 줄줄이 외었던 시 구절 하나 온전히 기억나지 않지만 글을 쓰면서 그 기억을 되살린다.

 

우리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기사’를 올리고 블로그에는 ‘작품’을 올린다. 신문기사가 감정을 섞지 않는 주지적인 글이라면, 문학은 주정적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배우면서 쓰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두분야의 글쓰기는 동전의 양면 같다. 보는 관점만 다를 뿐이다. 양쪽을 어우를 수 있어 즐겁다.

 

앞만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살아온 삶 ‘70년 체험’ 이야기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손주를 돌보면서 옛 조상들의 삶을 생각한다. 이제 ‘30년‘ 삶에 대해 고민한다. 생각이 점점 깊어진다.

 

 

관악문화원 문학아카데미 동호회 안내

위치 관악문화원 관악산 입구 주차장 바로 위

전화번호 02-885-5975, 878-1931

강의와 토론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반부터 2시간 개설 과정 문학반 외 서예반, 무용반 등 40여 개

수강료 3개월분 6만원, 연중 강의 계속

 

 

백외섭 동년기자

 

 

 

 

트레킹으로 액티브 시니어가 되자

 

 

 

 

나는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 이후에도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 도전하는 60~70대를 일컫는 말로,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문화 활동에 나선다는 점에서 ‘실버 세대’와 구분된다. 이들은 외모와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고 여가 및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또한 어떤 일이든 계속 일을 하기 때문에 소득을 바탕으로 이전 노년층과 달리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액티브 시니어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의욕적인 일과 취미생활’이다. 이것이야말로 액티브의 상징이라고 해도 좋다. 취미를 통해 생기는 활발한 교류 등이 뇌를 자극해 뇌의 활성화에도 좋다는 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따라서 취미로 삶을 더욱 풍부하게 즐기는 노후, 이는 몸과 마음의 건강으로 이어지며, 결국 건강한 삶의 밑거름이 되어 의욕적으로 일을 계속하게 된다.

 

필자가 트레킹을 시작한 동기는 우연한 인연에서 시작되었다. 5년 전 친구 둘이서 여행사 광고를 보고 여수에 있는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을 가게 되었다. 그때까지 필자는 트레킹이 무언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금오도는 명성왕후가 숨겨놓았다는 섬으로 유명한데 동백꽃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터널은 물론, 괴암절벽과 에메랄드 바다 물빛이 가득한 비탈길이었다. 비경의 해안길을 걸으면서 그야말로 뿅 가버렸다.

필자는 이 트레킹코스에 매료되어 무려 네 번을 다녀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몇몇 친구들과 주말마다 걸어서 서울 둘레길 157km를 3개월 만에 완주했다. 그 후 서해안 ‘솔향기길’, 양평 ‘물소리길’ 등 가까운 코스를 매주 다녔다. 누구든 자기가 좋아하거나 신나는 일은 몰입하게 되어 있다. 30여 년간 즐겼던 골프조차 재미가 없어지면서 트레킹 마니아가 되고 말았다.

 

세계 어디에 가든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유명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니어가 즐길 수 있는 코스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1600여 개의 다양한 코스가 전국에 있다. 157km의 서울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제주도 올레길, 동해안을 일주하는 새파랑길 등은 물론 시골 어디에 가더라도 지자체에서 훌륭한 코스들을 개발해놨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제주 올레길을 벤치마킹해 큐슈 지역 외에 전국에 트레킹 코스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닌 길들 중에 장작이나 막 거둬들인 농산물을 지게에 지고 5일 장터를 다니거나 보부상이 다녔다던 마을길, 스님들이 수도를 하기 위해 다녔다는 물소리 끊이지 않는 계곡길,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다녔다는 옛길이 가장 걷기에 좋았다. 마치 그들과 대화를 하며 걸은 것 같은 즐거운 느낌이다.

 

우연한 기회에 취미로 시작한 트레킹이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늘어만 가는 체중을 뺀다는 이유로 30대 중반부터 20여 년간 계단 오르기, 테니스, 등산 등 무릎에 안 좋은 운동만 골라서 했다. 그러다 보니 40대 후반부터 운전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관절이 망가져 수술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트레킹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무릎이 멀쩡해졌다. 더구나 유전적으로 당뇨가 있는 집안이라 혈당 수치가 매년 조금씩 오르더니 환갑의 나이에는 식전 혈당 수치가 110이 넘어 경고장이 나왔고 어느새 120을 돌파했다. 그런데 트레킹을 시작하고 1년 후 체크해보니 90으로 떨어져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나이가 들면 생긴다는 전립선 질환이 환갑 무렵 찾아와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2년 뒤에 의사도 놀랄 정도로 개선되어 먹던 약을 중단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자연 속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걸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 에너지를 얻는다는 사실이었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하다 주말에 트래킹을 통해 휴식을 얻고 충전도 되니 주말이 자꾸 기다려지게 된다. 쉼표는 악보에만 있는게 아니라 삶에도 있어야 한다. 지금도 트레킹 가기 전날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는 날처럼 설레어 잠을 설칠 때도 있다.

 

5년 전 시작한 트레킹은 점차 인원이 늘어 2년 차부터는 10여 명이 되었다. 봉고차를 빌려 1박 2일짜리 트레킹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예 버스 한 대 정도의 규모로 키워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모임이 바로 3년 전에 시작한 ‘2060트레킹 클럽’이다. 밴드를 통해 회원이 1년 만에 300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모임이 되었고, 지금은 500명을 넘어섰다.

 

2060에는 60대도 20년 더 일하고, 20대도 60년 일할 준비를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60트레킹 클럽은 회비가 없다. 나이와 직업도 묻지 않는 3무()를 추구한다. 그러니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단지 조건이라면 세 가지밖에 없다. 첫째는 일, 둘째는 건강, 셋째는 사랑, 즉 3유()다.

 

2060트레킹 클럽은 매주 트래킹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서울 둘레길이나 북한산 같은 근교를 걷는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1박 2일로 버스를 타고 여행사들이 개척한 유명 코스를 다녀온다. 2년 전부터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스를 선택해 상·하반기에 한 번씩 다녀오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는 일본의 ‘오헨리 순례길’을, 하반기에는 베트남의 알프라고 하는 ‘사파 다랭이길’을 다녀왔다. 그 중 작년 봄에 다녀온 몽골 초원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눈을 감고 있으면 아름답게 핀 야생화들을 보며 걸었던 드넓은 초원과 쏟아지는 별을 보며 밤새도록 대화를 나눴던 몽골의 전통 천막집 게르에서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재산 동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