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집값폭등과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현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안긴다. 나만 힘들고 주변은 다 잘되는 것 같다. 청년들은 몸담고 있는 현실을 "헬 조선"이라 부르고 은퇴자들은 "장수 리스크"로 불안해한다. 신자유주의는 끊임없이 "다음 탈락자는 누구인가"를 외치는 듯하다.
과거에 비해 우리의 삶이 비약적으로 좋아졌지만, 오히려 비교에 의한 박탈감은 점점 커져만 간다. 남의 인생은 다 쉬워 보인다. 정보가 폭발할수록 고유의 정체성조차 비교당하며 외로워한다. 이런 환경은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퇴직을 경험한 많은 50+세대는 잠깐의 자유로움과 혼란기 후 점점 떨어져 가는 자신감과 약한 자존감을 지닌 자신을 발견한다. 급여가 있을 때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말을 들어도 그 대가인 월급과 직급으로 견뎠다. 참을 수 있는 명분이 있어 회복에 도움이 된다. 경력 단절 여성들 또한 시회에 나오기를 주저하는 이유엔 이 자존감의 문제가 걸려 있다. 이미 낮아진 자존감으로 사회의 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다.
간혹 부러움을 받는 사람들도 그들의 우울과 불행으로 인한 자살사건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돈과 명예 등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추적하다 보면 '자존감'이라는 문제에 귀착된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가끔은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평화롭게 돌아가는 세상이 서운하다. 사회에서 얼마나 그 사람을 필요로 하는가에 성공 정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대체할 사람이 줄어든다. 반면 직급이 낮을수록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보니, 자존감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없어져도 나를 찾지 않는 세상이 서럽다. 사회에서 거부당하거나 무관심이 지속되면 불안이 커진다.
사회적 역할은 감정으로 연결된다. 퇴직 후 자존감이 떨어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은 사회적 본능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내가 필요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면 자존감은 더 심각하게 흔들린다. 회사에서 인정받은 이가 오히려 가정 내에서 존재감이 약한 경우가 많다. 가족이 인정해주지 못하면 자신의 가치를 밖에서 찾기가 십상이다.
시중엔 자존감에 관한 좋은 책들이 많다. 이중 윤홍균 정신건강의의 「자존감 수업」은 하루에 하나씩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훈련에 아주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은 "자존감이 왜 중요한가. 사랑 패턴을 보면 자존감이 보인다. 자존감이 인간관계를 좌우한다. 자존감을 방해하는 감정들. 자존감 회복을 위해 버려야 할 마음 습관. 자존감 회복을 위해 극복할 것들. 자존감을 끌어 올리는 다섯 가지 실천." 등 모두 7Part로 구성되어 있다. 각 파트마다 자존감 훈련하는 방법도 소개되어 그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존감이 왜 중요한가?
자존감이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만족하고 있는 지에 대한 지표'로 자기를 사랑하는 정도를 뜻한다. 행, 불행은 이런 자존감과 매우 직결되어 있다. 그래서 자존감은 '정신건강의 척도'라고 한다. 말, 행동, 판단, 선택 감정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한 자존감은 삶에서 좋은 스펙이 될 수 있다.
자존감에는 세 축이 있다. 자기가 얼마나 쓸모 있는지 느끼는 '자기 효능감',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자기 조절감',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자기 안전감'이다.
자존감은 부모의 양육방식이나 어릴 적 받았던 대우, 칭찬 정도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감정보다 이성의 영역이라 자존감이 높을수록 사람의 평가에 담대해지고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자존감은 유동적이고 시시때때로 바뀐다. 떨어진 자존감은 회복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리는 사람도 있고 쉽게 되찾는 사람도 있다.
사랑 패턴을 보면 자존감이 보인다.
자신의 매력이나 능력을 믿지 못하면 타인과도 문제가 생긴다. '자기 효능감'의 문제가 생긴다. 경제적으로 무능하거나 성적 능력을 상실했거나 다른 콤플렉스로 인해 남을 의심하는 마음도 생긴다. 이렇게 못났으니 아내나 남편, 친구, 애인이 떠날 것 같은 마음으로 의부증, 의처증 등이 생기기도 한다. 자존감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십중팔구 사랑을 힘겨워한다. 그래서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으므로 자신을 더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불쌍한 내 인생'이란 자기 연민에 빠지지 쉽다. 사랑하는 상대방과 굳이 이별을 앞당기려는 행동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별이 오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제약 대신 자유를 누릴 기회다. 자신을 돌 볼 소중한 기회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별을 유난히 두려워하는 사람의 핵심 감정은 '외로움'이다. '상처'로 인한 '혼자 있음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50~60대 여성들은 혼자되는 것을 서러워한다. 우울과 공허감 극복을 위해 신나게 놀러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도 좋은 방법이다. 또 이 기회에 나쁜 습관과의 이별을 위한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 좋아지는 지 적어 보자.
자존감이 인간관계를 좌우한다.
자존감 결여는 인간관계를 망치는 원인도 되지만 그 결과가 되기도 한다. 지금의 베이비부머 대다수는 부모에게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혼나거나 심지어 발가벗겨져 문밖으로 쫓겨난 경험들도 다수다. 지적을 당하거나 매를 맞거나 창피함을 유발해 복종시키는 문화가 일반적인 시대를 살았다.
부부생활에 만족도가 떨어지는 내담자들은 대부분 자존감이 저하되어있다.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쓸모 있는 존재, 유용한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데 그 욕구가 좌절되어 왔다. 상대의 시큰둥한 반응은 자존감에 상처를 입힌다. 남편이 원하는 것은 '나를 쓸모 있는 존재로 생각해 주는 것!' 부인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이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최선을 다하는 방식은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사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최선만으로 해결이 힘들다. 여러 집단에 동시에 속해 있어 직장에 집착하면 가정에 소홀하기 쉽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자신의 가치를 잘 인식하는 사람은 자기 정체성을 한 가지에서만 찾지 않는다. 자신으로만, 직장인으로서만이 아닌 누군가의 배우자이고 친구이고 아파트 주민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어떤 한 부분에 정체성이 떨어진다고 자기를 무가치한 사람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지금 자신이 속한 범위를 살펴보고 각각의 영역에서 다양한 가치 있는 일을 조금씩 찾아보자.
자존감을 높이려면 작은 결정부터 잘해야 한다. 결정 장애도 자존감과 관련 있다. 결정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낮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은 결정을 잘 하지 못한다. 작은 결정들이 모이면 큰 결정들을 잘 해내고 중요한 결정을 잘 하게 되면서 자존감도 상승한다. 갈등 지점을 적고 그려보며 해서 좋은 점, 하지 않아서 좋은 점을 적어 본다.
또 이를 위한 구체적 활동으로 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 활동하기, 어떤 것을 할지 말지 결정할 때 장단점을 글로 써보기, 요즘 뭘 해야 할지 고민 될 때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나누어 보기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
성장기에 불우했던 사람들은 많은 경우 적정거리를 안고 산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부정적인 감정은 좋았던 기억마저 잊어버리게 한다. 중요한 것은 나쁜 기억 때문에 우울한 게 아니라 우울하기 때문에 나쁜 기억만 붙들고 있다. 이런 사람은 당연히 자존감이 떨어진다.
아픈 과거는 불덩이다. 크기와 강도는 다르지만 거리를 둔다면 자신은 타지 않는다. 괴로웠던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모든 아픔은 과거형이다. 이를 위해 가정하기, 목표 정하기, 가정하는 능력 키우기, 나는 절대 변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서 벗어나기를 해보자.
더 구체적으로 내가 과거 경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지를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모습을 위한 목표를 미래형, 긍정형, 행동형으로 적어보자.
남과 다르다는 생각이 타인과 섞이지 못하고 마음을 터놓기도 쉽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지나치게 자랑해도 친밀에 방해된다. 나쁜 경험을 안고 있는 사람들은 매스컴 등에서 보여주는 환상으로 특별히 더 불행하다는 신념을 갖기 쉽다. 이런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헌신하는 사람은 고생하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회사나 가정에서 자신을 원망할까봐 자신을 돌보지 못한다. 가족 전체를 '나'로 인식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중요한 것은 남의 행복만을 위한 행동이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결국 배신감과 서운함으로 돌아 온다. 봉사는 자신을 위한 봉사, 자신이 즐거운 봉사여야 한다. 가족을 위한 봉사조차도 '나의 행복'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그 속에는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정도여야 한다.
자존감 향상을 위한 실천으로 저자가 제시한 방법을 정리해보았다.
실천1. 나의 장점과 단점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들과 못하는 일들, 타인이 말하는 '내가 잘하는 것' 써 보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잘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것 적을 때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하도록 적어보자.
첫째, 부정형 문장이 아닌 긍정형으로
둘째, 타인이 주어가 아닌 '나'가 주어인 주체형으로
셋째, 과거 시점이 아닌 미래 시점으로 적어야 한다.
실천2. 오늘 겪은 일을 적고 그 일에 대한 감정을 적기 그리고 "괜찮아"라고 말하기와 쓰며 자신을 토닥거리기.
나쁜 감정이 밀려 올 때마다 저절로 가라앉히도록 가만두어야 한다. "난 왜 이렇게 됐을까"같은 질문을 멈추고 나의 특이한 점은 친구의 의견을 듣고 의견을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의 마음에 아름다움만 존재할 수는 없다. 누구나 내면에 문제가 있다. 거울 앞에서 서서 자신에게 사과를 해보자. "미안해!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나를 미워했어."라고 소리 내어 말하자. '지금 이 순간의 나' '내가 내 마음에 얼마나 드나'를 중시하며 하루하루 스스로 하는 '자신의 평가'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변화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적어 보자. 나를 사랑하고 싶다면, 그걸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적어보자.
실천3. 선물은 감정의 표현이고 그 힘은 강력하다. 자기 자신을 위해 선물 주기.
모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미움 받을 용기」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깔려서이다. 이에 대한 답은 과정의 몰입이다. 평가는 나중이고 과정은 현재이기 때문이다. 당당한 사람이 사랑스럽다.
더불어 나태주시인의 「꽃3」이란 시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자존심의 출발일 것이다.
꽃·3 나태주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도서출판 지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