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몸담았던 조직에서 나온 퇴직자 중에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이들을 다 교육시키지도, 노후를 충분히 준비해놓지도 못했는데 자신을 불러주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아마 사람들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권태야말로 절망에 이르는 병이다. 그것은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대한 긍정
1957년 생물학자 커트 리히터(Curt P Richter)는 물이 들어 있는 긴 유리관에 쥐를 넣은 후 얼마나 오랫동안 헤엄을 치는지를 관찰했다. 어떤 쥐는 오래 버텼지만, 어떤 쥐는 금세 헤엄치기를 포기하고 죽음을 맞았다. 다음 실험에서 연구팀은 쥐들이 탈진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유리관에서 꺼내주었다.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자 쥐들이 물속에서 버티는 시간이 점차 늘어났다. 어떤 쥐들은 무려 60~80시간 정도를 견뎌냈다. 버티면 언젠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초반, 긍정심리학자들은 이 실험을 조금 변형했다. 연구자들은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에는 전기 자극을 멈출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고, 다른 그룹은 무방비상태로 방치했다. 그런 다음 모든 쥐에게 암세포를 주입한 결과 전기 자극을 멈출 수 있었던 쥐들은 27%가 사망했고, 무방비상태에 있던 쥐들은 63%가 사망했다. 전기 자극을 멈출 수 있는 장치가 제공된 쥐들은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내 실행에 옮겼지만, 무방비 상태의 쥐들은 희망을 잃고 죽음에 몸을 맡겼다.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삶과 죽음의 길을 갈라놓았던 것이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가능성이 제한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보다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신의 삶을 바꾸는 것은 외부의 조건들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따라서 삶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바꾸면 삶의 행로를 바꿀 수 있다. 긍정성이 강한 사람들은 조만간 나쁜 일이 끝나고 좋은 일이 시작되리라고 생각한다. 또 좋지 않은 일과 좋은 일이 모두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비관주의자들은 모든 일을 타인과 운 탓으로 돌리고, 좋은 일조차 금세 끝나고 말 것이라 생각한다. 희망을 잃는 사람의 삶은 불안감으로 가득하고, 희망에 차 있는 사람의 삶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긍정은 마음의 습관
긍정은 마음의 습관이다. 2012년에 진행된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해나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비록 상상일지라도 목표가 실현되는 것을 맛본 사람은 실제 목표를 추구하려는 행동을 보였다. 마음의 습관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는 돈 한 푼 들지 않는다. 단지 목표를 세우는 것, 목표를 이룬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긍정의 습관을 들이는 지름길은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의 기초가 된다는 것은 여러 심리학자들의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로버트 에먼스(R. Emmons)와 마이클 매컬로프(M. McCullough)의 연구에 의하면,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매사에 적극적이다. 또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낮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더 건강하고 통증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의 습관을 바꿈으로써 일상에서 더 많은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감사의 삶으로 가는 첫 단계는 일상을 음미하면서, 매 순간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소소한 삶의 기쁨을 무심코 지나쳐 버린다. 음미한다는 것은 어떤 순간을 보다 느리게 경험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창문으로 바라보았던 장면들을 하나씩 되살려보자. 철교 너머로 떠오르던 태양,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 이어폰을 꽂은 채 몸을 들썩이는 젊은이, 지난 신문을 뒤적이는 은발의 노인을 떠올려보라. 매 순간의 장면들은 그들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한 가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의미들을 찬찬히 더듬어가다 보면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온몸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의미의 발견은 부정적인 경험조차도 긍정적인 경험으로 전환시켜 준다. 가령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에서 의미를 찾아보자. 고통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에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가를 떠올려 보면, 왜 자신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유를 알게 되면, 삶의 방향이 바뀐다.
감사의 마음을 습관화하려면 그것은 밖으로 표현해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행운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당신은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고, 누군가 휘두른 흉기에 몸을 다치지도 않았으며,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지도 않았다. 당신이 지금 숨 쉬고 있는 것은 수많은 행운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당신에게는 당신을 지지해주는 가족, 친구, 이웃들이 있다. 또 당신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버스 기사가 있고, 도로를 닦아준 사람들이 있다. 오직 나를 위해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먼저 감사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해보자. 오늘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았는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도움을 준 이에게 감사를 전하면, 한 사람의 기쁨이 추가된다. 감사할 목록이 많아질수록 감사하는 습관도 강해진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글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면, 말로 전할 때의 쑥스러움을 피할 수 있다. 글은 말로 전하는 것보다 훨씬 진정성이 느껴진다. 정기적으로 감사 일기를 쓰거나 고마운 대상에게 감사편지를 쓰면 삶의 변화를 금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03년 연구에서는 감사한 일을 매주 기록하도록 한 실험 집단이 힘들었던 일을 매주 기록한 집단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할 때 우리는 보다 행복한 삶에 다가갈 수 있다. 이는 지금 이 순간부터 감사하는 삶을 선택하겠다는 결심만으로도 가능하다. 감사는 나의 행복보다 타인의 행복을 먼저 배려하게 만든다.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두려움과 분노 대신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배우이자 작가인 벤 스타인(Ben Stein)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몇 분 안에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그러니까 스스로 부자라고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해 줄 수 있다. 감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