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이 잦다보며 한 번쯤 ‘내가 치매가 아닐까’ 의심할 때가 있다. 치매 초기 환자는 기억장애 증상을 겪다가 점점 다른 뇌 부위 기능도 떨어져서 '망상'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오래된 옛 추억도 잊어버리게 된다. 국내에서는 치매라는 말로 더 잘 알려진 알츠하이머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능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전체 치매 원인 질환의 약 50%가 바로 알츠하이머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한민국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75세 이상 인구 5명 중 1명은 치매라고 한다. 중앙 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17년 전보다 지금이 두 배 늘었고, 2018년 현재부터 15년 뒤에는 현재 치매환자의 두 배 즉 15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치매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둡고 힘든 점을 상기 시킨다. 치매 치료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혹자는 치매를 암보다 무섭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원치 않은 모습으로 추하게 보여질까봐 두렵다. 그것은 곧 자존감과의 연결이다. 그래서 상상만 해도 두려운 치매가 발병된다면 어떤 이는 차라리 자살까지 생각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치매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양상은 너무나 다양하다. 기분 좋은 일, 기분 나쁜 일 등 감정의 요소가 개입되는 것은 정확히 기억하기도 한다. 해마는 위축되지만 뇌가 전부 손상을 입은 것은 아니면 해마 이외의 기억에 관여하는 부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치매의 원인은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30대 여성에게 알츠하이머 치매가 나타날 확률은 낮다. 그는 “유전적으로 염색체에 이상이 있다면 30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수 있다”지만 “드라마처럼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날 확률은 1% 정도”라고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한설희 건국대 신경과 교수는 말한다.

 

 

치매 종류별 초기 증상 의심 증세 8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출처:신정윤 하이닥 정신의학기자>

1. ‘최근’ 일이 기억나지 않음 = 알츠하이머 치매

2. 누워있는 시간과 건망증이 증가 = 피질하 혈관성 치매

3. 충동적인 행동, 성격의 변화 = 행동형 전두엽치매

4. 잘 아는 사물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음 = 언어형 전두엽치매

5. 다른 사람의 말을 못알아 들음 = 측두엽 치매(의미치매)

6. 헛것을 보는 등 이상행동 = 레비소체 치매

7. 종종걸음, 손 떨림 등의 행동 = 파킨슨병 치매

8. 팔다리 마비 등 뇌졸중 증상 = 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는 노화나 유전의 영향으로 생기는 만큼, 노화로 인한 발병은 대개 65세 이후에 발생하고, 유전의 영향 때문이라면 염색체 1번과 14번, 21번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는 뇌 속 단백질 덩어리가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병으로 치매 환자의 50~60% 정도가 여기에 해당되고 아주 가벼운 건망증부터 시작해 언어 구사력과 이해력, 읽고 쓰기의 장애 등이 서서히 나타난다.

 

뇌졸중이나 뇌동맥경화 등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도 20~30%나 된다. 뇌 안으로 흐르는 혈액의 양이 줄거나 막혀서 나타난다. 손상된 뇌 부위에 따라 팔, 다리 등에 마비가 오거나 언어 장애, 시야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나 뇌종양, 두부 손상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치매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중증으로 진행되는 걸 지연시킬 수 있다. <출처 : 동아일보 박태진 기자 >

 

일상생활에서 치매예방실천을 위한 생활 수칙으로 국가치매관리위원회는 ‘치매 예방 수칙 3.3.3’을 발표했다. 일상생활에서 치매예방을 위해 세 가지 즐길 것과 세 가지 참을 것, 그리고 세 가지 챙길 것을 권장하고 있다.

※ 치매 예방 3.3.3 수칙

3권(勸), 즐길 것

-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걷기

- 부지런히 읽고 쓰기

-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3금(禁), 참을 것

- 술은 적게 마시기

- 담배는 피지 말기

- 머리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기

3행(行), 챙길 것

-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기

- 가족, 친구들과 자수 소통하기

- 매년 치매 조기검진 받기 <출처: 보건복지부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시간이 흐르고, 지나간 시간만큼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소중한 추억들 잊혀 진다는 사실은 슬프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과 동료들의 마음도 아프다. 치매를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연극, 소설 등 다양한 작품이 많다. 이토록 치매를 소재로 한 작품은 그만큼 많은 사연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 그렇게 낭만적이지도 않지만 많은 오해와 편견도 있어왔다. 암보다 무섭다고 표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병이 깊을수록 환자와, 주변 가족들의 삶의 질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그로 인한 불행이 온전히 가족들의 몫이 된다. 국가 차원의 대책과 지원도 매우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인적 차원의 예방을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 그래서 필자는 50플러스 센터에서 드라마 치료의 한 방법으로 다양한 영화보기와 토론을 한다. <스틸 앨리스>는 치매에 걸린 한 언어학교수의 이야기다. 영화를 함께 보고 치매와 죽음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눈다. 이 시간을 통해 타인의 생각도 읽고 잘못 된 정보도 바로잡는 시간이기도 했다. 또 가까운 사람들의 치매와 질병을 극복했던 사연도 소개 되었다. 다음은 치매관련 다양한 영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출처 네이버, 다음, 시네폭스 영화 참고>

 

 

<스틸 앨리스>

이 영화의 특징은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담담함 느낌으로 치매환자를 그려냈다. 줄리안 무어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녀 1남을 둔 세 아이의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 스틸엘리스(줄리안 무어 분)는 언어학에서도 업적이 많은 교수다.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는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재빨리 진료를 받는다. 그 결과 진행이 빠른 유전성을 지닌 조발성 알츠하이머(65세 이전 발병)임을 알게 된다.  50세 생일이 갓 지난 나이에 행복했던 추억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 못할 것이란 사실이 두렵다. 앨리스는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요양원도 방문하고 자신에게 영상편지도 보낸다. 이 영화의 중요 한 포인트는 앨리스는 자신의 변화를 인지하고, 가족에게 알려서 함께 이 병을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같은 치매환자로서 치매학회에서 나아가 다음의 가슴 뭉클한 명대사를 읽어낸다.

 

"저는 매일 상실의 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지옥 같은 고통입니다.

우리의 모습에서 멀어진 우리는 무능해지고 우스꽝스러워집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의 병일뿐입니다.

저는 이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 예전의 나로 남아 있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순간을 사는 것.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않는 것 같은 상실의 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고통 받는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전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이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 예전의 나로 남아있기 위해서

상실의 또 다른 이름은 사랑입니다."

 

 

<아무르>

조르주와 안느는 은퇴 후에도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는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다. 어느 날 아내 안느가 마비 증세를 일으킨다. 발병 후 육체는 물론 치매증상과 복합적으로 오면서 그들의 평온한 삶은 깨어진다. 반신불수에 하루하루가 다르게 병이 깊어지는 아내를 위해 조르주는 최선을 다해 보살핀다.

하나 뿐인 딸은 집에서 힘들게 간병하는 아버지를 향해 병원으로 모시지 않는다고 무책임하게 타박만 하고 책임지지는 않는다. 점차 조르주는 아내의 병을 감당 못해 힘든 선택을 한다.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조르주는 최선을 다하지만 역부족이다. 이 영화는 질병이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자세히 잘 보여주는 영화다. 결국 시체로 발견된 이들 부부의 마지막 모습에 <노후의 질병 케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현실처럼 섬세한 과정이 지루하리만큼 반복되고 느릿한 느낌의 전개도 있지만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보면 이 영화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아이리스>

치매아내 아이리스(Iris Murdoch: 쥬디 덴치 분)와 그녀를 돌보는 남편 존(John Bayley: 짐 브로드벤트 분)의 노부부 간병스토리. 자유분방했던 젊은 날을 보낸 아리리스는 알츠하이머 증세로 자신의 정신세계가 점차 무너져감을 두려워한다. 존은 자유분방했던 아내가 치매라는 사실을 부인하려 하지만, 결국 현실을 인정하고 그녀를 헌신적으로 돌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처럼 변해버린 아내가 젊은 시절에 자신을 괴롭혔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힘들어 한다. 아내의 5년에 걸친 투병생활은 자신을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버려, 존은 그녀를 결국 요양원으로 보낸다. 아이리스는 그곳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녀에 대한 애증을 마무리하는 존은 독백한다. "내일은 또 새 날이 밝겠지. 그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날이 갈수록 우린 점점 더 가까워질 거야......" <아무르>의 비극과 또 다른 느낌이 주는 그의 독백은 진하게 가슴깊이 여운을 남긴다.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

그랜트와 피오나는 44년차 부부다. 아내는 알츠하이머로 자진해서 요양원을 원해 그랜트는 할 수 없이 그녀의 결정에 따른다. 그러나 기억을 잃은 아내는 아예 남편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요양원에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아무리 애써도 아내의 기억을 돌이킬 수 없게 되자 그랜트는 아내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남편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용없는 아내의 딴 사랑을 허용하며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배우자의 사랑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이영화도 비극이긴 하지만 노부부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영화다.

 

<내일의 기억>

광고회사에서 사에키(와타나베 켄 분)는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고 집에서도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이다. 자신이 갈구하던 큰 광고를 따낸다. 그러던 이런 기쁨도 잠시, 길을 잃고, 사람들의 이름마저 잊어버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건망증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점점 기억을 잃어가게 되자 결국 회사를 그만 두게 된다. 아내 에미코(히구치 카나코 분)와 끝까지 남편과 함께 한다. 스틸엘리스처럼 치매와 일 그리고 가족, 배우자의 헌신이 그려지는 영화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아직 치매를 말하기엔 너무나 꽃다운 나이의 이야기에 아름답게 그려진 것이 오히려 현실감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를 던져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편의점에 가면 산 물건과 지갑을 놓고 나오기 일쑤인 수진은 편의점에 들어선 낯선 남자의 콜라를 자기 것으로 알고 벌컥 마셔버린다. 다시 우연히 마주친 낯 선 남자 철수는 그녀의 콜라를 빼앗아 보란 듯이 들이킨다.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도 하지만 건망증이라고 생각한 사소한 일들이 점차 문제가 된다. 밥만 싸는 도시락, 집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일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받는다. 수진은 자신의 뇌가 점점 죽어간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알린다.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대.“ 이후 수진은 철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천년여우>

제20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소개된 콘 사토시 영화. 창립 70주년을 맞은 영화사는 30년 전 전설적 여배우 후지와라 치요코의 옛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기획한다. 감독 타치바나는 수소문 끝에 은둔생활을 하는 치요코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치매를 앓고 있다. 그래서 치요코는 타치바나에게 현실의 자신과 영화 속 자신을 혼동하며 '내일이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말을 전한다. 타치바나도 이런 상황을 그대로 영화 연출에 치요코의 정신세계를 반영했다. 치요코의 사랑과 극영화 속 이야기가 뒤섞이는 내용이다. 치요코의 젊은 날 처음 영화에 캐스팅 된 당시 우연히 피 흘리는 한 남자를 만나 숨겨주게 된다. 경찰의 추격 속 그와 사랑에 빠지고 만주로 떠난 그를 찾기 위해 배우가 되는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다. 영화는 계속해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애절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쁘띠 마르땅> <첫 키스만 50번째> <메멘토>

위의 세 영화는 치매 초기 증상에 대한 이해와 궁금증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 <메멘토>는 주인공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조금만 지나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 그리고 당신은 누구예요?"라는 태도를 보인다. 다른 장애는 없다. 해마 손상으로 인한 것이다.

<쁘띠 마르땅> <첫 키스만 50번째>의 주인공은 사고로 뇌의 해마를 다쳤고, 매일 매일 기억을 상실한다. 주요 증상은 단기기억 상실이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증상이 치매 초기 증상과 거의 유사하다. 그래서 매일 같은 날을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