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 뜬금없는 이 이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그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표현하는 59세의 꼰대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9613]

 

오베는 갑작스런 해고를 당하는 순간에 별난 이웃을 만난다. 그는 이웃가족의 북적거리는 소리주차문제집 앞 도로를 통행하는 차들 때문에 신경 거슬려하며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불만스럽다심지어 길거리의 고양이마트의 점원공무원조차 오베의 성가신 존재이고 적이다그는 늘 싸우려는 말투다.

짜증날 때마다 그는 아내의 묘지에 꽃을 들고 가서 하소연 한다. 그리고 곧 곁으로 갈게란 말을 잊지 않는다그는 말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살을 시도 한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이웃들 때문에 자살은 번번이 무산된다. 방법을 바꾸어서라도 죽으려고 시도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들이 발생한다. “좀 죽자왜 이렇게 죽기도 힘드냐.”는 오베의 한탄은 폭소를 자아낸다. <오베라는 남자>라는 이토록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이웃들과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1위 중 하나인 이 소설은 스웨덴의 무명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에 의해 쓰여 졌다배크만의 블로그를 통해 연재하던 글을 네티즌들이 요구해 책으로 출간되었다인구 900만인 스웨덴 내에서 70만 부 이상 팔렸다유럽 전역에도 100만 부 이상 판매되고전 세계에도 30개국 이상 판권을 수출 한 화제작이다.

영국 신문사 데일리 메일(Daily mail)은 "따뜻하고재미있다견딜 수 없이 감동적이다"라고 평했고미국의 피플지(People)도 "웃고눈물짓고 공감할 소설"이라 극찬했다. <오베라는 남자>는 이처럼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들어 있어 여러분에게 소개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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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해 준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 졌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해 흥행에 성공한 <꾸뻬씨의 행복여행>,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노인>도 널리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이에 못지않게 널리 회자된 인생 영화다.

스웨덴 영화로 2016년에 개봉되었고 러닝타임은 116분이다감독은 하네스 홀름주연은 롤프 라스가드바하 파르스필립 베리의 맛깔스런 연기는 너무나 자연스럽다특히 <오베>역을 맡은 롤프 라스가드는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이웃을 닮았다난 개인적으로 아버지를 떠 올린다영화가 끝난 뒤쯤이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고집스럽고 융통성 없고 까칠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이토록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까.

그의 이야기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어쩌면 한국인의 정서와 닮아있다.

모든 것이 짜증나고 혼자 있고 싶은 그에게 ‘오베!’를 외치며 이것저것 부탁하는 이웃들이 있다담벼락 낮은 우리 시골의 옛 정서에는 댓돌 위 낯선 신발에도

관심 갖는다맛있는 것이 있으면 같이 먹자는 우리의 옛 마을공동체처럼 정 많았던 한국인을 연상케 한다드라마차유 집단 상담을 할 때 필자는 이 영화를 자주 거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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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일찍 여의고 43년 일했던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기 6개월 전 아내 소냐(이다 앵볼)를 잃었다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고 살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살았던 소냐는 그에게 유일한 희망의 존재다자식은 이미 젊을 때 그 교통사고로 인해 뱃속에서 잃은 아픔이 있다이별의 상실감이 채 가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의 상실감도 찾아왔으니 오베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내 ‘소냐’ 곁으로 가기 위해자살을 시도하는 장면 장면마다 영화는 과거와 오버랩 된다아버지와 자동차에 연결된 감정공무원에 대한 분노직업을 가지게 된 동기아내와의 만남 등그의 과거를 보면 우리는 그를 껴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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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오베의 어둡고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듯 회색 배경이 많다. 스웨덴의 날씨와 일조량의 특징도 한몫하여 더 우울하게 만드는 듯하다그러나 아내를 표현할 때면 미소 짓는 빨간색 의상을 입은 소냐가 나타난다. ‘오베의 마음에 단 하나의 색채를 입혀준 존재이다여기서 감독의 연출의도가 돋보인다.

그가 사경을 헤매려 할 때마다 훅 들어오는 새 이웃이란 가족은 오베를 변화시키는 주역이 된다. 까칠한 오베가 죽으려다 말고 자신의 집 앞에서 주차도 잘 못하는 이삿짐 차를 운전해준다집안에 걸려있는 목매기용 밧줄은 이웃 아이로 인해 치워진다창고 속 먼지 쌓인 아기침대는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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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이름조차 다른 사람이 거론하는 것을 싫어하던 오베는 마음 문을 열게 된다. 길거리 고양이에게 조차도...... 오베가 늘 마지못해 그들을 도와주는 것 같지만 정말 싫다면 그들을 끝내 외면했을 것이다어려운 사람을 결국 그냥 외면 못하는 정(많은 한국인과 닮아있다.

영화는 매우 코믹하고 중간 중간 유쾌한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마냥 속없이 웃을 내용만은 아니다홀로 사는 한 남자의 인생독거노인이 늘어 가는 현실. OECD국가에서 노인 자살률 1위를 불명예스럽게 유지하는 한국그래서 우리는 이 영화를 더욱 의미 있게 볼 일이다.

그의 삶에 제멋대로 끼어든 이웃들이 오베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웃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좋은 모델을 제시 받는다.

또 퇴직 후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에 대한 생애설계의 필요성을 더욱 생각나게 하는 내용이다. 삶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한다사람은 어차피 죽는다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죽지 못해 안달난 사람처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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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보여 주는 반전사건이 있다. 이미 그는 오래 살지 못하는 질환이 있었던 것이다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 곁으로 더 빨리 가고 싶어 한 명분보다 현재 삶의 가치를 깨닫지 못해서 방황한 점이 안타깝다. 마음 붙일 사람과 일이 없다는 것은 우리 독거사가 늘어나는 한국의 현실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말투는 거칠어도 그는 강직하다. 모두에게 잔소리도 늘어놓고 매사에 화를 내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끝내 외면하지 못한다새 이웃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아이까지 봐주고 그들 때문에 발생한 과태료조차 자신이 낸다. ‘소냐의 제자였다는 이유만으로 두 청년을 먹여주고 재워준다자전거도 고쳐주고 소리 없는 지지자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는 죽으려고 결심한 사람과 상관없이 게속 일상을 이어간다. 마을회장까지 맡았던 오베다습관처럼 아침에 눈 뜨면 마을을 둘러보고 고장난 것이 없는지 살펴본다공동체의 물건도 관리한다이웃들은 그가 얼마나 마을을 사랑하는지 잘 안다그래서인지 이웃들은 염치 없을 정도로 그를 귀찮게 군다그들의 마음 밑바닥엔 오베에 대한 정과 그가 도와 줄 것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는 것이다.

지금은 등지고 미워하지만 한 때 마을 일도 함께했던 친구의 집도 보살핀다. 심지어 친구가 요양원에 강제로 입소될 위기에 처해지자 앞장서서 친구를 돕는데 성공함으로서 마을사람들은 하나가 된다마지막 외로운 순간에 길거리 고양이는 함께하는 존재가 된다장례식을 다녀간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살피는 오베의 행동을 따라한다어린 아이까지도!

 

이렇게 사람들과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며 변화하는 ‘오베의 모습은 외로운 꼰대가 아닌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의 모습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