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마다 마음의 창인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빛깔은 어떠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찬란한 어느 봄날의 산책길에서 마음이 자유롭고 평정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조그만 개천가 여기저기에 피어있는 노란 개나리꽃, 이름을 알 수 없는 흰색 들꽃, 연분홍빛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진달래꽃들을 오롯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며 봄의 찬란한 오색빛깔들을 만끽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신조어인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이들은 내면의 자기가 좋아하는 작은 것을 행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마음속에 불안, 두려움, 좌절감으로 가득한 사람들은 아무리 빛나고 아름다운 빛깔의 꽃들과 봄의 정취를 보아도 자기 고민에 휩싸여서 별 감흥이 없으며 불행하다고 이야기 한다. 특히 이러한 현상들은 조기 퇴직을 하여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는 50+세대를 통해 자주 목격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을 한국고용정보원이 2017년 추산한 결과는 남자는 52세 여자는 47세 이다. 특히 정년까지 일한 비율은 10명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20대 후반~30대 초반까지 교육을 받지만 막상 노동시장에 진입하면 50세도 채 못 되어 중심부 일자리에서 밀려 나간다는 뜻이다.
몇 해 전에 HSBC보험그룹이 세계 17개국의 경제활동인구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은퇴’하면 떠오르는 것」이라는 설문조사 분석보고서를 발표 한 적이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 두려움, 외로움, 지루함.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퇴’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주로 이런 것들을 꼽았다. 해외 주요 국가에선 주로 자유·행복·만족 등 긍정적인 단어를 선택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러한 설문조사 분석보고서 내용들은 필자가 상담센터에서 만났던 50+세대들을 통해 현장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다.
#1. A씨(55세). 대기업에서 27년의 직장생활 끝에 퇴직 한 A씨. 노부모님을 모시고 있으며 부부와 자녀를 2명(딸, 아들) 두고 있는데 큰딸은 대학생, 아들은 고등학생으로 한창 학비가 들어갈 나이다. 아내는 결혼 후에 둘째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으나 두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돌보느라 전업주부가 되어 경력 단절여성이 되었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불철주야 일에 몰두 하느라 가정에 소홀했다는 A씨는 퇴직 후 3개월은 자유롭게 시간들을 보냈으나 1년이 지난 지금은 미래에 대한 불안, 위축감, 외로움 같은 부정적 감정으로 앞이 캄캄하다고 말한다.
#2. B씨(60세). 공기업에서 관리직으로 30여년의 직장생활 끝에 퇴직 한 B씨. 분가 하여 홀로 사시는 어머님을 보살피고 있으며 부부와 출가한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50대 중반에 퇴직 하여 어려움도 있었으나 마음을 내려놓고 새로운 분야의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여 재취업하여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 마다 본인이 좋아하는 나무들과 다양한 꽃들을 가꾸고, 풍광이 아름다운 숲을 찾아가서 이름 모를 들꽃들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B씨는 퇴직 후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사고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맞이한 지금의 시간들이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50+세대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불철주야 일에 몰두 하다가 갑작스럽게 조기퇴직을 하고 가정으로 돌아오게 되면 사회적 지위와 함께 ‘경제활동 인구’ 라는 역할을 상실해 그 어느 때 보다도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서 불안, 위축감, 우울감과 같은 정신적 방황과 감정의 격랑에 휘말리게 된다. 그들은 남편으로서의 역할 수행, 자녀 양육과 교육, 연로하신 부모님을 돌보아야 하는 삼중고로 어려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신체적 변화 및 주기적인 건강문제에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 내 지위가 높았거나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한 남성일수록 조기퇴직으로 인한 상실감이 더 커지기도 한다.
그러나 직장을 조기 퇴직한 같은 50+세대라 하더라도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30년 동안 이루었던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생애전환시기를 맞아 철저한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행해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불안과 두려움의 깜깜한 어둠 속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둠을 뚫고 한발씩 계속 앞으로 나아가서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고 인생후반전의 자유로움과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다.
어둠을 뚫고 나와 내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찾자
누구나 살다보면 자기가 생각도 못했던 조기퇴직이라는 돌발 상황에 허둥대고, 부정적인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기도 하며 가끔은 인생이 얼마나 불공평한지 온 세상에 하소연하고 싶은 때도 있다. 하지만 오로지 ‘다시 일어서는 힘’을 통해서만 자신을 그 구덩이에서 꺼낼 수 있다고 리더십전문가인 존 맥스웰은 말한다. “현재의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안의 가능성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내가 과연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원하는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불안과 두려움의 어둠속에 갇혀 있는 50+세대라면 우선 어둠속을 뚫고나와 다시 일어서는 힘을 잃지 말고 마음을 열고 내안의 가능성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지난 주말에 라일락향기가 가득한 공원길을 산책하면서 길가의 여기저기 피어있는 은은한 자태의 들꽃들과 함께 행복한 봄날의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봄 길을 걸으며 현재 어둠속에 갇혀 있어 오색빛깔 봄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어둠을 뚫고나와 두려움과 외로움을 극복하고 인생후반전의 자유로움과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