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신중년은 100세, 혹은 120세까지 살게 될 것이라는 세간의 이야기에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얼마전까지 그들은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반가웠지만, 이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오래 살게 된다면 재무적인 문제는? 건강문제는? 자녀들에 대한 책임 문제는 어찌해야 하나?’ 등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우리 시대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백 년을 살아보니….’라는 그의 저서에서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까지이고, 80세부터 늙기 시작한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인생을 50세 즈음에 평가하지 말고, 80세에 이르러서 평가해보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이 역시 평소 우리가 전혀 생각해본 바가 아닌 기대수명의 연장에 따른 선구자적인 말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야할까?
우리는 부모님처럼 살 줄 알았다!
먼저 신중년 자신의 삶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한 번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부모님들의 삶과 동일한 패턴으로 살 것이라는 예상을 하였다. 다시 말해서 삶의 초반에는 교육, 중반에는 근로, 그리고 후반에는 은퇴한 이후에 삶을 마감하는 형태였다. 우리는 그런 삶을 보고, 자신의 삶도 그렇게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50대 초반까지는 부모님과 같은 형태의 삶을 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50대 중반 즈음에 이르러서 시작되었다. 양호한 건강상태와 기대수명이 예상과 달리 길어지면서 이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 아닌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필자도 어릴 때는 60~70세까지 살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40대 중반 즈음에 이르러서는 80세 정도까지 살 것으로 예상하였고, 현재는 100세 시대라는 동년배들과의 공통분모를 갖게 되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들의 자녀들은 120세의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그들도 어느 시점에서는 부모들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필자도 80세 삶에 머물고 있다가 ‘아뿔싸…이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적어도 100세 삶을 설계하고 있다. 부모님들의, 그리고 주변에서 보아왔던 다른 어른들의 삶이 내 삶의 형태와 다르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후반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렇다면 이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그리고 아직도 확실하게 예상되지 않는 오랜 삶의 시간으로 가득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면서 살아나가야만 할까? 필자는 아래 다섯 가지 순서로 ‘새로이 설계(*리디자인, redesign)’하는 방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순서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으나, 합리적인 방법으로 나열해보았다. 제일 먼저 해보아야 할 일은 ‘생각의 전환’이라는 큰 틀이다. 생각이 감정을 지배하고, 감정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미래를 기약해줄 평생학습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1. 생각의 전환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제 우리는 이전과 다른 생각으로 삶을 살아야만 하는데,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이야기를 젊은 시절에 꽤 들어보았을 것이다. ‘삶은 길고, 할 일은 많다!’라는 이야기로 바꾸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기존의 삶이나 생각에서 벗어나서 더욱 길어진 삶의 여정을 위해 새로운 생각을 해보자!
2. 새로운 생애설계 생각을 전환해보면, 당연히 새로이 생애설계를 하는 방법론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당연히 ‘일은?’, ‘재무적인 문제는?’, ‘가족 문제는?’ 그리고 ‘나의 책임은?’ 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새로운 생애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기존의 삶이었던 ‘교육 → 근로 → 여가(*은퇴)’로 이어지던 생애 분절적인 설계 사양을 ‘교육+근로+여가(*은퇴)’라는 생애 통합적인 설계 사양으로 바꾸어야만 한다. 새로이 생애설계를 하자!
3. 책임한계 명확화 삶이 길어진 만큼 필수적으로 자신의 책임한계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책임의 출발점은 가족이다. 자녀들의 교육문제 등 가족부양을 위한 벌이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즉, 언제까지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그 종료 시점은 언제인지? 새로운 나만의 삶을 꿈꿀 시발점은 언제인가?를 다 고려해보아야만 한다. 책임한계를 명확히 해보자!
4. 연결고리 찾기 책임한계를 명확하게 한 이후에는 ‘내가 가진 것’과 ‘미래의 삶에서 요구하는 것’들과의 연결고리를 찾아야만 한다. 이는 내 가치를 높이고, 나에게 적합한 미래의 삶을 찾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다수가 연결고리를 사전에 파악하지 않고, 출발하는 바람에 후반생에서 방황하거나, 더 이상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 연결고리를 찾아보자!
5. 평생학습 병행 위의 1~4항이 다 무리 없이 진행되더라도 필수적으로 오랜 삶, 그리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필수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은 ‘평생학습’이다. 이는 젊은 시절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부를 하는 형태의 학습’이 아닌 다른 형태로서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부담이 없는 학습’이다. 평생학습하자!
이제라도 다시 삶을 설계해보자. 이는 필수적으로 기존의 생각을 벗어나고 자신의 삶을 다시 설계한 이후에 지속적, 반복적으로 방향을 수정하거나, 실행하면서 보람찬 시절을 보내는 것이다. 여지껏 일반적으로 생각해오던 삶을 재해석하고 예상되는 새로운 삶과 현재 삶의 ‘차이’ 속에서 방향을 찾아보자. 다시 한번 신발 끈을 조여 매고,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