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의 운용 규모이다.

 

라임자산운용 1조 6600억

젠투파트너스 1조 900억

알펜루트자산운용 8800억

옵티머스자산운용 5500억

독일헤리티지DLS 4500억

 

환매 중단된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잘 하려다 시장이 받쳐주지 않아 돈을 잃은 예도 있고, 처음부터 작정하고 투자의 형태를 빌려 돈을 빼돌리려 한 예도 있다. 법적으로야 전자가 후자보다 죄질이 가볍지만, 투자자로서는 전자나 후자나 거기서 거기다. 뜯긴 내 돈은 돌아올 길이 없다.

 

 

사모(私募)펀드란 49인 이하의 투자자로만 구성된 펀드이다. 그런 면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公募)펀드와 구별된다. 당연히 규제도 적고, 투자 자산도 일반 주식, 채권과는 다른, 직관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속성을 지닌 자산이다. 이 동네는 애초부터 돈 많고, 아는 것도 많은 극소수의 투자자를 위한 영역이다. 몇천만 원, 몇억 원 가진 일반인이 아니라, 수십억, 수백억을 가진 극소수의 투자자가, 전체 투자 자산의 수익성을 향상하기 위해 일정 비율(예컨대 전체 자산의 10%)을 수익과 위험이 동시에 크고, 전통 자산(주식, 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은 대체투자 부문에 배정해 놓은 형태의 투자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운용에 관한 전권을 가지며, 수수료가 공모펀드의 10배 이상이다. 대신 투자자에게 공모펀드에서는 불가능한 수익률로 보답한다. 이대로만 되면 아주 이상적인 그림이다. 돈 넣기 전까지는 투자자가 갑이지만 일단 돈이 들어가면 갑, 을이 뒤바뀐다, 그래서 돈 넣기 전에 운용사를 잘 살펴보는 것이 무척 중요하며, 이를 due diligence라 한다. 일반 개인이 이를 수행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부문이 전문투자자들의 영역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과정을 판매사가 대신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일반 투자자는 판매 은행이나 증권사를 믿고 투자를 한다,

 

운용사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상식적인 주식, 채권 투자로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위험도 크고 예상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게 된다, 이전의 글에서 밝혔듯이 이 시장에 전문가란 없다. 그러니 예상이 맞을 확률을 50%라 하자. 운이 좋아 수익률이 높게 나오면 투자자도 행복하고 운용사도 행복하다. 성과가 좋으니 돈이 더 많이 모이고 운용사가 가져가는 몫은 더 커진다. 운이 나빠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우는 어찌 되는가? 펀드 청산하면 그만이다. 사기 칠 의도로 한 것이 아니라면 성과가 나쁘다고 민, 형사상 책임질 일은 없다. 펀드 청산하고 조용히 지내다, 시간이 흐른 후 다른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런 운용사의 도덕적 일탈을 걸러내야 할 처지가 판매사이다. 운용사란 대체로 한 줌의 운용인력이 만든 작은 집단일 뿐 가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사는 운용사를 제대로 due diligence 하지 못한다. 첫째, 실력이 달린다. 이 업계에서 능력 있는 사람은 운용사에 있지, 판매사에 있지 않다. 판매사 직원은 월급쟁이고, 운용사는 잘만 하면 1년에 평생 먹을 돈을 벌 수 있다. 둘째, 까다롭게 하기에는 이 시장이 너무 커졌다.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400조를 넘어섰다. 판매 수수료만 연간 몇조 원이 떨어지는 시장에서 나 혼자 깐깐하게 심사해서 운용사를 선별하면, 경쟁사보다 실적이 나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판매사에 의한 운용사 검증은 냇가에서 숭늉 찾기가 되어버렸다.

 

일반 투자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총 금융자산의 10%가 1억을 넘는가?

2. 사모펀드 투자설명서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읽고 이해할 수 있는가?

3. 개별 기초 자산의 변동성과 예상 수익률을 대체로 알고 있는가?

 

위 세 가지 질문에 하나라도 No가 나오면 투자하지 마라. 셋 모두에 Yes인 경우라도 이는 단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뿐이다. 다음 단계는 운용사에 대한 Due Diligence인데, 이는 개인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다. 결론적으로 사모펀드 투자는 선수들의 영역으로 남겨둬라. 날고 기는 선수들도 주기적으로 심한 내상을 입는 곳이 이 동네이다. 개인은 아예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사모펀드의 규모가 공모펀드를 훨씬 초과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돈이 몰리면 동티가 나기 마련이고 그것이 지금 사모펀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드러난 것이 전부는 아니며 앞으로도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될 것이다. 비슷한 일이 부동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사모펀드는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썩은 사과이다. 다시 말하지만, 저금리는 나이 든 사람에게 유리하다.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모자라는 부분은 지출을 줄여서 대응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