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통화 가능하세요?”
“---, ----”
거의 알아듣기 어려운 낮은 목소리가 들려 온다. 개인적으로 멘토링을 받기 위해 전화를 한 금년 75세의 정보시스템감리사이자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인 J선배와의 통화 내용이다. 문자로 답이 온다. ‘감리 중이니 나중에 연락할게요’. 그 날 오후 다시 통화했더니 또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집 근처 도서관이라고 한다. 낮에는 멀리 지방 소재 모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감리를 위해 지방 출장 중이였다 한다. 정보시스템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기술 발전이 빨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업무 수행이 어렵고 특히 젊은 세대 피감리기관 직원들에게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서도 최신 기술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는 것이다. 실제 J선배와의 통화는 매번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낮에도 밤에도 낮은 목소리 통화가 그것이다. 항상 일을 하거나 공부 중이라는 얘기다. “선배님 그렇게 하시면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계속 머리를 쓰니 치매 걱정하지 않고 용돈까지 버니 일석 3조인데 뭐가 힘들겠냐? “고 답한다. 현재 J선배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 과정도 수강하고 있다. 바로 이 선배는 필자의 인생2막 모델인 N잡러로 평생 현역의 길을 걷고 있는 평생 학습자인 것이다.
필자는 현재 중소기업 경영 컨설턴트, 스타트업 기업의 멘토, 직업상담사, 전지지원전문가 등으로 백세 시대 평생 현역의 길을 걷기 위해 N잡러로 활동하고 있다. 평생 현역의 길과 N잡러에 대해서는 본 칼럼난에 이미 필자가 기고한 바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평생 현역의 길을 걷기 위해 요구되는 평생 학습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현재 퇴직 베이비 부머들이 참여하는 일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단기간• 단시간 일거리나 일자리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급격히 변한 새로운 경제 사회 환경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역량과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면 현재의 일자리에서 버티기도 어렵고 그 일자리 마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던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을 믿고 따르다 보면 자칫 배곯기 십상인 세상이 된 것 같다.
베이비 부머들이 참여하는 대부분의 일거리들은 대체로 수입이 매우 낮고 일자리의 미래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백세 시대를 일을 통해 살아 내야 할 이들 베이비 부머들에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N잡러가 새로운 생존의 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평생 현역을 지향하며 새로운 일거리를 개발하여 다양한 일을 하는 N잡러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기 개발을 하기 위한 평생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평생 학습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게 평생학습이 필요하다는 기본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인생 1막에서는 초등학교부터의 의무교육과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국가적, 사회적으로 이미 마련된 교육 시스템과 함께 부모님이나 교사 등의 지도에 따라 자기 개발을 할 수 있었다. 인생 2막에서는 의무교육제도도 없고 누가 교육을 강요하지도 않으니 스스로 교육 훈련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자신에게 맞는 독자적인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자신의 인생2막을 위한 생애 설계시 함께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
다음은 어떤 분야 어떤 주제에 대해 학습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먼저 현재 하고 있는 일거리들의 미래 전망과 관련 기술의 변화로 인해 새롭게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등에 대한 교육 훈련 과제를 정리해 봐야 할 것이다. 다음은 일의 세계에 대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앞으로 나타날 일들 중 관심 분야나 유망 분야에 대한 지식 확보를 위해 필요한 교육 과정도 찾아 봐야 할 것이다. 일이나 직업 세계에 대한 각종 정보는 정부나 지자체 등의 관련 부서나 연구기관 등에서 구하면 된다. 일의 세계에 대한 정보와 트렌드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 고용정보원의 자료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국가평생학습포털은 평생학습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동 포털에서는 모든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평생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평생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 포털에서는 전국의 평생학습 정보 및 다양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온라인 콘텐츠를 한 곳에서 볼 수 있으며 취•창업등 직업능력개발, 비즈니스역랼 강화,자격증 취득, 외국어 및 교양 강좌 등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학습을 위해 일정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의 심리적인 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일부러 교육 시간을 할당하지 않으면 도저히 자기 개발을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연간, 월간, 주간 단위로 앞에서 정리한 다양한 교육 과제에 대한 학습계획을 짜고 이에 대한 필요 시간도 따로 배정해야 할 것이다.
평생 학습을 위한 교육기관은 각자의 교육 훈련 계획에 따라 찾아 봐야 한다. 새로운 학위 취득이 필요하면 대학원에 등록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매우 실용적인 분야에 대한 전공학과가 많을 뿐 아니라 교육 시간도 주중 야간이나 주말 과정이 많아 일을 하면서도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전문 분야 별 교육은 각 대학의 평생 교육원이나 폴리텍 대학,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직업 능력 개발원 등에서 온라인•오프라인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국가평생학습포털 늘배움(www.everyday.go.kr), 교육청 산하 지역 평생학습관서울시 평생학습 포털, , 경기도 지식 사이트 등에서도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용하고 있다. 물론 유로 민간 직업 훈련기관도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주요 대학과 연구 기관 등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전공 분야별 과목도 수강할 수 있다(www.kmooc.kr , www.kocw.net ,www.mooc.org 등). 특별히 다양한 기술•공학 이러닝 분야 교육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온라인평생교육원(e-koreatech.step.or.kr)을 추천한다.
교육비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과정 중에는 무료과정도 많이 개설되고 있다. 민간 유료 교육 훈련 기관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용센터에서 발급하는 평생내일배움 카드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 바우처 제도 등을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학습을 위한 동기 부여 방안도 필요하다. 스스로 하는 학습이다 보니 학습 수준을 평가해 볼 기회를 갖기 어렵고 학습 결과에 대한 보상도 없어 공부나 교육을 지속할 수 있는 동기를 갖기가 어렵다. 따라서 관련 과정에 대한 자격증 제도를 확인하고 자격증을 목표로 하면 빠른 시일 내에 해당 과목에 대해 정리하고 평가해 볼 수 있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시 보람도 느낄 수 있다. 관련 과목에 대한 국가 자격증이 있으면 이에 도전하고 국가 자격증 제도가 없으면 민간 자격증이라도 도전해 볼 일이다. 우리 주위에 다수 자격증 취득으로 항상 무엇인가 일을 하고 있는 베이비 부머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들도 처음에는 한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그 하나의 자격증이 발판이 되어 다른 자격증들도 계속하여 땄다고 한다.
이렇게 교육 훈련을 하려고 하면 주위에서 나이 들면 머리가 굳어지는데 공부 효과가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실제로 과거 20여년 전까지 만 해도 뇌과학자들 조차 인간의 뇌의 구조는 보통 20세를 지나면서 완성된 이후에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믿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통념은 최근의 연구 성과에 의해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신경계 구조는 환경, 경험, 신체 상태 등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계의 이러한 변화를 가소성(Plasticity)이라 한다. 가소성에 의해 신경계는 죽을 때까지 유연하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카텔(Cattell) 등의 인지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지능을 크게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과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유동성 지능은 시각이나 추상 관계 등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선천적으로 타고난 지적능력을 말한다. 결정성 지능은 판단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경험과 지식 등을 종합하여 사고하는 능력이다. 우리 베이비 부머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는 유동성 지능은 육체적 성숙과 더불어 정점에 이르고 점차적으로 서서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결정성 지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유지되거나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 들면 머리가 굳어 학습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은 빨리 버리고 바로 공부에 착수할 일이다.
이제 각자의 처지와 형편에 따라 독자적인 평생 학습계획을 수립하여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앞서 소개한 J선배와 같은 길을 걷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