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뒤를 돌아보며 이해하지만 앞을 보며 살아가야 한다.
(쇠렌 키에르케고르)
이번 글에서는 시니어 일자리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영역에서 일과 함께 보람을 찾는 주제를 얘기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겠지만 사실 경제활동은 기업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아직은 작은 영역이지만 성장하는 분야이다.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란?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같이 자본 중심의 기업이 아니면서도 경제활동을 하는 조직이 활동하는 영역을 의미한다. 형식적으로는 기업과 같은 경제활동으로 보이지만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일하게 창출하려고 노력한다.
사회적경제가 등장한 것은 기업중심 시장경제체제의 한계 때문이다. 기업은 영리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상품생산을 통해 경제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조직이다. 좋은 상품을 통해 사람들의 필요를 해결하는데 기업은 많은 기여를 했고 기업의 성장을 통해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기업은 때로는 이익이 적거나 이익을 달성하기 어려운 수요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중대한 질병을 해결하는 첨단의약품 값이 비싼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또한 기업활동과정에서 환경, 지역사회의 안전 등 공공의 가치를 훼손시키기도 한다. 경제적 목적만을 앞세울 때 기업은 사회전체의 이익을 훼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공공영역의 역할이다. 그런데 공공-정부, 지자체, 공공단체-은 공중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지만, 제한된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언제나 대응이 늦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이유는 일부 국가의 정부가 무능한 탓도 있지만, 사회의 복잡성을 해결하기에는 정부역량이 언제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경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시장경제와 공공정책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활동과 시민역량을 결집한 경제체계로서 등장한 것이다.
사회적 경제를 제 3섹터라고 부르는 이유는 기업, 공공 영역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영역으로 사회적 경제를 지칭하기 위한 것이다.
사회적 경제영역에서 일하기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경제가 등장한 지는 꽤 시간이 지났다. 1997년 IMF 경제위기를 맞아 한국 사회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량의 실업사태를 맞이했고 민간차원에서 실업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했다(함께 일하는 재단이 시초).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기업이 설립되었다: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위해 빵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장애인만을 고용하는 기업, 지역특산물을 가공해서 파는 마을 기업 등. 이후 고용노동부 산하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설립되어 보다 체계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장려하는 정책과 지원이 이루어졌다. 현재는 2000여개가 넘는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졌고,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사회적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매출액 등의 사업규모도 작고, 취업자 수도 적다.
그렇지만 대기업중심의 경제구조를 보완하면서, 자체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정당성이 있다. 비록 가능성의 영역에서 아직 인정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 경제체제의 실패를 보완하는 노력으로서 의미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사회적 경제를 진흥하는 정책이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입법(사회적경제법), 예산, 공공우선조달 정책, 민간기업과의 협력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점차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사회적 경제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과정에 있으며, 시니어에게 새로운 일터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경제는 민간 기업에 견줄만한 보상을 주지 못한다. 애초에 그런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구조가 아니다. 일에 대한 높은 보상의 원천은 이윤이지만 사회적 경제는 높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이윤에 앞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가치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돈보다도 의미와 가치가 일을 하는 이유가 된다.
공공 혹은 민간 기업에서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은 시니어는 사회적 경제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도 경제활동을 잘 해야 하고 결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산에 오르겠다는 사명감은 산에 오를 열정을 주지만 산을 오르려면 기술이고 능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혹 산을 깎아야 한다면 불도저를 운전해야 한다.
사업과 경영에 대한 지식, 여러 사람이 일을 해본 경험, 다양한 조직, 사람들과 자원을 나누고 제휴하는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사회적 영역은 기업만큼 충분한 자원이 부족하다. 충분한 자금, 충분한 인력이 부족하다. 시니어의 전문성은 사회적 경제영역의 조직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의미와 공헌
함께 살기 때문에, 각자가 기여하고 주고받는 삶은 소중하다. 각자가 기여하는 몫은 다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기여하는 몫이 커질 때 보다 좋은 사회가 만들어진다.
시니어에게도 공헌할 수 있는 몫이 있다. 사회적 경제는 개인으로서는 보람과 지위를 얻는 영역이자,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시니어가 거쳐 온 청년기에는 다양한 선택이 있었다. 공공영역, 기업영역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영역이었다. 사회영역은 소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영역이었다. 일자리를 선택할 때 일반적인 기준은 높은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지위였다. 사회영역은 경제적 보상보다는 보람과 의미가 중요하다. 물론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는 태도가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시니어세대에게 두 가지 모두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적다. 우선 사회영역을 둘러보기를 조언한다.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있는 자리라고 선택하라는 뜻이 아니다. 사회영역은 기업만큼 높은 보상이 주어지는 영역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일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오히려 봉사와 기여에 대한 높은 시민의식과 함께,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도 성과를 창출하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시니어에게는 지식과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있다. 이것은 사회영역에서 나름으로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자신을 통해 기여하는 몫이 분명하고, 변화를 만들 때 우리들은 보람을 얻고 의미를 충족한다.
당신의 몫은 보상만이 아니라 우선 역할이다. 사회영역에서 그 몫을 찾으라고 진심으로 조언하고 싶다.
돈과 가치가 양손에 있다고 생각해 보자. 저글링을 하는 마술사는 아슬아슬하게 두 공을 던지고 받지만 시니어가 돈과 가치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양손에 돈과 가치를 모두 가지기란 이제는 어렵지 않을까?
돈과 가치는 때로 양립할 수 있지만 시니어라면 큰 공, 작은 공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을 까 생각한다. 한때는 돈이 더 큰 공이었을 수도 있지만 시니어에게는 이제 가치가 더 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가치가 아주 크다면 돈이라는 공이 적더라도 커 보이지 않을까? 오히려 가치가 작다면 큰돈도 적게 느껴지지 않을까?
사회적 경제에서 일한다는 의미는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고, 작은 돈도 크게 느껴지는 경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