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은퇴 의사인 로젠은 중학교 밴드 교실에 가서 학생들의 악기 연주를 도와주는 일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2막의 삶을 즐긴다. 27년간 소화기 내과 의사로 일을 사랑하며 살다가 드디어 은퇴를 앞두었을 때 그에게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
바로 ‘밴드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62세에 은퇴하고 자신의 꿈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밴드 할아버지 로젠 박사
은퇴를 1년 앞두고, 은퇴해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던 중, ‘밴드 할아버지’라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자신이 학교 밴드 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밴드 교실은 성장기의 그에게 아주 행복한 장소였다.
밴드 반에서는 아이들은 로젠 박사를 그저 미스터 로젠 또는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다양한 종류의 악기 연주 방법을 배우는 중학교 6,7,8학년생을 도와준다. 이때가 중고교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로젠 박사는 운 좋게도 밴드 프로그램이 있는 곳에서 중고교 생활을 했다. 중고교 시절에는 연주를 했고 대학에서 잠깐 연주했지만, 의대 진학한 이후에는 연주를 접어야 했다.
다시 연주를 시작할 때는 이미 30대로 접어들었다. 내과의사 딕시랜드 밴드에서 연주하는 의사 몇 분을 만났는데, 그들은 튜바 연주를 하는 치과의사가 빠질 때, 대신 연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꺼이 승낙했다. 그렇게 다시 음악에 빠졌다. 마치 오랜 친구와 연주를 하며 재회하는 것처럼 기뻤다. 음악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매주 목요일 저녁은 밴드 리허설이 있는 중요한 날이라, 몇 달 전부터 근무 일정을 조정하고 목요일 밤에는 전화도 하지 못하게 했다.
은퇴를 앞두고 생각해낸 ‘밴드 할아버지’라는 아이디어를 지역의 심포니 오케스트라 및 학교 관계자들에게 이야기하자 모두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지역 중학교에 ‘밴드 할아버지’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현재 12명 자원봉사자가 각자의 임무를 맡아 매주 일정한 요일에 밴드 교실에서 아이들을 돌보아 주고 있다.
학교의 음악 교사는 밴드 할아버지 프로그램에 대해 대환영이다. 매주 로젠과 함께 일하는 음악 교사 스티브 미쿠레이는 밴드 할아버지 프로그램의 의의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학생에게 과제를 주며 연습실에 가서 연습하라고 말하지만, 그들을 감독해 줄 사람이 없을 때, 밴드 할아버지가 그들을 지켜봐 주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어른 한 사람이 곁에 있어 집중도가 높아지고, 음악 지식이 있는 그들로부터 도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 선생이 아니거나, 직업으로 음악을 가르치지 않았더라도, 그들은 음악인이다. 게다가, 의지할 수 있는 어른들이 일주일에 한 번 학생들의 생활 속으로 찾아온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좋다.
할아버지가 안 계시거나, 할아버지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그들에게 노인 롤모델이 있다는 것은 다른 어떤 곳에 가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밴드 할아버지 로젠 박사는 은퇴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내가 만난 은퇴자들은 현역시절엔 열심히 일했지만, 은퇴 전략이 없어서 좌절하는 사람이 많았다. 뭔가 신나게 하고 싶은 일 없이,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조언은 정말로 관심 있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들과 음악에 관한 사랑을 공유하는 로젠 박사의 사례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ㆍ인생2막에서는 자기가 성장기 때 좋아했던 활동을 다시 하는 것도 생활의 활력과 보람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제빵, 자전거 타기, 연기 활동을 좋아했다면 그런 것을
하면 된다. 로젠 박사에게는 그것이 음악이었다.
ㆍ은퇴라는 것은 단순히 일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은퇴를 하기 전에 무엇을 시작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찾는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로젠이 말하는 것처럼 해야 할 일에 대한 은퇴전략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