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에 도전하는 남자들
중년남성 요리교실, 손쉬운 한식 일첩반상 수업 스케치
“마누라가 어디 놀러 가도 나 혼자 밥 정돈 알아서 해 먹자 싶어 왔지요. 김치 맛있게 담그는 법 좀 알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선생님?”
“제가 여기에서 막내려나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준비하는 동안에 무언가를 배워보고 싶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수업 첫날은 어른이 되어서도 설레기 마련입니다. ‘모두의 부엌’에 들어선 수강생들은 처음 보는 얼굴들과 마주하고 있으려니 잠시 어색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첫 수업의 어색함을 느낄 새도 없이 출석을 확인하고 수업을 이끌 선생님의 소개가 이어집니다. 둘씩 짝을 이루어 한 조리대 앞에 섭니다. 지난 학기 강좌를 이어 듣는 수강생들이 그릇이며 도마의 위치 등을 알려주며 서로 돕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50+세대에게는 배려라는 덕목이 근사하게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남주 선생님이 강좌에 대한 설명과 레시피를 꼼꼼히 준비해 수강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교실 앞쪽에서 요리를 진행하는 내내 보여 주었습니다. 순서를 놓치거나 빠진 것은 없는지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탁! 탁! 탁! 집중해 칼질을 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아직은 삐뚤빼뚤하지만, 서툰 그 모양이 더 맛깔스럽게만 보입니다. 칼에 친해지는 시간, 새로운 자신의 모습에 친해지는 시간입니다. 하얀 김이 천장을 한 번 메울 때쯤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하얀 밥에 가을을 통째로 담은 듯 풍성한 버섯덮밥, 부추가 넉넉히 들어간 오이소박이가 근사한 한 끼 밥상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넉넉히 완성된 요리를 한 입 맛보여주고 싶은 가족을 위해 준비해온 그릇에 조금 담고, 나머지는 나를 위한 밥상으로 차려냅니다.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수업을 한 번 같이 들었을 뿐인데 함께 둘러앉아 밥을 같이 먹는 수강생들과 한 식구가 된 듯 정겨운 마음이 듭니다. 이남주 선생님은 오이소박이를 담다가 남은 부추로 뚝딱 부추장떡을 부쳐 내놓습니다. 그 옛날 임금이 대장금에게 받았던 한 상도 ‘모두의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이 한 상의 의미에는 못 미칠 것입니다.
Mini Interview_이남주 엘마드레 대표
"품격 있는 한 그릇, 나와 가족을 위해 준비해 보세요!"
“엄마, 저 현장학습 가요. 김밥 3줄만 싸주세요.”
“왜 3줄이야?”
“김밥 못 싸 오는 친구 주려고요.”
“그럼 2줄만 싸면 되는 거 아니야?”
“엄마는 참…. 그 친구만 주면 부끄러울 수 있잖아요. 한 명 더 같이 주려고요.”
엘마드레는 성북구를 기반으로 한 외식업 기업이에요. 경력단절 여성과 취약계층 아동을 먹거리를 통해서 후원하는 사회적기업이기도 합니다. 현재 성북정보도서관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성북문화재단의 무료 프로그램 행사 지원 등에 참여하고 있지요. 몇 년 전 어린 딸의 기특한 부탁에 사회참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의 엘마드레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중년남성 요리교실이 시작될 때도 그 취지에 공감하고 좋은 마음으로 함께하게 되었는데, 그 인연이 길게 이어져 이번 학기에도 수업을 맡게 되었네요.
남성분들이고 어르신들인데 어렵진 않으냐고요? 왜 어렵지 않았겠어요. ‘내가 이런 걸 할 사람은 아닌데 한 번 와봤다’는 식으로 계시다가 첫 수업 후 사라진 분도 계셨어요. 배우고는 싶지만, 남자가 요리한다는 것이 어색하셨던 거죠. 첫 수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분들에게 맞춰드리려고 애쓰고 있어요. 삼시 세끼에 대한 중요함, 자신이 직접 요리한다는 즐거움 등 마음속에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은 대단하시다는 걸 느꼈거든요. 게다가 한해가 지나면서 남자가 요리하는 것에 대해 벌써 그분들의 생각이 많이 변하고 있었지요. 지금은 다들 며느리처럼 보아 주시고 계세요.
첫날은 칼질에 대해 익숙해지기 위해 조금 고되셨을 수도 있지만, 커리큘럼에 있는 한식은 비교적 만들기 쉬운 구성으로 되어 있어요. 다만 그 간단한 요리에도 씻고 다듬고 정리하는 등의 많은 단계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시죠. 이곳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다시 해보시던 해보지 않으시던 집에서 밥을 해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은 더 커졌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저희 수업은 커리큘럼에 없어도 같은 식재료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팁을 드리고 있어요. 아까 부추가 남은 것으로 부침개도 부쳤잖아요. 오이도 볶으면 그 맛이 다르거든요. 수강생분들이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해 보실 수 있게 가르쳐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 수업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분들이 오고 계세요. 그래서 즐겁죠. 레시피의 규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요리를 하면서 함께 배려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업 자체가 주는 의미가 저에게도 커요. 저를 필요로 하지 않으시는 순간까지 열심히 함께할 생각이에요. 제 목표는 ‘아, 이 수업 재밌네.’, ‘남자도 요리를 배우기 어렵지 않구나.’, ‘시작해 보자.’라는 말을 듣는 거예요. 앞으로도 ‘중년남성 요리교실’의 다양한 수업에 많은 관심 가져 주세요.
50+ 버섯덮밥 레시피_
한식에 있어 칼질은 요리의 완성도와 안전을 위해 꼭 숙련해야 할 기술입니다. 칼질의 고수로 거듭날 수 있는 연습을 원하신다면, 단연 버섯덮밥을 추천합니다.
* 재료(2인분)
주재료 : 새송이버섯 2개, 표고버섯 3개, 팽이버섯 1개(쉽게 구할 수 있는 버섯을 3종류 이상 준비하면 된다.),
양파 1/2개, 당근 1/4개, 고추 1개, 대파 1개, 마늘 1T, 식용유 약간, 전분 약간, 물 1/2컵, 참기름 1T, 깨소금 약간
양념장 재료 : 굴 소스 2T, 간장 1T, 설탕 1/2T(또는 올리고당 1T)
* 만드는 방법
- 야채와 버섯은 다듬어 슬라이스 한다.
-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고추를 살짝 볶은 후 당근, 양파를 넣어 볶는다.
- 버섯을 모두 2에 넣고 볶은 후 굴 소스를 넣어준다.
- 버섯이 부드러워지면 물을 붓고 풀어놓은 전분으로 농도를 맞춘다.
- 참기름을 넣고 불을 끈다.
- 완성된 재료를 밥 위에 부은 후 깨소금을 뿌려 마무리한다.
50+ 오이소박이 레시피_
함께 곁들이면 좋은 오이소박이도 만들어 보세요. 오이소박이에 넣기 위해 준비하는 양념하기 전 속재료는 된장찌개에 넣어도 좋답니다.
* 재료(2인분)
주재료 : 오이 4개, 양파 1개, 당근 1/3개
절임물 재료 : 굵은 소금 4T, 물 800mL
양념장 재료 : 고춧가루 4T, 다진 마늘 1t, 멸치액젓 2T, 설탕 1T, 새우젓 1t
* 만드는 방법
- 굵은 소금으로 오이를 문질러 씻은 후 +자 모양으로 잘라 절임물에 20~30분 담가둔다. (오이가 제철이 아닐 때는 오이의 짙은 색 끝부분의 껍질을 벗겨내면 쓴맛이 줄어든다.)
- 부추, 양파, 당근을 같은 길이로 채 썰고, 양념잠은 배합하여 준비한다.
- 부추, 양파, 당근과 양념장을 섞어 속재료를 준비한다.
- 절인 오이의 수분을 잘 빼주고 준비한 속재료를 칼집에 골고루 넣어 준다.
- 하루 정도 숙성하여 완성한다.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