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대의 배움과 사회참여, 왜 우리는 다시 배워야 하는가?

정광필, 현길용, 서하경 50+인생학교 학장단이 전하는 이야기 

 

 

(왼쪽부터 서하경 강사, 정광필 학장, 현길용 강사)

 

대한민국 교육에 혁신을 몰고 온 이우학교의 설립자, 정광필 학장. 30년 경력의 IT전문기업인 출신, 현길용 강사. 연극연출가이자 교육연극지도사, 서하경 강사.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력을 쌓아온 이들이 ‘50+인생학교’라는 이름으로 모인 까닭은 무엇일까요? 또 이들이 우리의 중장년층에게 ‘또 다른 학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50+인생학교’는 어떤 곳이며, 50+세대가 왜 다시 배우고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50+인생학교’ 학장단 정광필 학장과 현길용 강사, 서하경 강사에게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나를 내려놓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할 때 _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50+인생학교 1기 활동 모습)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하면 ‘50+인생학교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먼저, ‘50+인생학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광필  50+인생학교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 해 왔지만, 50+인생학교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50+세대는 시간과 체력, 건강과 노하우, 지식이 넘쳐나는데도 정작 사회에서 제대로 일할 곳이 없습니다.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더 많은 중장년층을 위해 하나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고민 끝에 탄생한 곳이 바로 50+인생학교입니다. 50+인생학교를 통해 50+세대는 자신을 재발견하고, 인생 후반기를 함께 할 든든한 동료를 만나게 되며, 자신의 인생에서 뺄 것과 더할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현길용  그렇다고, 어렵게 접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 또한 인생 2막을 고민하며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던 중 50+인생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50+인생학교에 지원서를 쓰는 동안 제 인생을 뒤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인생 2막에 대해 다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자신에 대해 뒤돌아보는 그 과정부터가 50+인생학교의 시작이었습니다.

 

 

50+인생학교는 50+세대의 배움과 사회참여를 목표로 합니다. 왜 이미 많은 노하우와 지식을 쌓아온 50+세대가 다시 배워야 할까요?

정광필  앞서 말씀드린 대로 50+인생학교는 50+세대에 대한 역할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50+세대는 계속 늘어날 텐데, 이대로 방치하는 것이 맞는가. 이 세대가 사회에 하나의 도움이 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50+세대에게는 전환점이 필요했습니다. 50+세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에서 대접받는 것에 익숙한 세대라는 점입니다. 예전과 같은 위치의 일을 찾을 수는 없는데, 목에 달린 깁스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스스로 좁히는 꼴입니다.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나를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남은 50년은 가족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의 사회에 잘 길들이기 위한 매뉴얼화 된 교육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50+세대에는 새로운 나를 조망하기 위한 배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50+인생학교는 50+세대가 그 배움을 시작하는 곳입니다.

 

 

완벽해야 하고 실수를 용납할 수 없었던 자신을 이제는 내려놓자.

학교라는 공간에서 나는 부족하고 비어 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현길용 강사님과 서하경 강사님은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50+인생학교에서 서로 1기 학생으로, 정광필 학장님은 두 분과 사제지간으로 만난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데, 각자 첫인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정광필 하하. 이제는 우리 모두 파트너입니다. 두 분 모두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50+인생학교가 자리를 잡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현길용 솔직한 심정으로 ‘아니, 이렇게 젊은 사람도 인생학교를 오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하. 청바지에 염색한 머리를 잊을 수 없네요. 심지어 같은 조였죠. 결론은 진심으로 좋았다는 말입니다. IT업계의 회사원으로 살아온 제가 50+인생학교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연극을 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겠습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성향, 다른 경력을 가지고 모였기에, 50+인생학교에서의 첫 만남부터가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서하경 저는 연극연출, 연극치료를 하고 있고, 50+인생학교 부학장이신 구민정 교수님의 제자였습니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50+인생학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지만, 평소 정광필 학장님의 선한 인품에도 크게 매료되어 있던 터였습니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본업이었던 수학강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연극을 하게 된 후라 선한 의지를 갖추고 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도모해 가는 분들과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학장님이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듣고 싶었고, 직접 많은 대화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막상 50+인생학교에서 만나 뵈니, 학장님과 50+인생학교의 여러 학우분이 진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겁니다. 하하. 술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침이 밝아오곤 했죠. 정광필 학장님과 현길용 강사님은 집 안의 큰 형 같았습니다. 지금도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늘 격려해 주십니다.

 

 

서부캠퍼스와 중부캠퍼스의 커리큘럼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각 캠퍼스의 50+인생학교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현길용 50+인생학교의 커리큘럼은 학장님과 부학장님이 만든 큰 틀 위에 학장단 회의와 참여자의 의견이 더해져 늘 보강되고 있습니다.

서하경 수업 방식은 틀에 박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바뀌기도 합니다. 그것이 50+인생학교 수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길용 절대적으로 참여형입니다. 저는 전에는 이런 식의 수업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 놀랐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마루 교실에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하나의 기준으로 조가 나누어지고 조별로 주제가 정해져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어색할 법도 한데, 하나의 작은 공통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활기를 띠게 됩니다. 같은 추억에 공감하게 되고, 그것을 다 함께 직접 해봅니다. 체면을 차리던 아줌마, 아저씨가 어린 시절의 친구가 되어 서로 친해지는 놀라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워밍업 수업은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밑바탕이 됩니다. 처음에는 ‘인생학교가 뭐지? 그냥 한 번 들어볼까?’ 했던 사람들이 ‘다음 수업에선 뭘 할까?’라며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50+인생학교를 찾고 있습니다. 50+인생학교에 다니는 분들의 눈빛이 바뀌는 모습을 모두 직접 확인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업 분위기는 어떤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일까요?

서하경 구성원간에 친해지고 수업 분위기는 좋아질 수밖에는 없죠. 저의 닉네임은 달용이입니다. 50+인생학교의 모든 분은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고 있습니다. 친근함이 남다릅니다.

현길용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다 보니, 서로 전에 무엇을 했던 사람인지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게 되더군요.

서하경 그렇죠. 50+인생학교의 첫 번째 ‘내려놓기’가 시작되는 부분입니다. 온전히 현재의 나와 상대방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정광필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1박 2일 별을 보며 진행됐던 수업 후 한 뒤풀이 자리입니다. 참가자 모두가 한 사람씩 일어나 시를 한 구절씩 읊었습니다. 놀랍고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인생학교가 50+세대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리라 기대하십니까?

정광필 50+인생학교의 목표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면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의 과정과는 다른 훨씬 다이내믹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잘하려고 하지 마라. 완벽하면 곤란하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동안 배운 것과는 다른 과정들을 겪으며 사회생활 속에서 성과를 이루어 오는 동안 몸에 밴 긴장을 덜어내게 되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하게 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알게 되는 것입니다. 내 동료에게 자연스럽게 속내를 드러내는 순간, 자신과 함께하는 이들과 진심으로 함께하게 되고 소통하게 됩니다. 나아가 50+인생학교를 통해 소통하기 시작한 50+세대는 시대의 혜택을 받아온 세대로서 상대적으로 힘든 지금의 세대와 긍정적으로 소통하고 함께하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50+인생학교에 대한, 더 크게는 50+의 배움과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서하경 50+세대의 열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50+인생학교와 같은 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홍보가 잘 되면서 오히려 젊은 세대의 관심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준비가 안 된 곳이 너무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50+세대를 위한 강좌를 운영하는 지자체 센터도 늘어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수업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곳도 많습니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경험한 것을 50+인생학교의 교육과 똑같이 생각하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현길용 50+세대의 교육에는 MSG가 필요합니다. 예전에 저도 국내 명문대학교 한곳에서 비슷한 강좌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일방향 강의이다 보니 수업이 끝난 후 남는 건 텍스트북 하나뿐이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수강생끼리 맺게 되는 새로운 관계에서의 배움은 어떤 명강의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50+의 배움과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함께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합니다.

정광필 50+세대에게 필요한 배움은 프로그램식 접근 교육으로는 확실히 한계가 있습니다. 문화센터나 강좌로만 접근했던 모델이 아닌, 교육과 커뮤니티 등을 포괄한 폭넓은 토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50+세대에게 필요한 배움과 사회참여를 고민하고 준비할 때, 그들의 관심과 참여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생학교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광필 향후 2~3년 내에는 50+인생학교가 더 큰 발전을 이루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단계에서는 좀 더 내실을 키우고 집중해서 정형화된 모델을 세우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50+인생학교는 먼저 준비가 마치고 폭넓게 집중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서하경 저와 현길용 강사님은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50+인생학교 1기로서 그 배움을 다시 중부캠퍼스 50+인생학교의 강의로 되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50+세대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딱딱 짚어낼 수 있는 현장감이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회를 많은 수강생분도 함께 갖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길용 50+인생학교 전 기수가 모이는 불광의 밤 행사가 기다려집니다. 가을에도 50+인생학교 각 기수가 참여하는 많은 행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끈끈한 유대로 늘 함께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50+인생학교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