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관 탐방기 :

도심 한복판에서 한식의 새로운 맛과 멋을 만나다 

 

  

서울의 여름이 덥다. 연일 33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니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기게 된다. 문 밖을 나서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 편히 쉴 만한 곳을 찾게 된다. 이럴 때 다리 밑 그늘에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청계천이 떠오른다. 서울 한복판 종로와 을지로 사이를 가로지르는 청계천은 이제 시민들의 시원한 나들이 장소로 자리를 잡았다.

 

청계천에 나왔다면 옛 한국관광공사 자리에 위치한 한식문화관에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한식문화관은 한식을 직접 맛보고 즐기면서 한식의 역사와 전통을 알 수 곳으로, 최근에 특별한 메뉴들이 추가되었다.​ 해외 한식당에서 인기를 끄는 메뉴를 반영해 선정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세계인을 위한 한식 10선’이 그것인데, 강원도 지역 특산물인 메밀과 감자, 옥수수와 황태를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다.

 

 

 

 

문화관 4층에 자리한 한식체험관으로 들어서니 널찍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와이셔츠 차림의 청계천 인근 직장인들이 여름 별미 콩국수를 먹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체험관 한 쪽에서는 평창올림픽 10선 메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버섯옥수수죽, 메밀감자비빔밥, 간편잡채, 롤삼계탕, 단군신화전, 영양한우갈비탕 등을 앞에 놓고 무얼 고를까 망설이다 모던 불고기와 황태구이덮밥을 주문했다. 음식이 요리되는 동안 식당 안에 불고기향이 퍼지니 입에 군침을 돌았다. 모던 불고기는 어떤 맛일지 기대감이 생겼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상차림이 나왔다. 모던불고기는 국물 없이 바싹 익힌 한 입 크기의 소고기를 상추와 쌈무에 싸서 먹게 되어 있었다. 보통의 불고기가 소고기와 야채를 넣고 한 번에 볶아 조리하는 것과는 달리 모던불고기는 바싹불고기처럼 조리된 고기를 채소와 같이 한 입에 먹도록 만든 퓨전요리였다. 강원도 특산물인 황태로 만든 황태덥밥도 이채로웠다. 황태 보푸라기를 넣어 지은 황태향을 살린 밥에, 양념장을 발라 구운 황태를 잘게 찢어 올려 비벼먹도록 했다. 자극적이지 않고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메뉴들은 한식의 정체성은 살리되 트렌드를 반영해 새로운 모양새를 갖추었다. 한국의 대표보양식 삼계탕은 롤 형태로 한 입에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고, 강원도 전통 식재료인 메밀과 감자를 이용해 만든 비빔밥은, 비빔밥에 쌈을 싸서 먹는 새로운 방법을 접목했다. 이곳에서 맛보는 한식 10선은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경험하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한국 사람들도 한식이 가지는 맛과 멋을 새롭게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류 열풍을 타고 케이팝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푸드(K-Food)를 즐길 수 있는 곳이어선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있었다. 함께 간 친구는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한식이라는 컨셉이 독특하다며 관광객이 된 기분이라고 즐거워했다. 전통 차와 음료, 다과를 즐기며 쉬어가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또 한식문화관에서는‘한식배움터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어 일정을 잘 맞추면 한식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곳에는 한식 외에도 한국문화를 체험할 거리들이 많이 있다. 3층에 있는 전시관은 24절기 식재료와 한식에 담긴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인데 전시공간도 아름답고 볼거리도 많다. 한지부채나 한지열쇠고리 만들기, 한복무료 대여 등 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내국인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2층에서 5층까지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며 즐거운 체험을 하는 동안 바깥의 더위는 까맣게 잊게 된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고 여럿이 와서 한식을 맛보고 다야한 체험을 하기에도 좋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도심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쾌적하고 즐거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