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라 50개 공익 프로젝트를 하자
우리나라에서도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출산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한 후, 자녀들이 다 성장하게 되면 자신의 새로운 인생 2막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에 사는 ‘에이미’(50세)는 전업주부다. 그녀가 자신의 인생 2막을 찾아가는 방식은 독특한데, 관심이 있는 전업주부들이 참고하여 적용해볼 만하다.
몽고메리 카운티의 ‘올해의 자원봉사자’ 상을 수상한 후 연설하는 에이미
에이미는 자신의 50세 생일을 1년 앞둔 49세 때 자신의 인생 2막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업주부들은 자녀들이 다 성장을 하고 나면 빈 둥지 증후군이라 하여 상실감, 공허함 같은 것을 느끼면서 뭔가 새로운 할 일을 찾게 되는데, 에이미도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에이미는 스물아홉 살 때, 첫아들을 낳고, 2년 후에 딸, 또 3년 후에 딸 하나를 더 낳아서, 20년 동안 세 아이를 키우면서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그녀는 결혼 후 처음부터 전업주부는 아니었다. 변호사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법대를 갔고, 졸업 후에는, 지역 법률 센터에서 지역 주민을 위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 변호사로 일했다.
고등학교 졸업반 무도회 파트너였던 지금의 남편과 스물네 살 때 결혼하고, 5년 후에 첫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 변호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어릴 적부터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변호사의 길을 그만두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예쁜 아기를 두고 가정 밖으로 일을 하러 나간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변호사 일은 나중에 다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가족들과 상의하여 일단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정하였다.
그렇게 해서 둘째, 셋째까지 키우게 되었고, 세상을 구하겠다는 젊은 여성 변호사는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는 엄마가 되었다. 그동안 아이들은 자라서 각각 21살, 19살, 16살이 되었다.
에이미도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29세의 젊은 엄마가 내일이면 50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다. 어느 날 에이미는 자녀들이 이제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추구하며 열심히 자기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또 남편이나 친구들이 자신들의 직업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는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또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는 슬픈 일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미는 실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생활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선 예전의 변호사 일로 돌아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20년 동안 주부 일은 열심히 했지만, 그것이 변호사 일을 다시 하는데,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고민을 계속하는 가운데, 49세 생일을 몇 주 앞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무엇을 하겠다는 최종 목표를 지금 찾지 못하면 어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지금 정확히 알지 못하면 어때? 그 답을 지금부터 1년 동안 찾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에이미 씨는 50세 생일 전까지, 1년 동안 50가지의 공익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한 주에 한 개꼴로 하는 셈인데, 벅찰 수 있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무작정 아무 곳에 가서 아무 활동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선, 공익 활동을 하는 단체를 조사하고, 그중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신청해서 참여하기로 했다.
이런 방법은, 인생 2막의 목표가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고, 다만 공익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을 때, 처음의 한 걸음을 내딛는 데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을 공개적으로 지키기 위해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고, 블로그의 이름을 “나를 따라 50개 공익 프로젝트를 하자”라고 정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자신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이러한 활동이 자기에게만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 블로그를 보면, 그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공익 활동에 동참할 수 있게 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바람이 있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그 지역의 강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졸업한 대학의 동문회에서 매주 일요일 그 강을 청소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알고 찾아갔더니 동문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런 인연이나 관계가 있는 곳에서 시작하게 되면 첫발을 내딛을 때의 어색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첫날, 본인 스스로 작은 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가면서 강에 버려진 빈 병을 비롯한 온갖 종류의 쓰레기를 하루 종일 100kg 수거했다. 온종일 땀 흘리며 힘은 들었지만, 지역의 강을 살리는 데 기여했다는 뿌듯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에이미가 느꼈던 빈 둥지 증후군이나 아버지의 별세로 인한 상실감 같은 것은 이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청소를 마치고 보트에서 내려왔을 때, 모든 것이 눈 녹듯이 다 사라졌다고 한다.
그 후 1년 동안 50개 공익 프로젝트를 모두 수행했는데, 두 가지만 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그 가운데 하나는 외국에서 미국에 도착하는 난민들이 살 수 있도록 가정을 꾸려주는 일이었다. 난민들을 돌봐주는 단체와 함께 일했는데, 참여자들이 각자의 집에서 필요한 가구나 물품을 가져와서 난민들의 아파트에 가구를 설치해주고, 침대도 마련해주고, 주방을 꾸며주고, 식사도 제공해주었다.
또 하나는 민주주의 훈련 캠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는 먼저 예비 선거를 통해 각 당의 후보를 뽑고, 여기서 뽑힌 각 당의 후보에 대해 나중에 본 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본 선거에는 많이 참여하는데, 예비 선거에는 참여율이 좀 낮아 이 지역의 하원의원이 예비 선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민주주의 훈련 캠프를 운영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한 다음, 거리에 나가 시민들을 만나 투표에 참여하도록 종용하는 프로그램인데, 에이미는 여기에 참여하여 활동했다. 시민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과정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에이미는 이러한 활동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자신이 느낀 점을 자기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블로그를 본 사람들은 댓글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 가운데 몇몇 사람들은 에이미 씨처럼 50가지의 공익 자원봉사 활동을 정해서 실천에 옮기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에이미는 더욱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에이미는 이런 활동을 하다 보면 어떤 하나의 목표가 찾아져서 그 길을 가면 인생 2막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자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자원봉사활동을 널리 알리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배우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격려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깨달은 점은 진정한 자기가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자기를 찾아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도 이런 공익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녀의 적극적인 봉사활동이 높이 평가되어 에이미는 지난 4월 말 그녀가 사는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올해의 자원봉사자’ 상을 받게 되었다.
그 밖에도 에이미는 이 50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의 하나였다고 한다. 이전에는 에이미의 인간관계는 소수의 친한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이젠, 과거에는 남이었던 사람들이 이런 자원봉사활동을 통해서 이제는 나의 이웃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또 하나의 보람은 자기 지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과제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던 점이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점이나 과제가 남의 일이었으나, 이제는 내 이웃의 문제,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가 되었고,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데서, 자신의 소명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출처: www. secondact stori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