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윤철 님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사회적 균형을 위한 공익지식전문가 그룹’인 ‘소셜 밸런스(Social Balance)’의 이영동 대표로부터였다. 이 대표는 50+의 사회공헌과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던 남부캠퍼스의 제안으로 2019년 1월과 봄학기에 ‘소셜 비즈니스’라는 강좌를 개설했고 남부캠퍼스 소속 50+ 시민기자였던 나는 홈페이지에 실릴 강좌 소개 글을 쓰기 위해 그를 인터뷰했다. 인터뷰 도중 이 대표가 자기 회사에 50+ 서부캠퍼스 출신의 유능한 인재를 영입했노라고 말했다. 그분이 사회에서 했던 경험이 회사가 추구하는 50+ 사업과도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면서. 순간 나도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부러운 마음과 함께 유능하다는 그 인재는 과연 어떤 분일까 궁금해졌다.
이영동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볼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에 ‘소셜 비즈니스 아카데미’ 강의를 신청했다. 그 덕분에 소셜 밸런스에서 50+를 담당하던 이윤철 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윤철 님은 젊은 강사진과 50+ 수강생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때로는 수강생들과 뒤풀이를 하며 50+가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기도 했다.
여행기획학교 수료 후(2018. 11)
나는 고등교육의 수혜를 받고 1988년 이후 경제적 풍요를 누린 우리 50+세대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젊은 세대가 감당해야 할 사회경제적 짐을 함께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윤철 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는 1992년 무렵부터 2010년까지 중앙부처의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그때 OECD 국가의 국가경쟁력에 관한 보고서들을 접했는데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과 생산성이 OECD 국가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고 위기감을 느꼈다 한다. 그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생산성 저하를 막을 대안으로는 50+의 활발한 사회참여에 있다고 말한다. 50+들이 그동안 쌓아온 회계, 홍보, 마케팅, 조직관리, 등의 노하우를 청년 기업,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 등에 전수함으로써 젊은 세대와 50+의 기업 활동을 도와, 우리 경제의 동력을 살리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그를 만나 궁금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선생님께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저를 내어놓기에는 부족한 보통 사람,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제 고향은 충남 예산의 작은 농촌 마을이었는데 우리 집은 몹시 가난해서 주로 보리밥과 나물죽을 먹고, 책보자기에 고무신을 신고 학교에 다녔습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대학 진학에 실패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재수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1976년 총무처 5급 공무원(지금의 9급)시험을 치르고 공무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저는 주로 서울시교육청, 과기부, 교육부 등에서 근무한 후 4급으로 정년퇴직했습니다. 배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공무원 시절 초기에 야간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했습니다. 지금도 방송통신대학 정보통계학과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저는 저 자신의 능력보다는 부모님, 아내와 가족들의 헌신, 직장과 사회에서 만난 많은 분들의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아 성장했기에, 스스로를 행운아였다고 생각하며 모든 분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2. 퇴직 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2017년부터 50+ 서부캠퍼스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2017년 가을부터 협동조합 제대로 탐구하기, NPO 코디네이터 양성과정, 2018년 봄 사회적기업 핵심인재육성 프로젝트(2기)와 인생학교(5기)를 수료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SE펠로우(Social-Economy Fellow)를 거쳐 2019년 6월까지 ‘소셜 밸런스’에서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10년은 사회적 공헌을 위해 노력할 참입니다.
NPO 코디네이터 양성과정 수료 (2017. 11) 에이지솔루션 김성애 대표(오른쪽)와 함께
사회적기업 핵심인재 육성프로젝트2기 수료(2018. 4)
신철호 (주)상상우리 대표(왼쪽), 이윤철(가운데), 황윤주 50+서부캠퍼스 교육상담팀장(오른쪽)
그 다음 10년은 봉사 활동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제가 가톨릭 신자인데 가톨릭 신앙이 저 자신과 타인에게 너그러운 태도를 갖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신앙과 관련된 곳에서 나눔과 봉사를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그 이후에는 취미활동이나 저술 활동을 하며 인생을 정리하면 좋겠지요. 철학자 김형석 선생님이 “100세를 살아보니”라는 강연에서 60~75세까지가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였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그 말씀대로 평생 꾸준히 공부하고, 성장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3. 선생님이 꿈꾸는 삶은 어떤 것입니까?
제 가장 큰 바람은 죽는 순간에도 내 인생을 아름답게, 후회 없이 살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버킷리스트의 작은 꿈들을 한 가지씩 성취해 나가는 것입니다. 세 번째,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과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배려하며, 선한 영향력과 평화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4. 50+재단의 정책 방향에 대해 한마디 해주신다면?
50+재단에서는 지금도 보람일자리 등 많은 사회공헌 사업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철저한 수요조사와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했으면 합니다. 일례로 SE펠로우 사업을 수행할 때 청년 고용과 연계한다든가, 청년들과 실질적인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과 50+플랫폼을 발굴하는 데 힘써 주셨으면 합니다.
5. 50+로서 50+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세계 경제의 후퇴까지 경제성장의 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50+의 사회 기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50+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 맞는 동료들과 다양한 활동에 적극 참여해서 생산성 향상과 국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해주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충분히 그럴 힘이 있고 잘 해낼 수 있습니다.
50+남부캠퍼스 ‘사회적 비즈니스 아카데미’ 첫 강의 후 (2019. 3) 수강생들과 ㈜소셜 밸런스 임직원과 함께
이윤철 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가진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스물 초반, 내가 우리 사회에 대해 느꼈던 책임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윤철 님은 그 책임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자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도 의미 있게 살아가는 길이 될 것이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바람과 노력이 꼭 현실이 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