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에서 새로운 일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해왔던 경력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분야로 전직을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미국 뉴저지에 사는 돈 헤세머(62)는 환경컨설턴트로 38년간이나 일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은퇴할 날을 손꼽는 61세의 나이인 2018, '호스피스 채플린'으로 경력을 전환하여, 보람 있는 삶을 시작하였다.

그는 현재 임종의 힘든 순간을 맞이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 곁에서 통증 및 심리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완화하는 호스피스 업무를 일주일에 40시간 일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소식을 처음 접하곤 그 일을 어떻게 해? 끔찍하고 힘들겠다!라고 말하며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일을 찾는 데 거의 40년이나 걸렸지만, 그는 부름을 받아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소명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의 경력 재창출 과정은 신중하고 꾸준히,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어 소개한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를 돌보고 있는 돈 헤세머(왼쪽)

 

1. 돈 헤세머의 경력 전환 과정

어린 시절과 첫 직장

'호스피스 채플린'이란 직업은 아무나 할 수가 없다. 절차나 임용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시간이 걸린다. 어떻게 그는 61세의 나이에 자신의 소명이라고 확신하는 '호스피스 채플린'이라는 직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을까?

 

그는 시러큐스 환경과학대학에서 임업을 공부했다. 70년대 후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임업 분야에서 일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 대한 학위 경력만큼은 활용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상업적 혹은 산업적 자산의 환경오염을 조사하는 직업을 택했다. 기술적인 업무뿐 아니라 사람을 관리하는 업무도 좋아하였다. 주로 대기업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나 라인 매니저로 근무했다. 중간에 몇 번의 실업 기간도 있었지만 38년간 줄곧 환경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는 모태 가톨릭 신자로 태어났다. 가톨릭 학교에 다녔고, 부모님이 독실한 신자라 엄격한 가톨릭 가정교육을 받았다. 그의 종교적 성장 배경이 '호스피스 채플린'으로 진로를 바꾸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담임 신부의 조언으로 디콘이 되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의 주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봉사 활동을 많이 하였다. 어느 날 담임 신부가 불러서 "디콘이 되는 것을 고려해 보지 않겠는가?”라고 그에게 물었다.

디콘은 평신도와 사제들 사이의 중간 직책으로, 사제를 돕는 등 사제의 보조 역할을 수행한다. 주로 미사에 참여하여 신부님을 돕는다. 성찬식 때 컵, 성배를 나눠준다. 세례를 줄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지고 기도나 결혼식을 주재할 수도 있다. 디콘은 대부분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린다. 생계 부양 때문에 교회 업무를 전담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미처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이 질문을 받고선 처음엔 당황하였다. 그리곤 고민에 빠졌다. "내가 충직하고 믿음이 강하여 신부님께선 아마 나에게서 뭔가를 발견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이 일에 관하여 고민하고 기도할수록 하느님이 신부님을 통하여 자기를 부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결국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따르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디콘이 되기 위한 4년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마침내 2011년 가톨릭 디콘으로 임명되었다. 디콘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환경컨설턴트로 일하면서, 한편으론 교구 교회에 나가 디콘으로 봉사하였다.

 

디콘이 된 후에, 유독 추억에 남는 특별한 일로 딸의 결혼식을 주례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다. 먼저 신부의 아버지로서 딸을 데리고 제단까지 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제의실로 들어가 양복을 벗고 사제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제단으로 돌아와 결혼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역할을 수행했다. 마치 그 순간은 슈퍼맨으로 변신한 것과 같은 멋지고 놀라운 장면이 연출되어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고 술회한다.

 

딸의 결혼식에서 주례의식을 거행한 돈 헤세머(중앙 전면)

 

마침내 '호스피스 채플린'이 되다

그런 중에 우연히 호스피스 업무를 접하는 기회가 생겼다. 교구 신부님 중 한 분이 마을에 있는 호스피스 센터를 찾아와선 한 달에 한 번 정도 미사를 하였다. 그땐 돈 헤세머는 호스피스에 관해서 잘 몰랐었고, 죽으러 가는 장소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부님을 동행하여 도왔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의 병실에서 미사를 하고 교감도 나누었다. 얼마 후에 그 신부님은 다른 교구로 가셨지만, 돈 헤세머는 계속 봉사 활동을 하였다.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그의 관심은 각별하였다. 사제들은 와서 자기 일을 마치면 통상 바로 떠난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사제들이 떠난 뒤에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하여 들어 주며 위로해 주었다.

 

그곳에서 함께 일하며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던 수석 채플린, 캐롤이 그에게 채플린이 될 것을 제의하였다. 그리고 채플린이 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정 등도 자세히 알려 주었다.

 

그녀가 돈 헤세머로부터 무엇을 발견하였기에 그런 제안을 하였을까?

“말을 하는 것보다 들어주는 것이 '호스피스 채플린'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좋아하였고, 그들 또한 그런 그를 좋아하였다. 그가 다시 오는 것을 요청까지 하였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런 연유로 그녀는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돈 헤세머는 '호스피스 채플린'이 되기로 맘을 굳혔다. 향후 수입이 줄어 재정적인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었지만 아내의 동의를 구하고 대책을 상의하였다. "이 과정을 수료하는 것에 4년 쯤 소요되고, 그때 나는 62세가 될 거야. 내 인생의 62세 시점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내가 직업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야."라고 결심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2018, 38년간의 환경컨설턴트 일을 떠나 '호스피스 채플린'으로 진로를 전환하여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하였다.

 

그는 인생 2막에서 1막과는 다른 분야의 진로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당부한다.

먼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자신의 열정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이 누구라고 정의하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만약 그것이 있다면, 그것은 소명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내 소명이고,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로써 죽을 때까지 꼭 해야겠다는 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만약 발견하였다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도전하여 그 기회를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생 2막에서 제게 끌렸던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겁니다. 이것이 결국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된 이유입니다.

단언하건대, '호스피스 채플린'은 저의 소명입니다. 이젠 더는 없고 이 일이 저의 마지막 할 일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2. 맺음말 : 인생 2막은 목적(Purpose)의 삶을 살아야!
꾸준히 차근차근 사전에 준비한다

그의 새로운 진로는 어린 시절 교회의 자원봉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신부님의 충고로 4년간의 교육을 받고 디콘이 되었다. 다시 4년간의 노력으로 '호스피스 채플린'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 결과 퇴직한 이후에도 정규직으로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인생 2막의 새로운 직업이나 진로는 이렇게 어린 시절의 꿈이나 활동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멘토는 꼭 필요하다

자신의 재능과 장점을 본인이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신부님의 조언으로 가능했다. 마침 수석 채플린 캐롤의 코치로 '호스피스 채플린'이 되었다. 멘토의 충고와 동기부여가 진로 선택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본인도 잘 모르는 재능과 장점을 발견하여 조언해주기 때문이다.

 

인생 2막은 의미있고 보람있는 삶을 살아야

소명에 대해서는 종교적인 측면이 있다. 그는 디콘이 된 후에 '호스피스 채플린'이 되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새로운 일은 직업이라기보다는 소명에 가깝다.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도 목적(purpose)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목적을 추구하는 삶은 거의 모든 성공적인 인생 2막에서 공통되는 필수 조건이다.

 

참고 사이트: secondactstori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