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비로소 나를 돌보기 PART06  - 마음공부

스스로에게 자격증을 주는 마음 다스리기

 

현재 시니어들은 국가와 가정을 위해 몸을 혹사하고, 마음 돌볼 시간조차 없이 열심히 살아온 세대다. 그래서 현재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지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식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다. 이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이번 호에서는 명상의 대가 안동환 코치를 만나봤다. ‘마음공부’를 통해 나를 알고 내 마음을 간수하는 법을 터득하면 좋겠다.

 

 

 

몸을 느끼고, 맘을 살피고, 숨을 다스리자’는 몸맘숨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데 최적이라고 한다.

서강대 사학과 76학번이고 올해 61세의 안동환 코치는 나이보다 훨씬 젊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가 활동하는 분야를 생각하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할 수도 있다. 그는 대체의학의 심신건강과 코칭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수의 대기업과 정부기관을 비롯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와 수련을 지도해왔다. 그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동서양의 심신수련법과 코칭을 접목한 ‘몸맘숨 명상’. SK그룹의 손길승 전 회장, 최종현 전 회장 등 28년 동안 임직원을 대상으로 심기신 수련(몸맘숨 명상)도 지도해왔다.

 

안동환 코치가 몸맘숨 명상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젊었을 때 편협한 사고 속에서 보내다가 5년 동안 아팠습니다. 간, 눈, 기관지 천식 등 안 아픈 데가 없었어요. 그때가 스물여덟 살 무렵이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때 쓰러졌어요. 전두환 대통령 부류가 보기 싫어 속병이 났었나봐요(웃음).”

 

안동환 코치는 1956년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그런 태생이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운동권 활동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기가 막혀서 기가 막힌 병’에 걸렸다. 그러면서 자신이 투쟁가의 기질을 가진 인간은 아님을 깨달았다.

“이쪽 진영의 신념으로만 세상을 재단하고 행동으로 옳기려니 힘이 들었어요. 평소 측은지심이 많은데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정의로운 성향이어서 전투적이고 투쟁적인 사고를 흡수하기엔 벅차고 힘들었나봅니다. 그것이 몸에 영향을 끼쳤고요.”

 

 

▲안동환 코치는 “호흡하는 것이 곧 마음관리이고 공부입니다”라며 몸과 마음의 중심은 숨이라고 강조했다.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 몸맘숨 명상을 통해 극복

그가 쓰러진 곳은 도망 다니다가 숨어 들어간 시골 외삼촌댁이었다.

“얼마 동안 기절해 있었는지 몰랐어요. 1분인지 한 시간인지… 일어났는데 기운이 없는 거예요. 걷지도 못하고 눈도 확 나빠지고 변비와 설사 증세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쓰러질 만큼 몸이 힘들었죠. 그렇게 무기력증이 심해지고 기가 막힌 병들에 의해 심신이 망가져갔죠.”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마음의 병도 점점 깊어갔다.

 

“동료들은 잡혀 들어가 있는데 나는 안 잡히고… 죽지 못해 살았지.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허리까지 망가졌어요. 오래 서 있지도 못하고 누워 있어도 아파서 잠도 안 오고. 그런데 양의학 병원에 가니 간수치도 정상이고 소변검사를 해도 문제가 없었어요. 내시경 검사를 해도 원인이 발견 안 되고.”

한의원에 가도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간경화다 뭐다 얘기만 많았고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5년 동안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보며 투병을 했다. 그러다가 단전, 기공을 접하게 됐고 그때부터 급속하게 몸이 나아졌다. 기를 터득하면서 안경도 벗게 됐고 허리도 아프지 않게 됐다.

 

 

고집 센 마음을 유연한 마음으로 돌리는 게 마음수련

그는 아픈 와중에 역사 교사로 일했다. 한 시간 수업하고 한 시간 양호실에서 보내야 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몸맘숨을 접하고 이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후 교사를 그만두고 지도자가 되어 3년간 보급활동을 하면서 SK그룹과 만나게 됐다. 그는 SK그룹의 손길승 전 회장, 최종현 전 회장의 마음훈련 코치를 도맡아 했다.

 

“나이가 들어 노화로 몸이 망가지기도 하지만, 몸을 다스리는 건 마음입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몸도 잘 다스릴 수 있어요.”

그는 몸과 상관없이 나이가 들면 마음도 늙어간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마음이 늙어갈 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귀띔해준다. 첫 번째 부류는 고집이 세지는 사람들이다. 통계로 보면 상당수의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지면서 고정관념이 강해진다. 마음이 점점 굳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부류는 첫 번째 부류와 반대로 유연해지는 사람들이다.

 

“살다 보니 이쪽 얘기도 맞고 저쪽 얘기도 맞다는 걸 깨닫고 유연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수련은 고집이 세지는 마음을 유연한 마음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존경받으며 잘 늙어갈 수 있어요.”

그러나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런 걸까?

 

“마음공부 한다고 자격증 주는 거 아니잖아요? ‘마음이 다스려지는 거냐?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하죠. 전부 돈 되는 공부만 하고, 몸 관리만 하고. 마음관리는 신경도 안 쓰죠. 그나마 마음공부 한다는 사람들도 종교단체에나 가서 하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몸과 마음을 형식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교회에 다니지만 종교로 마음공부를 하라는 말은 못 하겠어요. 종교를 뛰어넘는 마음공부를 해야 해요.”

그는 마음수련에서 호흡을 중시한다.

 

“호흡하는 것이 곧 마음관리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만들면 그는 숨이 거칠어지겠죠. 그런데 중환자실에 가보면 환자들 숨이 거칩니다. 즉 몸이 나빠도,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숨이 거칠어진다는 거죠. 그러니까 숨을 다스리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는 거죠.”

그는 마음이 거칠어진 사람들의 몸을 살펴보면 비틀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자세만 바르게 해도 신경의 흐름이 달라져 마음이 평정을 얻는다는 주장이다. 그가 말하는 숨 호흡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들어보자.

 

“우선 자세를 바르게 한 다음에 배꼽 밑 아랫배에 의식을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풍선처럼 배를 부풀려야 해요. 그다음엔 숨을 내쉬면서 풍선에 바람을 뺍니다. 그러면서 배꼽 밑 아랫배에서 무슨 냄새가 나나, 무슨 소리가 들리나, 어떤 일이 벌어지나 집중하면서 심(깊게), 장(크게), 세(가늘게), 균(균등하게) 하는 거죠. 배꼽에 마음을 놓고 보는 겁니다.”

 

 

시니어의 위기, 마음을 다스려야 해결된다

처음부터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몸이 아파서 마음만이라도 편안해지려고 마음공부를 시작한다.

“젊을 때는 격렬한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지만 점점 몸이 늙어지면 그렇게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동적인 방법에서 정적인 방법으로 몸과 마음을 관리해줘야 합니다. SK그룹에서 제가 강의를 할 때 마흔 살 이상 임원진들에게 이 방법을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수련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마음수련은 정적이고 재미도 없고 지루해서 모두들 실천하기 어려워하죠. 하지만 이 방법은 사람다워지려고 하는 것이지 무슨 테크닉이 아니에요. 일단 맛을 봐야지요, 첫 숟갈에 배부를 순 없어요. 마음수련은 스스로에게 일종의 자격증을 주는 일과 같습니다.”

 


▲1987년부터 몸, 맘, 숨을 다루는 심기신 수련을 기업에 도입한 故 최종현 회장.

 

 

퇴직 후 위기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내가 왜 잘렸지?’ 하며 자책하는 마음이 심해지기도 한다. 아내와 딸이 뭐라고 툴툴대기라도 하면 ‘내가 월급 안 갖다 줘서 저러나’ 하는 생각에 화가 나는 날도 있다. 안 코치는 그럴수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종현 전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떴는데 몸맘숨 명상은 잘 하셨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계의 수장으로 최 회장님이 겪은 스트레스를 감안했을 때, 심신수련을 하셨기에 그나마 육십에 돌아가시지 않으시고 칠십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삶과 죽음에 결코 연연해하시지 않았고 책을 쓰시다가 죽음을 평화롭게 맞이하셨습니다.”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