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형의 한문 산책

전횡(專橫), 일찍이 맹자가 경고했다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과 농단(壟斷), 전횡(專橫)에 나라가 흔들리더니 대통령 탄핵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들 단어 중에서 ‘전횡’에 나오는 ‘횡(橫)’이란 한자를 한번 살펴보자. 이 한자가 들어가는 단어는 횡행(橫行), 횡포(橫暴),만횡(蠻橫) 등 온통 부정적이고 나쁜 의미투성이다. 그러면 횡의 원래 의미는 무엇인가? 가장 오래된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하면 횡이란 난목( 木), 즉 가로로 지르는 빗장을 의미한다. 이후 그 의미가 ‘가로’를 뜻 하게 되었는데, 신분제를 중시하던 고대사회 에서는 질서를 위해 수직적인 종적(縱的) 관계가 이치에 맞아 수평적인 횡적 관계는 곧 불순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종(縱) 또는 종(從) 자에는 순종(順從) 복종(服從)의 의미가 있는 반면 횡(橫)에는 ‘거스르다’,‘멋대로 하다’, ‘사납다’ 등의 의미가 담기게 되었다.

 

문헌상에서 횡의 부정적 의미가 최초로 나타난 것은 언제일까? 바로 BC 280년경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맹자(孟子)>다. <맹자>보다 약 200전에 저술된 <논어(論語)>에는 ‘횡’이란 글자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맹자>에는 부정적 의미의 횡이란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예컨대 ‘등문공하(膝文公下)’장에서는 ‘세상이 쇠하여… 성왕(聖王)이 나지 않고, 제후들은 방자하며, 처사(處士)들은 각자 멋대로 의견을 내세운다[處士橫議]’라고 횡의(橫議)란 단어를 사용하였고, ‘이루하(離婁下)’장에서는 ‘여기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가 만약 나에게 함부로 한다면[以待我以橫逆] 군자는 반드시 자기 스스로를 반성한다. 내가 인(仁)이 모자랐으며 예의가 부족하였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다면 이런 일을 어찌하여 당하게 되었을까?’라 하여 횡역(橫逆)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

 

또한 ‘만장하(萬章下)’장에서는 ‘옛날의 성인백이(伯夷)는… 세상이 다스려지면 나아가고 혼란해지면 물러났으니, 횡포한 정사가 나오는 곳과[橫政之所出] 횡포한 백성이 머무는 곳에는[橫民之所止] 차마 거하지 아니하였다’라고 하여, 횡정(橫政)과 횡민(橫民)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맹자>의 용례 이후로 횡의 부정적 의미는 고착되기 시작하였다.
한편 횡설수설(橫說竪說)이란 단어는 어떨까? 원래 이 단어의 원전은 ‘횡설종설(橫說從說)’로서, BC 290년경 씌어진 <장자(莊子)>· ‘서무귀(徐無鬼)’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전국시대 위문후(魏文侯)의 총신(寵臣)인 여상(女商)이란 신하가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서무귀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제후에게 횡으로는 유가의 경전을, 종(從)으로는 병가의 병서(兵書)를 종횡으로 말씀드렸지만 한 번도 웃으신 적이 없네. 그런데 자네는 무엇을 말했길래 주공이 단번에 웃으시는가?”
이 고사 이후, 횡설종설(橫說從說)의 종(從)은 같은 의미인 수( )로 바뀌어 횡설수설(橫說說)로 사용되는데, 조선조로 들어오면서 어느 순간 ‘두서없이 떠든다’는 의미로 변질되어버린다.
어찌 되었거나 작금의 국가 상황은 온갖 루머가 횡행(橫行)하니 국가 운영은 횡도(橫道)에,국회는 횡의(橫議)에만 빠져 있는 느낌이다. 이또한 쓰고 보니 횡설(橫說)이 될까 두렵다.

 

 

>> 하태형(河泰亨)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서울대 경영대 졸, 뉴욕주립대 경제학박사.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