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정년 후 5년간 재고용을 하는 기업이 많다. 이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 바람이 거의 실현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사이토 아키오 씨(66세)는 원하는 직종에 근접한 일을 구한 소수의 한 사람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재직 중에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노력을 스스로 해야 재취업에 유리
사이토 씨는 현역 시절, 프린터, 카메라 등을 제조하는 대기업에서 프린터 개발의 외길을 걸었다. 일본 최초로 일반용 잉크젯 프린터를 개발한 7인 멤버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최초로 하는 일이라서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터져 나오기도 해서 정말 바빴다. 그래도 일은 재미있었다. 다른 곳에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회사도 상응한 투자를 해주었다. 그 시대에 일할 수 있었고 개발에 종사할 수 있었던 점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사 생활에서 50세쯤에는 누구나 크고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회사가 프린터 가격에만 중점을 두고 새로운 발상에는 신경 쓰지 않자 사이토 씨는 일이 시들해졌다. 그래서 그 당시 아직 신기술이었던 산업용 잉크젯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던 자회사에 지원하여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성과가 나오지 않아 결국 원래 회사로 돌아왔다. 돌아온 후 연구개발본부에 소속되어 60세 정년까지 일했다. 그리고 정년퇴직을 하지 않고 재고용을 선택했다. 함께 재고용된 동료도 있고 해서 이 기간에 자신의 장래를 차분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재고용 기간에 새로운 기술을 익히다
재고용 기간의 일은 조언자 역할이었고 지시 명령을 내리는 처지는 아니었다. 조언 이외에는 이렇다 할 업무도 없었다. 3개월 정도 지나니까 그나마 그 일도 없게 되었다. 하는 일도 없이 세월을 보낼 것이 아니라, 직업훈련 같은 것을 받아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일 먼저 달려든 것은 CAD(컴퓨터를 사용한 설계). 다행스럽게도 회사 내에는 사용할 수 있는 도구나 시스템이 풍부하게 있었다. 시간도 넉넉했다. 설계해서 테스트해 보는 절차를 되풀이하며 기술을 익혔다. 또 엑셀을 사용한 데이터 정리 기법도 배웠다. 사이토 씨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한다. “회사에는 기자재도 있고 배울 기회도 있다.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5년간의 재고용이 끝나갈 때쯤, 눈에 띈 것이 “도쿄 세컨드 커리어 학교”라 하는, 65세 이후의 삶과 일을 관청에서 지원하는 공적 프로그램이었다.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얼른 신청하여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재고용 종료 1개월 전이라서 휴가를 사용하여 수강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구직 활동도 적극적으로 했다. 먼저 시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직업 알선 센터에 매일 다녔다. 기술적인 일과 집에서 가까운 일자리를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그렇지만 언제 일자리가 나올지 몰라 매일 시간이 나면 얼굴을 내미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어느 날, 마침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임플란트 설계 개발담당자를 구한다는 구인 공고를 보고,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급히 면접을 신청해 그 회사를 방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응모자는 이미 몇 사람이나 있었다. 여기서 운 좋은 일이 일어났다. 그 회사에는 이전에 파견 나갔던 자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이 전직해 근무 중이었다.
면접 때 사장한테서 “좀 더 젊었으면 좋을 텐데”라는 심한 말을 듣기도 했다. 그래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질문받았을 때는 자신은 CAD 기술을 갖고 있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엑셀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결과는 합격. 예전의 동료가 밀어준 것은 아닐까? 그 친구가 없었다면 무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재고용 기간에 익힌 CAD, 데이터 분석 기술이 없었다면 아무리 그가 추천해도 채용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회사에서 시작한 새로운 일은 임플란트용 치아와 부품의 개발. 희망 분야에 딱 맞지는 않지만, 크게 벗어난 일은 아니라서 만족하고 있다. 당분간 여기서 열심히 해보자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그에게는 아직 단념할 수 없는 꿈이 있다. 그것은 가정에 설치할 수 있는 소형 채소 공장이라는 아이디어를 살린 제품의 개발. 스마트폰과 연동시켜 재배자가 영양가와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상에 내놓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실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술자의 혼은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맺음말
사이토 씨가 65세에 재취업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재고용 기간에 낙심하지 않고 오히려 회사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하여 새로운 기술을 배워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킨 결과다. 오래 일하고 싶으면, 현역 시절은 물론 재고용 기간에도 멍하니 세월을 보내지 말고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으며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