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소매점 트레이더 조(TRADER JOE’S)”의 대표인 더그 라우치는 2008년까지 자신의 사업에 30년을 매진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사업을 동부 해안 지역까지 확장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친 것이다. 구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사 상품을 개발하느라 쉬지 않고 출장을 다녀야 했다. 2008년 문득 그는 일에 지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이는 어느덧 56세였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은 더는 목표가 될 수 없었다. 삶에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데일리 테이블의 설립자 더그 라우치

마침내 라우치는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그의 본사와 비영리 이사회의 일원으로 활동적인 삶을 유지한다는 계획으로 은퇴 아닌 은퇴를 결심했다. 은퇴 후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의 내부에 이루고 싶은 꿈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라우치는 하버드대학의 리더쉽 양성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이 과정은 비영리 분야나 주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있는 560대의 경영인과 다른 분야에서 성공적인 전문가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일 년간의 프로그램이다.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친 참석자들은 대학의 수업을 참관하고, 교수진이나 학생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거나 동료들과 친교를 맺고, 또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만들며 꼬박 일 년을 보내게 된다.

라우치는 사회적 문제와 관련이 있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그는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식품 사업의 시스템과 소매업에 대해 꿰뚫고 있었다. 또한, 오랫동안 식품 낭비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두 문제로 오래 고심을 해왔다. 따라서 그런 경험을 활용하여 자신이 의도하는 어떤 사회적 변화를 위한 가장 적합한 방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20101월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다양한 주제의 공부와 토론을 한 라우치는 시니어 펠로라는 추가 과정을 제의받아 일 년을 더 공부하고 201112월에 과정을 마쳤다. 라우치는 앞서 1972년에 캘스테이트 로스앤젤레스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트레이더 조 운영 14년 차였던 1991년에는 경영학 MBA도 획득한 바 있다.

대학으로 돌아가 공부를 한 것은 신바람 나는 일이었다고 라우치는 회상했다. 그는 지식을 키우고 젊은 사람들의 기운을 받아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데일리 테이블이란 사업의 정보를 모으고 내용을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모델을 구상할 수 있었다.

2015년에 라우치는 마침내 데일리 테이블(dailytable.org)‘을 정식으로 오픈했다. 보스턴의 저소득지역인 도체스터에 매장면적 325m²의 규모의 상점이었다. 이곳에서는 초저가로 식료품과 농산물을 판매한다. 건강식품과 간편 요리는 가장 싼 패스트푸드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요리 강습 교실도 무료로 열리고 있다.

 

  도체스터의 데일리 테이블

데일리 테이블은 대체로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좀 오래되었으나 상하지는 않은 음식을 세금공제 증여로 받아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기부자들은 지역 생산자나 아마존 같은 도매업자들이다. 해마다 미국에서는 폐기되는 1600억 달러의 식품 중 상당 부분이 유통기한 때문에 폐기된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라우치는 그렇게 쓰레기통에 버려질 수도 있는 식품들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혁신적인 생각을 해낸 것이다.

데일리 테이블은 도체스터에 좀 더 큰 규모(420m²)의 상점을 한 곳 더 추가로 세웠고 보스턴 도심 빈민 지역에 또 한 곳을 열었다. 라우치는 자금만 허락한다면 미국 전역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한다. 데일리 테이블에는 현재 42,000명 이상의 회원들이 있으며 매달 백만 명분 이상의 음식을 지역 사회에 공급하고 있다. 라우치는 데일리 테이블을 운영한 공로로 2018년에 제임스 비어드 재단이 주는 리더십 상을 받았다. 또한 그와 데일리 테이블은 앤소니 부르댕이란 제작자에 의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데일리 테이블에서 구매하는 고객들

이것은 우리가 우리의 고객과 그 자녀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이고 우리와 그들이 매일 공유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데일리 테이블은 단순히 상점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건강 관리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진심으로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우리 삶에 가장 만족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라우치는 말한다.

 


맺음말
한 사람이 어떻게 수십 년 동안 식품 사업에서 얻은 자신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같은 분야의 비영리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다듬기 위해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사업의 성공적인 출발을 위해 필요한 청사진을 만들었다. 풍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도 새로운 사업을 위해선 철저한 준비와 검토를 해야 한다.

출처 : “Food, Glorious Food“, NEVER TOO OLD TO GET RICH by Kerry Hann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