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농사를 추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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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새 서울 농부 8년 차다. 해마다 2월 말이면 텃밭 임대계약하고 농사 준비를 한다.
농사 준비라고 해봐야 별거 없다. 3월 중순쯤 밑거름 두 포 뿌리고 1~2주 뒤 삽으로 밭을 뒤엎어 이랑을 만들어 흙을 고른다.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경작 작물 종류를 정하고 상반기에 재배할 채소 모종 심고, 씨를 뿌리면서 농부로 변신한다. 변놀이중심 교육과정신 시간은 굳이 따지면 1일 2~3시간, 주 1~2회 정도인데 농부로 칭하기 낯간지럽기는 하다.
나는 경기 양평 문호리 친환경 농장에서 첫 출발을 했었다.
지난 2013년 2월 초순 즈음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생활 정보를 뒤지다가 ‘친환경농장’ 단어만 보고 1주일 만에 농부가 될 준비를 마쳤다.
그곳은 서울시민의 식수원이 되는 팔당호 주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농부를 모집한다.
2020년 2월 모집공고를 찾아보니 여전히 같은 조건으로, <농장임차료 16.5㎡(5평)기준 3만원 지원과 이외에도 농작물 재배시기에 맞춰 씨앗, 모종, 유기질비료, 친환경 방제제, 영농교재 등을 무료로 지원한다.> 라고 적혀 있다.
이 정도 조건이라면 농사 경험 없는 사람도 마음만 있으면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그런데 1주일 준비한 농부가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해서 식탁 위에 작물을 올리기까지 별일 없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어려서 시골 고향에서 농사짓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직접 농사를 해본 경험이 없었다.
농장 주인이 제공하는 씨앗과 모종만 키워야 하는 줄 알고 지시에 따랐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상추 두 박스를 다 먹지 못해 검색으로 부침개 레시피를 알아내 해 먹기도 하고, 위층, 아래층 등 이웃과 나누기 바빴다.
지금도 상추를 쌈, 겉절이, 부침개로 1주일 내내 먹었던 사건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온다.
첫해 봄에 재배한 작물은 열무, 상추, 고추, 아욱, 들깨, 쑥갓으로 거의 잎채소였다. 초보 농부가 키우기 쉬운 작물로 추측된다.
그때는 내가 심고 뿌린 작물이 갈 때마다 쭉쭉 커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도 신나 어쩔 줄 몰랐다.
마치 우리 아이가 한창 말 배울 때 자고 나면 또 하나 새로운 단어를 말해 깜짝깜짝 놀랐던 그 기분이라고 할까? 놀람의 연속이어서 어느 날부터 텃밭 채소를 사진으로 남겼다.
지금은 식물 사진 찍기가 취미로 발전했고 식물 모양, 꽃 색깔 등을 자세히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또한 경험이 없으니 수확해서 어떻게 소비할지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다.
작물의 성장속도, 기간, 수확량을 가늠하기는 더욱 못했다. 하지만 다음해 봄에는 농장주가 제공하는 모종, 씨앗 이외 뿌리채소 당근. 비트. 고구마, 열매채소 강남콩 등도 심으면서 농사 경험이 늘어갔다.
그렇게 조금씩 농사 경험이 쌓여 금년 8년차인 우리 텃밭의 6월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다.
내가 농사를 시작한 이유는 건강한 먹거리를 자급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물이 각각 다른 모양, 다른 색깔로 자람을 보는 게 테라피(therapy) 효과 체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채소 성장과정을 사진으로 남기기를 넘어 글감으로도 유용하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나누는 기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혹자는 농사는 번거로우며, 사 먹는 것보다 오히려 비싸다고 한다.
그건 농사를 지으며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사는 50+세대가 가장 신경 쓰는 건강 문제에 도움이 된다. 건강에는 음식과 운동이 중요한데, 농사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농사는 가족 공동 취미생활로도 좋고, 어린 자녀를 위한 학습장으로 농사만큼 좋은 것이 없다.
갖가지 풀, 나무, 곤충, 하늘 등 대화거리가 얼마나 많을까 상상에 맡긴다.
어디 그것뿐이랴! 텃밭은 주로 교외에 있어 오가면서 볼거리, 먹거리 등을 즐기며 소풍가는 마음으로 나들이를 할 수 있다.
이 정도 이유에도 망설일 분이 있다면 세 가지 팁을 더 알려주려 한다.
첫째, 전문 농사꾼이 되려고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수확증대가 농사 목표가 아니고 재미로 해야 취미가 되지 그러지 않으면 노동이기 때문이다.
둘째, 단순 셈법으로 농사 대가를 셈하지 마라. 그 대가는 스스로 만들어 내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셋째, 농사 지식이 없으면 어떠랴! 서울시 홈페이지만 가도 쉽게 농사정보를 찾을 수 있다.
▶서울농부포털 https://cityfarmer.seoul.go.kr
그렇다고 내가 전문 농사꾼이 되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화학 비료, 해충방제약도 화학제품이 아닌 친환경약제를 쓰고 비닐 멀칭도 않고, 심지어 잡초도 말끔히 뽑지 않아 작물이 크게 자라지 않는 편이다.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먹거리가 자란다는 믿음 때문이다.
싱싱한 먹거리와 건강한 몸, 마음까지 선물해주는 농사! 농사를 통해 새로운 50+생활을 기획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