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영어 사전인 옥스포드 영어사전을 출간하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는 2020년 주목할 15개의 영어 신조어 중 하나로 공짜(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인 프리건(freegan)을 꼽았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버려진(또는 통상적으로 버려졌을) 공짜 음식만을 먹는 사람.”

 

 

프리건은 21세기의 히피라 할 만한 이들이다. 소유를 부정하던 히피들처럼 프리건은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 물건이 인간과 동물, 환경 등을 직간접적으로 착취해서 생산한 것이라 믿고 그렇게 생산한 상품과 식품의 소비를 거부한다.

 

채식주의자처럼 이들은 동물을 통해 생산한 식품과 의류를 소비하지 않지만 버려진 동물성 식료품과 가죽 옷을 입는 것은 허용한다. 채소라도 새로 만든 음식은 먹지 않는다. 이미 버려진 것 이외에 어떤 목적으로든 살아 있는 생명체를 학대한 산물로 목숨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이야기. 

 

 

이들은 소수의 악덕 기업이 아닌, 지금 세상을 운영하는 시스템 전체가 이러한 비윤리적인 세계를 만들어 냈다고 믿는다. 프리건이란 단순히 새로운 물건과 식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비윤리적인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전체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다.

 

대형 마트와 식료품 가게, 레스토랑 등의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찾는 행위를 ‘쓰레기 다이빙’이라고 유쾌하게 표현한다. 구글 등을 통해 ‘freegan’이나 ‘dumpster diving’을 검색하면 이들이 쓰레기 다이빙을 통해 얻어낸 ‘온전한’ 음식물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 지 놀랄 것이다.

 

물론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이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프리건들은 그렇게 모은 음식을 함께 요리하며 ‘승리’를 자축한다.

 

 

프리건들은 대부분 고학력에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젊은이들이다. 쓰레기를 맛있게 요리하고, 옷을 고쳐 입고, 그 모든 것을 사람들과 나누며 대안적인 삶을 추구한다. 프리건들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프리건인포(freegan.info)라는 웹사이트를 찾아가 볼 것. 그들의 철학과 행동 강령, 활동 스케줄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무엇보다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결과물을 나누는, 유쾌한 운동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비교적 온건하지만 가장 급진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 유지가 어려워진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 어떻게 적응할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