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로렌스 코(Lawrence Gordon Coe)는 2013년 “타임스/스턴버그” 상을 받았다. 해마다 지역 사회에 이바지한 공이 큰 사람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현재 87세인 로렌스는 오랫동안 적십자, 외국인 노숙자와 망명 신청자의 보호소, 그리고 코번트리시의 푸드뱅크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적십자 활동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해 오던 그는 은퇴 후 1990년 64세 때 적십자 런던 지부에 합류했다. 그의 소관 업무는 민방위 비상 대응계획을 만드는 일이었다. 냉전의 절정 시기에 민방위 계획의 특징은 핵 공격과 대량의 부상자 발생을 전제로 했다. 그 계획의 핵심은 자원봉사조직으로 대대적인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었다. 핵 공격을 받은 후 남은 병원들로는 대량의 부상자들을 일시에 수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 테러에 의한 대규모 사상자 발생의 경우도 계획에 넣었다. 그는 런던 소방단과 공조로 비상상황 발생 시 자원봉사조직들이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가를 알리기 위해 실제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디오를 제작하였다. ‘자원봉사자들’이라고 이름 붙인 이 비디오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난민 구호 활동
런던에서 4년의 활동을 마친 후 그는 하트포드셔주(州)의 적십자에 참여하여 침체한 조직과 활동을 활성화했다. 그의 활동은 점차 외국인 망명자와 난민들의 불안정한 삶을 구제하는 활동으로 확대되었다. 75세에 로렌스는 규정에 따라 적십자에서 은퇴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일을 중단하고 싶지 않았다. 왓퍼드에 난민을 위한 커뮤니티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적십자의 동의서를 얻어냈고 이것은 극빈 외국인들에게 친구가 되고 자선을 베푸는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되었다. 83세에 몸이 아파 로렌스는 그 프로젝트에서 물러난다. 그동안 32개국에서 온 400명 이상의 가난한 난민들의 일을 처리했다. 그들은 굶주림으로 매춘을 하고,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자살 기도 이력이 있으며, 에이즈 질환을 갖고, 혈육과 헤어지고, 언어는 물론 영국의 사회복지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왓퍼드 난민들과 함께 하는 자원봉사자들
로렌스는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조직하고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을 대신하여 캠페인을 벌이고 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발언을 했다. 또 난민들과 관계된 사안을 제기하기 위해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사회복지사업과 건강보험공단의 활동이 필요한 것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들에게 거침없는 비판의 ‘돌직구’를 날렸다.
푸드뱅크 활동
2012년 85세에 로렌스는 코번트리의 교외로 거처를 옮겼다. 그곳에서도 그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로런스는 곧 코번트리시 푸드뱅크에 가입하였고 가장 나이 많은 봉사자가 되었다. 자신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관리기법을 조직에 적용했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는 전기가 끊겼거나 조리시설이 없는 환경에서 사는 취약계층을 위해 지역 사회의 협조를 얻어 5파운드짜리 피쉬앤칩스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시도했다.
코번트리 푸드뱅크에서 작업하는 자원봉사자들
2014년 건강이 더 나빠지면서 로렌스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공적인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는 무엇이 그에게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게 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행동이 필요한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곳에 다가서고 행동했을 뿐이다. “‘인생 말년의 위기’ 같은 말은 내게 해당하지 않는다. 너무 바빠서 그런 종류의 위기를 느낄 사이가 없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마음은 늘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있었다.
90대의 나이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로렌스는 “병약한 아내를 돌보고 손자들과 어울리는 한편, 건강보험공단이나 적십자단체에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 더 많은 ‘돌직구’를 날리겠다”라고 했다. 젊은 세대에게 충고 한마디를 해달라고 하자 그는 “스스로 유의미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길을 찾고 빠져들어라”라고 답했다. 그리고 “충고를 하는 것보다 실천으로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로렌스는 이미 자신의 삶으로 그것을 보여주었다.
맺음말
1. 우리나라도 다인종·다문화사회가 되었다.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자원봉사가 담당해야 할 부분도 커질 것이다. 특히 다양한 경험과 연륜을 지닌 50+세대는 이 일에 적합하다. 나이를 잊은 로렌스의 열정적인 활동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2. 최근 코로나 사태로 직장과 학교가 폐쇄되면서 농가에서는 농산물과 축산물이 남아도는 한편, 직업을 잃은 저소득층은 한 끼가 아쉬운 상황이 여러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언의 하나로서 푸드뱅크를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출처: The New Frontier, Robin Lloyd-J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