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길 원하는 당신, 지금이 행복 여행을 떠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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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해?” 뜬금없이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응.” “그렇다면 언제 행복한데?” “기타를 칠 때, 당신과 맛있는 걸 먹을 때, 그리고 당신과 여행을 갈 때.”
남편의 대답은 어린아이같이 참으로 단순 명료했습니다. 행복의 기준이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남편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그저 평범한 일상의 일부입니다. 남편은 호불호가 분명하고 아이처럼 작은 일에도 좋아하고 기뻐합니다. 반면에 저는 딱히 좋거나 싫은 것도 없고, 어떤 일에 크게 기뻐하거나 슬퍼하지도 않습니다. 또한 부정적인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편만큼 매사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불현듯 누군가 저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단순하지 못한 저의 머릿속은 추상적인 개념을 풀어나가느라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찰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는 낙천적인 남편은 ‘행복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남편이 부러워지는 한편 저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행복한 유전자가 없는 저 같은 사람은 행복해지기 힘든 걸까요?
지난해 4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80세 5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행복하기 위한 조건’ 10가지 중 1, 2, 3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좋은 배우자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31%), 건강하게 사는 것(26.3%), 그리고 돈과 명성을 얻는 것(12.7%). 저는 다행히 괜찮은 배우자를 만났지만, 지병이 있으며 평생 먹어야 되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 대학병원 단골 환자이고, 돈과 명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건가요?
제가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하는 영화인문학 강의 덕분에 보게 된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영화 때문입니다. 꾸뻬 씨는 성공한 정신과 의사이며 그의 곁에는 내조를 잘하는 애인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찾아오는 많은 클라이언트(내담자)들도 행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괴감으로 몸부림치던 꾸뻬 씨는 결국 행복의 비밀을 찾아 무작정 여행을 떠납니다.
꾸뻬 씨와 그의 클라이언트들은 물론이고 사람들은 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무엇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걸까요? 제 주변 사람들을 보면 ‘없는 것’에 불행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라면 행복해질 텐데’ 하면서 있는 것에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없는 것에는 ‘···가 없어서 불행하다’고 말합니다. 만약에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진다면 영원히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갈까요? 반대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계속 불행하게 살아야 할까요?
싱글 맘에 유방암까지 걸려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지만 끝내는 미국 최고의 칼럼니스트가 된 레지나 브렛(Regina brett)은 그의 저서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을 사랑한다」에서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의 크기는 우리가 가진 것보다는 우리가 바라는 것의 크기에 좌우된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바라는 것이 훨씬 더 많다면 불행해지고, 아무리 가진 것이 적더라도 바라는 것이 많지 않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충분히 공감되는 말입니다.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지요. 레지나 브렛은 행복과 불행을 나누는 기준점을 ‘있는 것을 사랑하느냐’ 아니면 ‘없는 것을 사랑하느냐’로 보았습니다. 없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세상이 끝없이 불행하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우디 앨런(Woody Allen)도 “행복해지는 재능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닌,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갖지 못한 것을 욕망하기보다는 가진 것을 사랑하려고 합니다. ‘행복 유전자’가 없는 제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내가 할 수 없고 가지고 있지 않은 것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가지고 있는 것에 더욱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저에게 행복이란, 원하는 바를 이루거나 갖고 싶은 것을 얻었을 때 느꼈던 성취감이나 만족감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사소하게 여겨졌던 나와 연관된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인지 심리학에 ‘메타인지’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인간이 자기 스스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으로 자신이 뭘 알고 모르는지, 뭘 잘하고 못하는지 아는 것을 말합니다.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없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해 최선을 다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장점을 극대화하여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에도 메타인지 기법을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행복한 사람은 더 행복해지고 불행한 사람도 행복해지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꾸뻬 씨의 행복여행>은 가르쳐줍니다. 행복도 기회와 마찬가지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우리 곁에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되듯이, 행복한 순간들이 모이면 행복한 삶이 될 것입니다. 행복은 바로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으로 인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행복을 규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사소한 것, 가까운 것에서부터 찾으세요. 진정한 행복이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온전히 누리는 것이 아닐까요? 행복은 추구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긍정적인 경험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하면서 느끼는 순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꾸뻬 씨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자신만의 행복의 비밀을 찾아 코로나19로 힘든 이 시기를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50+시민기자단 한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