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찾는 한양의 물길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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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산(남산)이 발원지인 물길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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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km가 넘는 한양도성은 서울의 내4산(북악산, 남산, 낙산, 인왕산)을 이어준다. 도성 안의 발밑으로는 산 위에서 발원된 물길이 수십 갈래로 갈라져 흘렀다. 이 물길은 서로 합쳐지면서 청계천으로 모여들고 중랑천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세월이 지난 지금,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다.” 세월과 함께 물도 따라 흐르고, 사라진 물길은 역사의 자취만을 남기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그 역사의 흔적을 따라 한양의 물길을 찾아가 보는 대장정이 시작됐다. 

 

 

한양도성 안 길 밑으로 수십 개의 물길이 흘렀다.

 

 

■ 한양의 물길 따라 걷는 대장정 시즌2

 

 「주간 물길로, 한양의 물길을 걷다2」가 「로로로 협동조합(대표 도경재)」의 주관으로 지난 6월 16일 시작됐다. 동 프로그램은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의 「2020커뮤니티 성장지원사업」의 하나로, 7월 28일까지 매주 화요일 서울 시내 일원에서 계속된다.

 6월 날씨 35.4도로 62년 만에 최고로 더웠다던 6월 22일 이튿날, 올해 2번째 답사에는 모두 10명이 참가했고, 도경재대표의 안내와 해설로 을지로입구역 3번 출구에서 출발했다.

 올해 대장정의 목표는 목멱산(남산)이 발원지인 물길 9개와 청계천을 답사하는 일정이다. 물길 9개는 창동천, 정릉동천, 회현동천, 남산동천, 주자동천, 필동천, 묵사동천, 쌍이문동천, 남소문동천이고, 마지막으로 이들 물길이 모이는 청계천을 찾는 것이다. 6월 23일은 회현동천과 남산동천을 찾아 나섰다.

 

 

회현동천 물길 구간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 회현동천 주변에서 듣는 옛이야기들

 

 회현동천의 물길은 남산에서 발원하여 3호 터널 입구 위를 통과한다. 그리고, 신세계백화점 옆 건물(구 제일은행 본점)을 끼고돌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흐른다. 회현동천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3번 출구 근처에서 창동천과 만나 청계천으로 함께 유입된다. 회현동천 탐사는 따라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향이었다. 출발하면서부터 「한국전력 서울본부」와 「구리개 표지석」등 과거의 흔적들이 보였다.

 「한국전력 서울본부」건물은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1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현재 사용 중인 건물이기 때문에 붙여진 타이틀이다. 「구리개 표지석」은 동 건물 앞에 놓여 있는데, 조선시대 이곳에 작은 고개가 있었고, 흙의 빛깔이 구리색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1호인 한전 서울본부       흙색이 구리와 같다 해서 붙여진 언덕이름 - 구리개

 

 

 회현동천의 중간 정도를 거슬러 오르다 보면 왼편(우리은행 본점 옆)에 커다란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 수령 520년의 보호수로 이 나무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나무가 있는 곳에는 조선 중종 때 영의정을 지낸 동래 정씨 정광필의 집터가 있었다. 정광필이 하루는 꿈속에서 서대(종1품 이상 관리가 허리에 매는 띠)가 나무에 12개 걸려있는 모습을 보았다. 실제 그 이후로 정승이 12명이나 나왔다는 이야기다.

 가파른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오성 이항복의 집터와 함께 집 앞에 있었던 쌍회정(雙檜亭)이라는 정자가 있던 터가 남아 있다. 경치가 수려했던 이곳에 이항복은 2그루의 회나무를 심었고 훗날 여기에 정자가 지어져 이름이 쌍회정이 됐다. 지금은 표지판마저 가려져 자세히 보아야 식별이 가능해질 정도로 잊힌 공간이 됐다.

 

 

 

        우리은행 본점 옆 수령 520년의 은행나무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쌍회정 표지판

 

 

■ 남산동천의 물길이 간직하고 있는 근현대사

 

 회현동천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지만, 남산동천은 물길을 따라 내려왔다.

방향이 바뀌어 내려오는 시점에 보게 된 「한양공원」표지석. 이 표지석의 원래 위치는 아마도 3호 터널 입구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전부터 일본인들이 많이 모여 살던 부근에 그들이 주로 이용했다는 「한양공원」이 들어섰고, 동 표지석의 글씨는 고종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특이한 것은 표지석 뒷면에는 글자가 있던 흔적은 있는데 모든 글자들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마 그 내용이 알려지면 불리해질 집단의 소행이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한양공원 표지석을 지나 내려오는 방향 건너편 쪽으로는 남산동천의 물길을 알 수 있는 한줄기 물의 흐름을 볼 수 있다.

 

 

 

한양공원의 유래를 해설하는 도경재대표                              남산동천의 한 물길                

 

 

 남산동천의 물길을 걷다 보면 일제 강점기의 아픈 기억의 단서들이 많이 보인다. 한양공원에서 숭의여대(경성신사 터)를 거쳐 리라초등학교(노기신사 터)와 서울애니메이션센터 (한국통감부 터)에 이르는 길이다. 리라초등학교 뒤편으로는 한국통감관저가 있던 자리로 지금은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억의 터가 조성되어 있다.

 노기신사는 러일전쟁의 일본인 승장을 기린다는 신사이며, 한국통감부는 의열단 출신인 김익상 의사가 폭탄을 투척했던 곳이다. 한국통감관저는 이완용이 경술국치를 체결한 치욕의 현장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역사적 현장들을 포함, 주변을 「국치의 길」로 정하고, 역사의 현장을 통해 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는 교훈을 얻는 이른바 「다크투어(Dark Tour)」코스로 발표했다.

 

 

숭의여대에서 리라초교,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지는

남산동천의 물길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Dark Tour 현장이다.

 

 

 다크투어 코스를 지나 남산동천 물길을 따라 명동방면으로 걷다 보면 「교서관 터」라는 표지판 을 볼 수 있다. 교서관(校書館)이란 조선 태조 때 설치된 곳으로, 서적의 인쇄, 제사 때 사용하는 향과 축문, 도장 등을 관장했던 곳이다. 이곳은 현대에 들어와 정재계 실력자들의 사교장이었던 외교구락부 터로 바뀐다. 이곳 외교구락부는 YS가 대통령이 되기 전 이른바 40대 기수론을 언론에 선언했던 유명한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숭의여대 별관이 됐다.

 

 

교서관에서 외교구락부로, 그리고 대학별관으로 변신

 

 

■ 물길 따라 걸어가는 답사여행은 현재 진행 중

 

 남산동천의 물길을 따라 온 답사팀 일행은, 명동 입구 하나은행 본점 주변까지 내려왔다. 이곳 또한 역사의 현장으로, 의열단으로 동양척식회사에 폭탄을 던지며 일제에 항거했던 「나석주 의사 의거 터」와 조선시대 궁중 음악과 무용과 관련된 일을 맡아보던 「장악원 」터가 있던 곳이다.

 

 

 

                 명동입구 나석주의사 의거 터                  조선시대 음악과 무용을 관장하던 장악원 터

 

 

 한양의 물길을 걸어 보는 이번 대장정은 그동안 개발의 이름 아래 사라져 버린 수많은 물길을 찾아 미쳐 몰랐던 옛이야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50플러스 세대가 2시간 좀 넘게 걸으면서 듣고, 들으면서 보았던 시간은 정신과 육체를 모두 건강하게 이끌어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마포구에 사는 임용진 씨(남)는 “작년에 모든 코스를 완주했다. 걸으면서 스토리텔링을 함께 듣다 보면 잊고 살았던 과거도 떠 올릴 수 있고, 역사 공부도 된다.“면서 올해도 모든 코스를 완주 할 계획이다. 관악구에 사는 이가경 씨(여)는 “답사 여행을 혼자 하면 힘이 든다. 같은 세대가 함께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몰랐던 서울의 이야기를 알게 되니까 뿌듯한 마음”이란다.

 물길을 따라 걷는 이번 프로그램은 50플러스세대가 선호하는 분야의 하나로 보인다. 이날 참가자들 대부분은 지난해 완주에 이어 올해도 계속 참여하는 분들이라 한양의 물길을 걷는 일에 모두들 푹 빠진 모습들이었다.

 

 

정릉동천, 창동천, 회현동천, 남산동천이 모두 만나

청계천으로 유입되는 지점에서 도경재대표의 정리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