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30일(월) ~ 10월3일(목)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50+. 남원 지리산에서 길을 찾다」 남원 3박4일 여행 취재 스케치 제3탄

 

 

위생과 자연 보존이 담보될 수 있을까? 

 

2019년10월2일(수)

 

 

 여전히 비가 내리지만, 폭우가 아닌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며, 아침 식사를 위해 광한루원 우측 담에 면해있는 식당 추어향으로 향했다. 이렇게 깨끗한 음식점이라니. 한식당을 찾을 때마다 지저분해 소화가 안 될 지경인데, 추어향은 입구에 단정한 자세로 앉아있는 춘향 좌상에서부터 쾌적한 실내 인테리어, 깔끔한 음식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젊은 식당 주인에게 칭찬의 말을 전하니, 오래 장사하신 분들이 가게를 재단장하지 않아 지저분해 보일 뿐이다, 우리도 부모님께 물려받은 후 인테리어를 다시 해 깔끔해졌다, 며 겸손한 답을 건넨다. 우리나라 모든 식당이 양이나 짜고 매운맛, 싼 가격, 낙서 지저분한 허름한 실내와 할머니 욕설로 이름 얻으려 하지 말고, 위생과 영양과 친절로 손님을 만족시키면 좋겠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식당으로 이보다 좋을 수 없어 강력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대표 평지 가람인 실상사(實相寺)로 향했다. 동생과 지리산 둘레 길을 걸을 때, 실상사 초입의 커다란 나무 아래서 쉬며 석 장승을 바라보던 때의 추위가 떠올라 눈물이 찔끔. 비 내리는 지금은 대형버스가 해탈교를 통과하느라 용을 쓴다. 

  비 내리는 실상사, 당연히 운치 넘친다. 천왕문 앞에서 해설 선생님이 한글 주련을 오래 설명하신다. ‘가득함도 빛나고, 비움도 빛나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말씀이지만, 비우는 것으로도 빛날 수 있다는 고언(苦言)은 도법스님 강의로도 이어졌다. 

 1998년3월에 제1기 불교귀농학교를 개설하면서 시작된 오랜 역사의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인드라'는 인도의 수많은 신 가운데 수행자를 지켜주는 신으로, 우리나라에선 '제석천'이라 한다. 인드라망은 제석천 궁에 드리워진 무수한 구슬로 만들어진 그물을 뜻한다.)를 비롯해 귀농 교육, 공동체 정신에 끼친 도법스님 노력은 익히 들어왔다. 산내면 일대 수많은 공동체가 도법스님의 직 간접 영향으로 탄생하여 성장하고, 더 큰 성장을 위해 소멸하는 유기적 순환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관심 있는 이들은 다 알고 있는 바. 16명 수강생들이 남원, 지리산 일대서 만난 이들과 단체 대부분이 도법 스님 공로를 빼놓지 않을 정도니까. 

 도법스님은 자신에 대한 잘못된 평가나 인식도 있다고 웃으시며, 은퇴한 중장년이 해야 할 일로써 귀농 귀촌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특히 천왕문 한글 주련 뜻과 글꼴디자이너 안상수선생이 디자인한 생명 평화 무늬 뜻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2017년 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안상수선생과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학생들 작품을 초대한 ‘SeMA Green  날개. 파티’ 전 도슨트를 했던 덕분에 설명이 잘 와 닿았다. 물론 당시 공부했던 것보다 더욱 풍부하고 넓은 뜻이 담겼음도 알게 되었다. 
 모든 생명을 귀히 여기는 평화 사상을 담은 붉은 색 로고는 아래에 사람이, 우측에 들과 산의 짐승, 좌측에 물고기와 새, 지상의 나무와 풀과 하늘의 해와 달, 즉 사찰의 불전사물(佛殿四物 - 범종, 법고, 목어, 운판)에 내포된 뜻을 간결하게 현대적으로 쉽게 정리한 것이다. 

 필자의 기특한 제안으로 도법스님을 가운데 모시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모두 손을 활짝 펴고 미소를 가득 머금고.

 오랜만에 고찰에서 점심 공양을 하게 되었다. 템플스테이도 많이 해보았지만, 요즘은 어느 사찰에서도 발우공양(鉢盂供養)을 하지 않는다. 현대인이 불교에 쉽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함이라 짐작하나, 실상사 같은 고찰/ 대찰/ 좋은 뜻을 펴는 곳에서만이라도 발우공양 체험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음식 남기는 것에 죄의식을 갖지 않는 우리나라 식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발우공양을 모든 사찰, 일반 식당에서도 실천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오래고 오랜 바람이다. 불가의 발우공양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그릇된 식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최선의 창의적 식사 예절이며, 발우를 수출하면 BTS 칼 군무 이상의 각광을 받으리라 믿사옵니다.  

 

 비를 뚫고 경사도 심한 산길을 올라 수토산방에 이르자, 이웃해 산다는 장년의 세 친구가 커피와 다과를 준비하고 기다리신다.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비 내리는 날 산 속 말끔하고 아담하고 아늑한 공간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게 풍류지 싶었다. 오랜 시간 함께 여행 다녔던 세 친구가 인생 후반을 함께 할 집까지 지었다니, 당사자들마저 굉장히 특수한 경우라 하신다. 현지인과 어울릴 자신이 없어 마을과는 떨어진 산비탈에 집을 지었고, 그 과정이 무척 힘들었단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지내고 식사하며, 지금도 여전히 투닥거리지만, 건강까지 좋아졌다니, 말해 무엇 하겠나. 최희경님의 자분자분 이야기를 들으며 다들 부러워 입을 다물지 못한다. 

 

 생명살림의 연대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제1실현지라는 (사단법인)한생명 사무실에서 강양화선생님을 만났다. ‘김치 써는 놈 따로 있고 먹는 놈 따로 있고’‘컵 하나 제대로 안 씻으면서 공동체는 무슨’이라 쓰인 포스터가 한생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했고, 크게 공감하며 반성 모드. 강양화선생님은 본인의 귀농 이야기에서부터 산내면의 공동체, 일자리 등, 다채로운 질문에 차분하게 응해주셨다. 

 드디어 황의도선생님이 남원시 운봉읍 행정마을에 귀촌해 지은 집을 가본다. ‘ 나무장난감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1기 수업에서부터 제주도 MT까지 취재한 인연에다 이번 남원, 지리산 여행에서 본 봉사 자세까지, 그 성품을 흠모하기에 무척 가보고 싶었다. 계단과 같은 내부 골조는 물론 장롱 손잡이 장식까지, 천정 높은 집은 나무를 다루는 황의도선생님의 세심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황의도선생님은 아내의 지청구를 듣고서야 하나씩 장만했을 뿐이라신다. 서울을 오가며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지라 집에서는 빵점 아빠, 남편이라 여기시는 것 같다. 집에 면한 작업실은 갖가지 공구와 나무들, 나무 장난감 등으로 그득했다.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정성 가득한 집에서 양껏 나무를 만지며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편제 마을 휴로 향했다. 남원시 운봉읍의 동편제 마을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황산대첩을 치룬 곳이자, 동편제 판소리의 태동지로 가왕 송흥록과 박초월 명창이 태어나고 득음한 곳이라 한다. 역사와 인물이 함께 하는 마을 너른 평지에 들어선 펜션 휴는 2019년10월에 개관한, 그래서 아직 홈페이지가 완벽하지 않지만, 모던하고 깨끗하고 세련된 숙소다. 기름한 서양 유리 집 외양에 한옥 내부 장식을 접목한 숙소를 둘러보며, 우리나라 농촌 마을사업 수준이 여기에까지 올랐구나, 감탄했다. 방 이름도 이성계 특실, 송홍록 명실 등으로 마을 정체성을 살렸다. 숙소 입구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이 새겨져 있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와, 시 선택에도 이토록 높은 안목이라니, 동편제 마을 주민 수준을 알겠다. 이번 여행에서 각기 다른 특색 있는 숙소에서 자보았지만, 가장 쾌적한 잠을 자려면 휴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잠자리 청결에 예민한 여성도 100%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고급 호텔, 아니 그 이상의 정성 어린 숙소다.
 통 유리창 밖 풍경이 시원시원 내다보이는 로비에 정계임 운봉읍 마을 이장님을 다시 모시고, 귀농 귀촌 지혜를 들었다. 황의도 선생님같은 분을 특히 반긴다는 데, 그 이유는 물론 마을에 도움을 주려는 헌신적 자세, 나무를 다루는 전문가 기술, 무엇보다 자녀를 둘씩이나 마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젊은 분이기 때문이란다. 음, 아무 재주  없는 필자 같은 중늙은이는 어디가나 환영받지 못하는구나, 당연하지. 아웃 당하는 게 섭섭해야 하는데 전혀 서럽지 않았다. 도시형 인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읍니다요. 

 마지막 날 숙소는 길섶. 구절초영농조합법인 대표이자 지리산을 찍는 사진작가 강병규씨가 운영하는 숙소다. 돌을 박은 둥근 흙 담 벽과 너와 지붕으로, 자연친화적 숙소임을 자랑한다.

  저녁 식사로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 구이와 맥주 등이 나왔다. 저녁 식사와 함께 세 분 이야기를 들었는데. 특히 이영석 흥부마을영농조합법인 대표님 말씀이 가장 와 닿았다. 깨끗한 얼굴과 자애로운 표정, 군더더기 없는 몸매가 학구적 삶과 인격을 대변하는 듯했다. 녹녹치 않은 현실과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을 돕겠다는 사업 의지와 공동체 정신을 조리 있게 피력하셨다. 

 

2019년10월3일(목)

 

 

 아침 식사 후에는 그동안의 여정과 조사, 찾아간 기관 등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다, 특히 도법스님 말씀이 감명 깊었다, 로 모아진다.

 길섶 대표의 장광설을 듣느라, 다소 늦게 지리산 둘레길 3코스(인월-금계 일부)를 걸었다. 점심 식사 예약 시간과 귀향 차편 등으로 서둘러 걸어야했다. 태풍이 몰고 온 폭우로 불어난 계곡을 건너느라 신발을 벗고 걸으며, 다들 어린 시절 개울물 건널 때처럼 흥분했고, 풍경에 취해 감탄사를 날렸는데, 아침 일찍 출발 해 여유 있게 걸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등구령 쉼터에서의 점심은 시골밥상 그 자체로 토속적인 맛을 음미했지만, 화장실 등 주변은 어찌나 어수선한지, 위생은 보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남원 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며, 이번 귀농 귀촌 조사 여정에서 들은 현실적 정보를 정리해보니 딱 두 가지. TV의 귀농 귀촌 다큐멘터리에서도 반복해 들었던 것이다. 귀농 귀촌을 원한다면 무턱대고 집을 사지 말고, 세를 얻어 지내면서 내가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라. 일거리는 본인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지만, 큰 돈 번다기보다 본인 생활비만 된다면, 지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주민과 무난하게 지낸다.  

 

식당 추어향 전라북도 남원시 쌍교동 316, 063-631-5545
실상사 http://www.silsangsa.or.kr/
인드라망생명공동체 http://www.indramang.org/ 

수토산방 전북 남원시 중황길93ㅡ50 
(사단법인) 한생명 http://www.indramang.org/hanlife/
동편제 마을 휴 http://dongpyeonje.co.kr/동편제-마을-펜션/
길섶 http://gillsub.com/
등구령 쉼터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 518. 063-636-3514

 

<기타 참고 사이트>
지리산 일대 숙박 사이트 휴 https://stay.huemaker.com/index.do
함께 떠나요 남원여행 https://www.namwon.go.kr/tour/index.do
남원 통합 예약 신청 시스템 https://www.namwon.go.kr/reserve/index.do
농어촌 알리미 https://www.alimi.or.kr/home/a/selectOnestopHome.do
농어촌 알리미 내 빈 집 정보 https://www.alimi.or.kr/api/a/vacant/selectApiVacant.do

지리산 둘레보고 http://www.jirisantour.com/
귀농귀촌종합센터 http://www.returnfarm.com/cmn/main/main.do

 

 

 

 

 

 

 

 

 

 

 

  ※  위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