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동네 맥도날드 있어?”

대학 때, 지방 친구들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었다고 한다. “맥도날드가 동네에 있다고 달라질 것은 없는데 왜 그게 궁금한지 모르겠다”라고 말한 친구가 생각이 난다. 서울과 지방 생활권의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서울로 유학을 보내려면, 생활비와 학비 지원이 가능한 형편이어야 하고, 성적도 꽤 좋아야 한다. 그러니깐 한마디로 고향에서는 잘나가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고작 받는 질문에 좀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유학생끼리도 “네가 더 시골이다, 아니다 네가 더 시골이다.” 작은 실랑이도 간혹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맥도날드가 있으면 시내이고, 롯데리아가 있으면 시골이 아니라고 정했다”고 했다. 이도 일리가 있는 것은 1990년대에는 사람들이 가장 모이는 지점마다 맥도날드 매장이 있었으니, 그 논란을 단숨에 잠재울 수 있었다.

1988년 압구정동에 맥도날드 1호 매장이 생겼다. 이후에는 종로, 강남, 신촌 등 일명 핫플레이스에 점차 들어섰고, 약속 장소를 정할 때 “맥도날드 앞에서 몇 시에 보자” 했을 만큼 주요 약속 장소로 떠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노란 바지에 빨간 머리 피에로 캐릭터는 미아삼거리에도 들어왔다.

교통이 좋은 미아삼거리에 맥도날드 매장이 생겼다. 매장 안팎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또 수유 방면으로 버스 정류장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하철 2번 출구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노점상들로 엉켜있었다. 

미아삼거리는 미아사거리가 되었다. 동소문로, 도봉로, 종암로를 미아삼거리라고 했는데, 뒤에 월계로가 추가되면서 8차선 도로 4개가 만나면서 사거리가 되었다. 지하철표기도 2014년 미아사거리로 정식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혼용해서 사용한다.

막상 사거리 대로에는 지하철역 출구가 하나도 없다. 미아사거리 대로에서 빗겨서 도봉로에만 출구 6개가 몰려 있다. 보통은 지하철역의 사거리 모퉁이 8곳에 출구가 있고, 그 중심으로 번화하기 나름인데 이곳은 특이하게 수유 방면 도봉로만 6곳 모두 있다. 아마도 지하철 개통 당시 삼거리 위로 고가도로의 영향을 받은 듯싶다. 2004년에 고가도로가 철거되어 하늘이 열리고, 미아사거리가 시원해졌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지하철 출구는 옮길 수 없다.

2000년대 초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환경과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 속 핫플레이스에 자리 잡았던 맥도날드 매장은 하나둘씩 보이지 않게 되었다. 몇 년 전에 미아사거리 그 자리 그대로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 들렀다. 매장 손님과 아르바이트생 모두 중장년층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당시 셀프 주문은 기존 음식점과 가장 큰 차별화였다. 어른들은 셀프 주문을 꺼렸기 때문에 덜 찾았고, 덕분에 20대였던 우리는 편하게 더 자주 이용하게끔 했다. 그런데 지금은 키오스크에 능숙하지 못한 내가 느리게 주문 버튼을 누르고 있다. 그때는 그렇게 넓고, 환하고, 쾌적했던 것 같은데, 그날은 좁은 통로, 음료에 얼룩진 바닥, 일회용품으로 넘치고 있는 쓰레기통을 보면서, 서툰 메뉴 주문과 예전과 사뭇 다른 매장을 보면서 낡고, 그만큼 생기도 잃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1층짜리 낡은 맥도날드 매장 건물은 없다. 맥도날드가 있다고 시내라고 하지 않는다.

지금은 시내의 기준이 무엇일까? 누구는 ‘배달의 민족’이 있어야 시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맥도날드가 없고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이 가능한 미아삼거리는 여전히 시내다. 산언덕을 타고 올라가는 좁은 골목길과 나란한 벽돌집이 모여 있었던 산동네 마을이 지금은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 지하로 흔적도 없이 뭉개졌다. 그렇게 개발된 길음 뉴타운으로 동소문로 주변에도 현대백화점, 이마트, 척 병원, 주상복합의 높은 건물들은 하루가 멀다고 쭉쭉 뻗어 올라가고 있다.

이제는 어느 지역 어느 시내 모두 고유의 색을 잃고,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파트와 도심을 반사하는 유리 빌딩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wej25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