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을 찾아 준 아이들 : 청소년시설50+지원단을 만나다
갑자기 찾아 온 퇴직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여러 사람에게 길을 물었지만 나에게 맞는 답이 없다. 이 나이에 이력서를 쓰자니 조금 뭉그적거렸다. 그래도 쓰고, 제출했지만 뻘쭘하게도 아무 소식이 없다.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됐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현실이다. ‘그래서 되려나’하는 심정으로 50+에 노크했다. 뜻밖이었다. 이런 곳도 있구나!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 몰랐다. 대부분의 50+가 품고 있는 마음일 것이다.
50+ 기자단을 시작하며 찾아간 곳은 청소년시설 50+지원단 이지원 선생님이 근무하는 화곡청소년수련관이었다. 수련관에 들어서자 어미닭을 쫒아가는 병아리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초등학생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인터뷰를 시작하려 해도 착 달라붙어 떨어지려하지 않았다. 어른에 대한 아이들의 일반적인 인상을 반전시키는 장면이었다. 다음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간신히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선생님이 이 기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50+ 중부캠퍼스에서 실시하는 보람일자리 프로젝트 중 청소년기관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까다로운 선발 과정과 청소년의 이해 등 하드트레이닝을 거쳐 방과 후 학교 상담선생님으로 부임했다. 이 기관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는 여성가족부 지원 사업으로, 흥사단에서 위탁관리하고 있었다. 전국 260여개 방과 후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는데, 화곡청소년수련관은 우수기관으로 선정될 정도로 프로그램 충실도 및 참여자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수련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몽(夢)당 연필” 프로젝트는 청소년 진로적성을 위한 것이다. 학교 수업에서 체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습득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한 개성 및 인성 발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참여 청소년들의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다.
각자 성장환경과 개성도 다른 만큼, 수업에 임하는 선생님들의 수업준비는 거의 ‘맞춤형 교육’에 가깝다. 예를 들어 요즘 청소년들에게 하지 말아야할 질문 중에 하나는 “꿈이 뭐니”라고 한다. 하지만,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한테 조심스럽게 꿈이 뭐냐고 물으니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대답해서 좀 의아하긴 했다.
이 의문은 이지은 선생님과 인터뷰하면서 풀리게 되었다.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접근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 상담의 기법을 통해서 마음을 열게 하고, 아이의 진로를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것. 또 한 가지 놀랄만한 것은 집중도가 15분을 넘기기 어려운 아이들임에도, 상담시간이 한 시간 정도 진행되는 것이다. 그만큼 재미있고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상담 선생님 역시 개개인을 면밀히 관찰하고 파악하여, 혹여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단순히 상담 지식으로만 접근하기에는 일차원적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과 새로운 지식이 필요하다. 물론 상담 경험이 있다하더라도 그 대상이 성인에서 청소년으로 달라지면 수반되는 모든 과정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과거 성인 및 고등학생 진로상담 경험이 많았던 선생님도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생활의 활력을 주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해 주는 고마운 아이들이라나. 그래서 묵혀두었던 경제학을 공부했고 요즘은 틈틈이 사회적 경제를 공부하고 있다고.
결국 보람일자리 사업은 아이들로부터 미래의 보람을 찾아 가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상담을 통하여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상담 받아 매우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