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언제 독립할꺼유?
어느 날 대뜸 아들에게 "아빠는 언제 독립할꺼유?"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떨까? 아니 이런 질문을 받아 본 사람이 있기는 할까? 상상이라고 해도 쉽게 답변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아들과 어떤 관계이기에, 혹은 어떤 아빠이기에 이런 질문을 받는 걸까. 허울 없는 부자관계라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는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을까 싶다.
이 질문을 들은 주인공은 나눔공동체 1004클럽의 양승수 총재다. 은퇴 후 "벌어서 남주자"라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는 그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는 오피스텔을 찾았다.
방문한 조그만 오피스텔에는 나눔에 필요한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용 생리대였다. 나눔과 생리대, 쉽게 매치가 되지는 않는 이상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 때 '깔창 생리대'로 불리며 뉴스로도 많이 보도되었던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을 위한 물품들이었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 희망나눔 프로젝트'는 생리대가 없어 학교를 결석하는 여학생들을 돕는 일이다. 전국적으로 비싼 생리대 가격에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직접 학교 교장 및 담당선생님들과 면담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실제로 생리대가 없어 학교를 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수가 적지 않았고, 심할 경우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여학생들이 쉽게 자살을 시도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그는 민감한 청소년들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는 어려운 생리대를 나눠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년 저소득층 여학생 3,000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 생리대를 지원했고, 올해는 더 많은 여학생들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창 사춘기로 인해 쉽게 외부에 도움요청을 하지 못하는 여학생들에게는 고마운 손길이 아닐 수 없다.
이 외에도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나눔을 행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나눔을 위한 재정확보를 위해 강의를 하고, 지인을 만나고, 농장을 꾸려왔다. 하지만 아무리 열정적으로 뛰어 다녀도 나누는 살림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끔은 아들에게 손을 벌린다. 그러면 아들은 아버지가 민망하지 않도록 장난스럽게 "아부지는 언제 독립할꺼유!"라고 한단다.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아들의 꾸지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