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탐구 강좌의 마지막 수업은 고전 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이 ‘고전을 통한 50+삶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산다는 것은 집을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생명은 활동과 접속이기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면 밖에 나가는 것이 삶의 원칙이다. 집에만 계속 있으면 혼자 망상으로만 멋진 생을 상상하므로 아플 수밖에 없고, 집이 감옥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현대 사회는 노동-화폐-가족-소유-증식-허무-약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으로 정신이 고갈되어 가고 있고, 우리가 받고 있는 교육도 직업(노동)에 종속되어 있다. 그래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공부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핵가족은 에너지가 넘쳐나는데 해소가 되지 않고, 대가족은 서로가 힘들지만 에너지가 분산되어 핵가족 보다 에너지 순환은 잘 된다. 아파트는 늘었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병들고 있다. 물질을 증식한 후에 성찰(지혜 증식)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노동-화폐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함께 모여서 하는 활동이 더 많이 늘어나서 일상의 지도를 바꿔야 한다.

일시적인 쾌락만 추구하지 말고 고전을 통해 함께 배우고 익히자.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논어의 구절처럼 우정과 지성이 함께 있어야 한다. 노동과 혈연관계를 벗어나서 길벗과 함께 배울 때만 진정한 벗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친구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동양고전은 자연의 이치를 관찰해서 언어로 나타내고 있다. 배움은 능동적이고 자발적이며, 낮에 하는 활동이 의미 있으면 밤에 향락에 빠지지 않는다. 고전을 통해서 삶을 보면 지혜를 깨우칠 수 있다. 그리고 배운 지혜를 다시 가르쳐야 의미가 있다.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공부를 고전을 통해서 하자. 명확하지 않은 삶에서 길을 찾으려면 부지런히 공부하고 그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매주 강의 끝나기 전에 고전 낭송 시간을 가졌는데, 수업의 지루함도 덜어주고 배운 내용을 다시 새겨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그리고 소리를 내어 읽으면 몸의 순환에 도움이 되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마지막 시간에는 수강생들이 배운 내용을 몇 구절씩 외워 앞에 나가서 함께 암송하는 시간을 가졌다. 열심히 외웠지만 잘 떠오르지 않아 서툰 점도 있었지만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즐겁게 마무리했다. 
 
이상으로 동양고전 탐구는 장자의 절대 자유의 삶, 18세기 백수 지성 탐사, 아파서 살았다, 운명, 몸, 삶을 관통하는 지혜, 고전을 통한 50+삶의 지혜 등의 주제를 다뤘다. 일상에 얽매여서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며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게 하는 단비 같은 강의였다. 그동안 물질을 좇아왔다면 50이후의 삶은 고갈된 정신을 공부로 충전하며 새로운 중년의 삶을 창조해 나가야겠다. ‘공부는 수행이다’라는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