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양과 함께하는 체험 농장, 남원 동편제마을의 희망씨앗농장 탐방기 >
알프스산맥이나 고산지대에 사는 산양(山羊)은 맹수류가 범접할 수 없는 가파른 수직 절벽이나 바위를 자유자재로 이동한다. 산양은 필수 영양소인 무기 염류를 찾아서 바위나 절벽 틈에 자라난 풀과 이끼류를 주식으로 섭취한다. 무기 염류가 부족하면 발굽이 잘 부러지고 깨지기 때문이다. 모로코와 같은 사막지대에 사는 산양은 일반적으로 먹을 게 없기 때문에 주식인 아르긴 열매를 먹기 위해서 나무 위에 올라간다. 열기로 단단해진 바닥에 떨어지면 목,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위험하지만, 생존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날짐승도 아닌 것이 나무 타기의 고수로 점점 진화하였다.
▲ 모로코 사막에서 아르긴 나무 열매를 먹기 위해 생존의 위협을 무릅쓰고 위험한 나무 타기를 하는 산양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출처 : Pixabay 무료사진)
이런 산양을 체험할 수 있는 농장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지난 기사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2박 3일간의 남원팬슈머 활동에서 방문한 남원시 동편제 마을에 있는 희망씨앗농장이 그곳이다.
▲ 남원 동편제 마을에 위치한 산양체험을 통해 함께하는 사회적 농장을 꿈꾸는 희망씨앗농장의 간판이 매력적이다. ⓒ 시민기자단 서상록 기자
대표인 정영학 씨는 뉴질랜드 낙농가에서 근무하고 스위스 치즈학교 전문가 과정, 도내에 위치한 임실치즈 공장 근무, 2020년도에는 농림부 산지생태축산자문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해외 유학과 국내 근무 경험을 고루 겸비한 전문 경영인이다. 그는 2011년 이곳 남원에 희망씨앗 영농조합법인을 창립하였다. 2013년 10월에 임실군 주관 치즈 콘테스트 대상을 수상하고, 2014년 9월에는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 2015년에는 전북 경제통상진흥원 주관 스타 소상공인에 선정되었으며, 2017년에는 식약처 HACCP(식품안전관리) 인증까지 획득한 명실상부한 품질과 맛을 모두 겸비한 명품 기업이다. 알다시피 모유는 면역, 성장, 인지능력 향상 등 수많은 생리활성물질이 함유되어 있지만, 산모들이 산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찍부터 모유 대체로 우유(bovine milk)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유당불내증, 빈혈, 골다공증 등 우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최근에 하나둘 드러나면서 모유와 조성이 비슷한 산양유(goat milk)가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100여 마리에서 생산되는 고퀄리티의 산양유와 치즈는 없어서 판매를 못 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작은 거인 정 대표의 눈은 더 원대한 곳을 향해 있었다. ‘함께하는 사회적 농장’을 통해 지역 아동 및 청소년,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다. 산양농장에서 산양 생태학습과 먹이주기 체험은 물론이고, 산양유 치즈 및 아이스크림 유제품 만들기 체험, 텃밭 가꾸기 등 심리적 치유와 회복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체험활동에 참여한 장애인을 고용해서 이러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보조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농장을 실현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교보 대산농촌재단과 “체험목장” 업무협약을 맺고, 2019년에는 식생활 우수 체험공간으로 인증받았으며, 2021년에는 동물교감 치유농장 시범사업장으로 선정되었다. 드디어 2022년 12월에 사회적 농장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희망씨앗농장의 체험객은 2018년에는 853명, 2019년에는 전년의 두 배인 1,800여 명, 코로나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부터는 오히려 방문객이 줄지 않고 2,000명을 넘겼다. 2023년에는 지역 청소년 단체인 지리산 마을 교육공동체, 장애인 복지관의 직업적응훈련반, 장애아동 늘푸른 어린이집 등 단체가 체험했다. 또한, 가족 단위로 소수 인원이 5월에서 7월, 9월에서 10월 사이에 수시로 체험신청을 하고 있다.
주요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산양농장 체험, 산양유 유제품 체험, 농사(텃밭) 체험으로 구분된다. 먼저 산양 농장체험은 산양 관찰하고 그리기, 산양 먹이 주기, 산양 생태학습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 티 없이 맑고 예쁜 아이들이 희망씨앗농장에서 산양과 마스코트와 함께 산양체험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출처: 희망씨앗농장 사진 제공)
두 번째, 산양유 유제품 체험은 산양유 크림치즈 만들기, 치즈 피자 만들기, 발효 동물빵 만들기이다. 위생두건을 쓰고 아빠와 아이들이 산양유 크림치즈를 만들고, 어린아이 둘이서 치즈피자 도우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진지하면서도 너무 귀엽다. 아마도 나중에 커서 이 기억들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할 듯하다.
▲ 너무나 귀여운 어린이들이 치즈 피자 만들기를 위해 도우를 만들고 있다.(출처: 희망씨앗농장 사진 제공)
2024년 사회적 농장 프로그램 추진계획은 정말 알차다. 상반기에는 농작업 및 텃밭활동, 산양 돌봄활동, 산양 교감․치유활동, 유제품 및 조리체험, 자연생태체험을 하고, 하반기에는 농작물 수확, 치즈와 텃밭 채소 요리활동, 유제품 및 조리체험을 한다. 농부학교와 요리학교로 나누어 월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5월에는 농부학교에서는 텃밭 모종 심기, 요리학교에서는 산양유 아이스크림 만들기, 6월에는 유산양 돌봄활동, 텃밭 채소요리활동, 7월에는 텃밭 수확체험, 팜피자 만들기, 9월에는 유산양 교감치유활동, 동물빵 만들기, 그리고 10월에는 자연생태체험과 결과 공유회와 팜파티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농부학교는 내년도는 매주 토요일에 가족 단위 소규모 주말체험인 팜크닉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최대 5개 가족까지 수용할 계획이다. 올해 시범적으로 9, 10개 팀을 운영하였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가족 체험을 계획한 것은 기존 단체 체험의 경우, 70여 명 이상 너무 많은 인원이 오다 보니까 개개인에게 체험공간도 부족하고 기회도 적어져서 소수 인원으로 타겟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 산양에게 먹이주기를 하며 가족들이 하나 되는 교감을 느끼는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출처: 희망씨앗농장 사진 제공)
자연 속에서의 동물과의 교감은 심리적 안정감, 스트레스의 감소, 주의집중력은 물론 신체활동의 증진효과를 준다. 사회적으로는 집단의 일원이 되어 소속감을 느끼고, 사회적 접촉, 통합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아이스크림 만들기와 크림치즈, 피자를 만들며 새로운 실용 기술을 습득하고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다. 가족 단위 체험은 쉼과 웃음을 통하여 힐링과 가족이 하나 됨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정 대표의 다분진 각오처럼 농촌돌봄농장으로서 장애인 아동과 청년 돌봄은 물론, 궁극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교육하고 고용하는 그 날까지, 희망의 씨앗이 싹트길 만개하길 기대하고 응원해본다.
시민기자단 서상록 기자(qmsss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