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돈보다 건강보다 중요한 것이 있으신가요?
성동1인가구지원센터, 성동실학 그리고 마을문화카페 산책의 제안들
중년의 세대에 대한 여러 경고가 있다. 그들은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들에게 부양받지 못하며, 스스로를 부양하는 첫 세대다. 통계청의 <생명표> 자료를 보면 2022년 현재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6세다. 이는 1970년 62.3세에서 20여년 이상 늘어난 수치다. (남성은 80.6세로 적고, 여성은 86.6세로 더 장수한다) 놀라운 일은 이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다. 실제로 은퇴를 하는 나이는 55세다. 한국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OECD가 밝힌 퇴직자들의 평균 연령은 49.3세였다. 일을 떠나고 30여년 쯤 더 살아야 하니, 그 과제를 해결하는 것도 지상과제다. 경제와 건강은 중장년의 화두다.
▲ 1인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출처 : 통계청〉
▲ 2021년 성별연령별 고독사현황 〈출처 : 보건복지부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돈보다 건강보다 중요한 것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제들 앞에서 고민이 있다. 한국인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는 돈이고, 두 번째는 건강이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리서치센터가 17개 선진국의 성인 1만9천명에게 물었던 질문에 답한 결과다.(14개국은 가족을 삶의 가장 큰 의미라고 꼽았다. 스페인만은 건강이었고, 대만은 사회가 1위였다)
‘건강’은 단순히 몸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건강기준은 다르다. 몸의 건강, 마음의 건강 그리고 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룰 때 그는 건강하다. 마음이 병들면 건강할 수 없다. ‘사회적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사람들은 더 병들기 쉽다’. 이것이 무려 84년 동안 지속된 하버드 의대 성인발달 연구팀의 결과다. 2023년 1월 발간된 《굿 라이프》가 ‘행복한 삶’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꼽은 것은 ‘사람과의 따뜻한 관계’였다. 담배를 열다섯 개피 피우는 것과 폭음을 하는 것 혹은 폭식을 하는 ‘나쁜 습관’과 비슷하게 해로운 것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늘어가고 있는 ‘1인가구’는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주요연령별 1인가구 비율은 꾸준히 늘어왔다. 2000년 15.5%였던 1인가구 전체비율은 2022년 34.5%로 늘었다. 20-30대는 현재 12.3%, 60-70대의 비율도 9.5%나 된다. 미혼 독신 가구도 늘었고, 이혼이나 별거도 늘었다. 고령화된 이들은 사별로 인해서 단독가구가 된다. 성동구의 1인가구 비율은 어떤 특이점을 보일까?
2023년 10월말 현재 성동의 1인가구 비율은 44.26%다. 사근동에는 75.26%(이쪽은 한양대 학생 및 고시원 형태의 청년 1인 거주자가 다수), 용답동은 68.14%, 송정동 55.22% 그리고 성수2가3동 52.53%, 마장동 49.2%로 1인가구가 집중된 양상을 보인다. 이쪽 용답, 송정, 사근, 성수2가3가동 지역엔 상대적으로 중장년 이상의 1인가구 거주자들이 산다.[성동구청/통계광장/주민등록인구통계] 이들은 ‘위기의 중장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돕는 이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어떻게 응전하고 있을까? 먼저 성동구1인가구지원센터 김요한 센터장을 만났다.
■ 성동1인가구지원센터 - 1인가구의 ‘가풍’을 세우고 건강을 조직한다
-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0대와 60대 남자의 고독사 비율이 여성보다 8배에서 10배 가까이 높았던 점이 충격적이었다. 이런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남성들이 자기 돌봄과 관계라는 측면에서 여성에 뒤진다. 중년남성은 일에서 배제되면 스스로 자존감이 훼손되고 사회적 시선 역시 따가워진다. 1인가구 증가율로 보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분들이 8배 더 증가했다. 우리나라 복지 체계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 대해서는 이미 촘촘하게 망을 형성해 두고 있다. 청년지원사업도 많은 편이고. 해서 우리 센터는 중장년에 초점을 맞추고 ‘외로움’과 ‘건강’을 중심으로 집중한다.”
▲ 성동1인가구지원센터 내에 상시 설치돼 있는 그림판. 고요하고 치열하게 자신을 찾는 시간이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 어떤 방식으로 그들과 만나고 돕는지 궁금하다.
“경제적 안정이 되고 자발적 고립을 택한 분들에게는 정보를 연결한다. 비자발적인 고독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분들은 복지기관과 연결한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데 자발적인 분들은 유목형이므로 고용노동부 서비스나 교육 분야로 연결한다. 경제가 안정돼 있는데 비자발적 고립될 수 있는 분들은 우리들의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 보건소와 연계돼 식습관과 운동처방을 한다. 걷고 달리고 자전거 타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를 들면 ‘세이프 라이딩’은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면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 1인가구에 대한 편견이 혹시 있는지? 캠페인도 하는지?
“1인가구는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나? 청년들과 중장년 등도 마찬가지다. 선택지 중 하나가 되고 있다. 2020년대는 핵개인의 시대다. 이제는 가족 지역 네트워크에서 사회적 네트워크로 넘어갔다. 다만 개인에 대한 자유와 그 욕망이 커진 대신 타인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두 가지 모두 추구하지만, 거대한 집단화는 안 하려 한다. 우선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서로 편안하게 친구할 수 있는 두세 분 만나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1인가구 지원 분야를 하시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인력 자원의 부족은 거의 모든 복지체계에서 처한 문제니 그건 빼고. 알람 서비스 같은 것을 이용하는 분들이 계신다. 중장년 문자안부 서비스나 정보 연결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작동하는데, 조금더 다이렉트로 내용을 알려드리고 싶은 생각이 있다.”
- 1인가구 대상자 중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다면?
“노숙을 경험했던 중장년 남성분이 전입해 오셨다. 동주민센터 등에서의 수급과정 등을 모르셔서 도와드렸고, 직업을 구하는 중에 우리 센터 미술공간과 만났다. 예전에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컸던 분이셨다. 그동안 경험 못한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찬찬히 하고 있다. 여러 극단적 표현을 하시던 분이 차츰 마음을 여는 모습도 보인다. 지금은 언제든 오셔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우리는 1인가구도 ‘가풍’을 세우자고 말한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립하실 수 있게 돕고 싶다.”
▲ 김요한 센터장이 들고 있는 것은 1인가구원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1인가구도 ‘가풍’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생각이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 성동50플러스센터 성동실학 - 남을 돕는 것이 스스로를 돕는 것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는 성동실학(실버가 만드는 마을학교)을 운영하고 있다. 중장년의 주민들, 시민들을 강사로 파견하는 사업이다. 인력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많지 않은 수요처에서는 이들의 연륜과 참여가 큰 도움이 된다. 성동구 곳곳의 아이꿈누림터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래놀이, 연극, 글쓰기 등 성동곳곳의 여러 강의터에서 이미 이들은 활약하고 있다.
초등학생들과 어르신 돌봄을 진행하고, 전문적 콘텐츠를 가진 성동구+서울시 거주 50플러스 세대들의 문의와 참여를 환영한다는 지난 봄의 공고에 많은 이들이 문을 두드렸다. 이곳 1인가구지원센터에서도 이들 ‘실학’자들을 받아들여 필라테스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바로 지역내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그들 중장년들 자신이다. 가르침은 가장 큰 배움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가르침은 사랑을 주는 일이고, 존경을 받는 일이며,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커진다. 그로부터 얻는 경제적 보수야말로 연금이나 지원금보다 몇 배는 큰 효능감으로 작동한다.
▲ 성동50플러스센터의 성동실학 모집 공고
■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 문화로 관계를 디자인하다
서울숲에서 남산까지 조각조각 나있는 녹지를 따라 걷는 길이 있다. 서울숲-남산길이다. 서울숲을 지나 중랑천을 건너 응봉산을 지나 금호산과 매봉산의 등성이를 걷는다. ‘공룡의 등뼈’를 걷는 길. 금호산에 올라 중구쪽 오솔길을 걸으면 옛서울, 그러니까 한양도성 안쪽의 동네가 오롯하게 들어온다. 매봉산에 올라 팔각정 전망대에 서면 서울숲과 광나루, 잠실나루 같은 한강과 강남이 아랫 풍경이 된다. 이 산길 중앙쯤, 금호산 등성이에 책읽는엄마 책읽는아이 어린이도서관 겸 마을문화카페 산책이 있다.
▲ 문화로 관계를 잇는다. 1인가구 참여자들이 마을문화카페 산책에서 책모임을 열었다.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친구와 자연의 숲길을 걷다가, 우연히 들르게 된 카페에서 따뜻한 청귤차 혹은 오미자차 혹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곳 아래 어린이도서관이 있어 그림책들을 읽는 아이들을 보고, 그 책들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면? 그림책은 쪽이 아주 짧은 시간에도 읽어낼 수 있어 이야깃거리 한 줌이 쉽게 얻어진다. 마을문화카페 산책은 그런 곳이다.
이곳에서 지난 시기 동안 1인가구 구성원들이 함께 한 독서모임이 있었다. ‘문화로 관계를 디자인하다’라는 이름. 그들은 모여 그림책을 읽고 토론했다. 와인을 마시며 영화를 보고, 친구끼리의 대화도 나누었다. 심사숙고해서 골랐을 책들과 영화는 다음과 같다.
1차 《키오스크》-아네테 멜레세 글 그림 / 2차 《여우》-마거릿 와일드 글, 론 브룩스 그림 / 3차 《프레드릭》-레오 니오니 글 그림 / 4차 《고르고르 인생관》-솔로 보트 글, 김성라 그림. 그리고 영화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키오스크는 원래 작은 공공장소에 설치된 작은 매점 가판대다. 그 안에서 잡화를 파는 주인공 올가의 ‘일상’과 ‘모험’이 책의 내용을 구성한다. 2차로 소개된 ‘여우’는 운명일 수도 현실의 이간질꾼일 수도 있다. 우정과 사랑을 시험에 들게 한다. 프레드릭은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의 새로운 버전이다. 일과 여가와 경제와 예술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가? 《고르고르 인생관》에서 우리는 인생 24개를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영화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는 귀족 부자와의 결혼보다 더 나은 걸 선택한 여성을 볼 있다.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책 혹은 영화가 우리 삶을 결정적으로 바꾸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는 한 번의 결정이 우리를 영원히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삶의 변화는 거기 밖에 있다. 관계가 지옥일 수도 있지만, 인정하고 지지를 보내주는 진원지가 나일 수 있다면? 상황은 변할 수 있다. 그곳이 어디든 손을 뻗어 잡아보시길, 잡아주시길.
▲ 행복은 좋은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것_와인과 친구들과 영화를 봤다. 마을문화카페 산책에서.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iskarma@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