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키우는 인구 1천만명시대, 같이 잘 살고 계시나요!?

-

사람이 아닌 반려견 눈 높이에서 판단하고 행동해야 ‘행복한 동행’ 가능

한해 버려지는 반려동물 13만마리…준비 안된 입양은 모두에게 재앙

-

 

‘그녀는 예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졌다. 성격은 별로다. 까탈스럽다. 식탐이 많고, 산책에 목숨 건다. 외모에 끌려 섣불리 작업 걸었 다간 매운 이빨 세례를 각오해야 한다’

 

 

그녀 이름은 ‘메이’다. 견종은 포메라니안이고, 네 살 여자아이다. 그녀는 가족에게 각별하다. 각자 방에서 놀던 일가족을 거실로 불러냈다. 절간 같던 집안에 웃음과 북적거림을 선물했다. 물기 하나 없이 마른 먼지만 폴폴 날리던 아재 마음에 촉촉한 감성을 선물하기도 했다. 현관문 열면 제일 먼저 뛰어나와 반겨주는 것도 그녀다. 그녀와의 동네 한 바퀴는 하루를 열거나 마무리하는 최고의 루틴이 됐다.

 

 

집에서 서열은 막내인데, 실제 영향력을 보면 ‘상전’이다. 약한 다리 다칠 세라 거실에 매트를 깔았다. 온 집안이 그녀 영역인 셈이다. 아들은 용돈 생기면 그녀를 위해 아낌없이 쏜다. 각종 간식에 관절에 좋다는 영양제까지. 메이는 식구들로부터 애지중지 보살핌 받으며 막내로, 한 식구로 살아가고 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것. 식구들이 바라는 희망사항이다.

 

메이가 식구로 연착륙하는데 시행착오가 없었을 리 없다. 잘못 먹이고, 제때 병원을 가지 않아 애를 고생시켰다.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해 엉뚱한 리액션으로 서로 생고생했다. 이 모든 것은 준비가 부족해 생긴 일들이고, 더 근본적인 원인은 개에 대한 이해 없이 인간의 눈 높이로 보고 판단한 때문이다. ‘반려견’으로 불릴 만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됐지만, 준비 없이 들이면 안 된다. 훌쩍 늘어난 반려인 수, 고속성장 중인 반려동물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그렇다. 잘못 대처하면 ‘공동체의 평화’를 해칠 수도 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 수는 591만 가구에 달한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2.4명)를 감안하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약 1,418만명에 달한다.(농림축산식품부 ‘2019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농축산검역본부 조사에 따르면, 2019년에 신규 등록된 반려견은 79만 7천81마리다. 2018년에 비해 무려 443.6%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2014년 반려동물등록제를 시행한 이후 2019년까지 등록된 반려견은 모두 209만 2천163마리다. 등록하지 않고 키우는 반려견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5조8,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년 새 3배 이상 커진 셈이다.

 

2019 반려동물 보호 복지 실태조사 인포그래픽.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13만 5천791마리. 작년(2019)에 구조나 보호조치 된 유기 동물 숫자다. 농축산검역본부가 2019년 각 지자체를 통해 반려동물 보호와 관리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내용이다. 종류별로는 개가 75.4%, 고양이 23.5%, 기타 1.1% 등이었다. 2018년(12만 1천77마리) 보다 12% 증가한 수치다. 추이를 보면 반려동물 숫자가 느는 속도에 비례해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가 자식을 키웠을 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우리는 익히 안다.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젖을 막 뗀 어린 강아지를 데려와 키운다는 것은 갓난애 보육과 맞먹는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럴 각오가 안 되어 있으면 반려견을 들이면 안 된다. 버려진 반려동물은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되고, 거기(보호 및 안락사 등)엔 사회적 비용이 든다.

 

반려견을 들이고 싶다면, 세 가지 체크포인트가 있다. 세 가지 체크사항을 확인하고 감당할 준비가 안 됐으면 들이면 안 된다. 강아지 관점에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준비가 첫째, 놀아주고 산책할 준비가 되었는지가 둘, 끝으로 양육비에 대한 준비다. 내가 들인 강아지에 대한 이해는 올바른 관계 맺기를 결정하는 첫 단추다. 견종의 특성을 알아야 양육을 위한 맞춤 준비가 가능하다. 관절이 약한 애한테, 계단길을 무시로 오르내리게 하면 안 된다. 하루에 최소 한 번 산책을 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게 하고, 저녁에도 피곤하다고 자버리는 견주가 최악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데는 돈이 든다. 식비에 미용, 병원비가 고정비로 나간다. 월평균 10만 원은 각오해야 한다. 수술 같은 돌발 비용은 별도다.

 

 

첫 번째 준비사항 연장선상에서 동물행동학을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 도그피아애견훈련소 소장 겸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애완동물학과 이주상 교수는 “카밍 시그널은 강아지가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인데, 의외로 모르는 견주들이 많다”며 “반려견의 행동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케어서비스회사 펫닥이 알려주는 강아지가 자주 표현하는 카밍 시그널을 소개한다.

 

  1. 눈을 마주쳐요. 이것은 ‘좋아요, 사랑해요’라는 뜻.
    그러나 견주가 아닌 낯선 이와 눈을 마주친다는 것은 강한 경계와 도전을 뜻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2. 시선을 피해요.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라는 뜻.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다.
  3. 고개를 갸우뚱할 때. 호기심이 있거나 집중하고 있을 때 보이는 행동
  4. 코를 계속 핥아요. 지금 처한 상황이 불편하고 불안하다는 뜻.
  5. 혀로 핥아요. 친근감의 표시다. 댕댕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호감도 표시.
  6. 꼬리 세우고 기지개 켠다. “나랑 놀아줘”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