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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회복, 먼저 가까운 미술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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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지역의 아늑한 궁산 숲 아래 한적하게 위치한 겸재정선미술관.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아무리 먹고 살 만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물질만능의 세상이라 해도 흐뭇하게 채워진 신용카드 한 장으로 모든 걸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이쁘게 차려입고 우아하게 앉아 먹는 음식만으로는 허기가 채워지지 않아 무언가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한가롭게 미술관을 찾는 것은 그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물론 전문가적인 실력과 소양을 갖춘 이들에겐 다른 의미의 중요한 장소가 될 테지만.

시내 중심으로 어디든 나가면 미술관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찾아 나서기가 때론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주변에 겸재정선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더러는 “거기 그런 게 있었나?” 하면서 놀라기도 한다. 큰맘 먹고 날 잡아 나서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서 그림 예술의 향기를 가득 담고 있다.

 

요즘은 도심 근교에 미술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문턱이 높지도 않다. 잠깐 틈을 내면 조선의 실제 풍경을 담은 진경산수화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이 늘 여유롭다. 또 다른 전시관에서는 간간이 요즘 작가들의 작품 전시도 이어진다.

 

그리고 간 김에 그림도 즐기고 미술관 카페테리아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며 창밖의 계절을 누려보는 호사도 가능하다. 호젓하게 멋진 시간을 선물하는 미술관이 가까이에 있음을 알아차렸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훌쩍 나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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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즈넉한 미술관의 야외 데크에서 크게 호흡하며 계절을 느껴볼 만하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겸재정선미술관은 서울의 강서지역에 위치해 있다. 복잡한 시내 중심으로 향하거나 도심 속을 이동하며 오갈 때는 때로 혼잡함을 감당해야 한다. 이곳은 그런 복잡함 없이 마치 교외라도 나온 듯 조용한 미술관이다.

 

겸재 정선은 1740년부터 1745년까지 양천현령(현 강서구청장)으로 일했다고 전해진다. 기록에 따르면 현재 미술관이 위치한 장소가 당시 양천현아(陽川懸衙)가 있던 곳으로 이곳에서 만 5년 동안 근무했는데 이때 ‘경교명승첩’, ‘양천팔경첩’ 등의 걸작을 남겼다. 이런 배경에 따라 정선의 업적을 기리고 진경문화 계승을 위한 겸재정선미술관을 강서지역에 세우게 된 것이다.

 

강서 양천 지역에서도 뚝 떨어져 외진 곳에 미술관이 있어서 찾아가기 어렵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버스와 자동차가 쉴 새 없이 오가고 무수한 상업 점포들이 붙어있는 북새통의 도심 복판에 있었다면 오히려 지금과는 분위기가 달라졌을 듯하다. 한적한 곳의 미술관이 주는 여유로움과 고요함이 그림 예술의 시간 속으로 풍덩 빠지게 해 준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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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전시실이나 복도 코너 등 어디를 둘러보아도 예술적 분위기를 전한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2개의 기획전시실이 있는 1층에선 요즘 초청 기획전이 이어지고 있다. 겸재 동상과 공덕비가 있는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면 이미 전시장의 분위기에 젖어 들게 된다. 오가는 이 드물고 조용함 속에서 작가들의 치열함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언제라도 찾아가면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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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재 정선의 화풍이 담긴 작품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이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그리고 2층엔 겸재정선 기념실과 원화 전시실이 있다.  겸재(謙齋) 정선(鄭敾)은 조선 후기에 진경산수화를 확립시킨 화가로 그 시기가 이곳 양천현의 현령으로 근무하던 때였다. 부드럽고 서정적이며 풍부한 청록색의 분위기로 당시의 관념적인 남종화(南宗畵)를 벗어난 정선만의 진경산수화를 보여준 화가였다. 이때가 65세 무렵이었는데 80대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한 화가였다고 전한다.

 

전시실 한쪽에는 영상실이 있고, 당시 한양의 부분과 현재 모습을 겸재 정선의 그림 속 모습과 비교해서 동시에 보여주는 전시도 있다. 예전의 산과 나무, 사람들이 드문드문 오가던 곳에 지금은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복잡한 차선이 이리저리 이어져 있다.

 

원화 전시실에서는 겸재 정선의 총석정, 설경 산수, 청하 성읍, 망부석, 귀거래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다. 그 당시 금강산 지역이나 계절적 풍경 등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느끼며 대가의 그림에 빠져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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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실 옆 코너나 복도에 마련된 영상실과 진경문화체험실, 느린 우체통이나 작은 도서관은 미술관을 즐기는 맛을 더해준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전시실 옆으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진경문화체험실이다. 진경산수화에 쉽게 접근하고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담아 전하는 러브U레터 느린 우체통이 운영되고 있어서 취향껏 참여하고 즐겨볼 만하다. 미술관이 지역문화에 기여하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실 밖 복도의 작은 도서관에는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동화를 읽어주는 모습이 평화롭다.

 

이뿐 아니라 미술관에서는 매월 교육문화행사로 문화가 있는 날엔 작가와의 대화나 전시 연계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최근엔 겸재문화예술제와 겸재전국사생대회가 진행되었다. 미술관을 배경으로 둘러싸인 궁산근린공원과 미술관 외부에서 겸재문화예술제가 성황리에 열렸다고 한다. 나선 김에 궁산에 들어 숲을 걸어볼 수도 있어서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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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1층과 2층을 거쳐 3층에 올라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의 분위기가 쾌적하다. ⓒ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3층 다목적실로 올라가면 겸재 정선이 살았던 시절의 양천현아 모습을 재현해 놓은 모형도를 볼 수 있다. 시대에 맞추어 디지털 작품도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그리고 편안한 카페 공간이 있어서 잠깐 쉬어가도 좋다. 굳이 시내 중심의 찻집이나 카페를 찾지 않아도 미술관 카페에서 이렇게 예술적 감성을 얻으며 호젓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복도의 작은 도서관에 앉아 책을 뒤적이며 생각을 정리하고 미술관 카페테리아에 앉아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진정 충분한 휴식을 얻는다. 

 

그 옛날 불멸의 걸작을 남긴 대가의 작품과 업적을 살필 수 있는 곳, 근래 현대화가들의 작품 전시 또한 쉼 없이 이어지는 곳, 우리가 멀리 나서지 않아도 멋진 시간을 선사하는 미술관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한가로이 찾아볼 미술관 하나 마음속에 품어두는 건 즐겁다. 강서구의 겸재정선미술관은 늘 그 자리에서 우릴 기다린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47길 36

문의: 02-2659-2206

관람시간:

평일(화~금요일) 10:00~18:00

주말(토~일요일)·공휴일·동절기(11~2월) 10:00~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신정(1월 1일), 설·추석 당일

입장료: 개인 1,000원, 청소년 및 군인 500원

*무료관람일: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 설·추석 전후일, 어린이날,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50+시민기자단 이현숙 기자 (newtree1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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