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삶에 영향을 미친다. 너무나 분주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정돈되지 않는 복잡함에 지친 사람들은 단순한 삶의 미학을 말하는 목소리에 공감한다. 최근 서점가에는 미니멀리즘 관련 도서들이 화제의 코너를 차지하고 있으며, 마구 어질러진 집안 속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비춰주며 왜 우리 삶에 비움과 정리가 필요한지를 다루는 스페셜 다큐들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단순한 삶의 미학을 말하는 미니멀리즘 관련 도서들이 진열된 주요 서점가의 화제의 코너
이런 가운데 50+세대들에게야말로 정리와 비움이 필요하다는 취지 아래 관련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교육 과정들이 호응 속에 개강을 맞이했다. 지난 9월 19일 사단법인 50플러스코리안의 '시니어라이프오거나이저' 1기 수업이 시작되었으며 9월 21일에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마음까지 밝아지는 정리수납' 2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30년의 시간을 보너스로 받은 100세 시대에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가 살아온 공간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니어라이프오거나이저'는 서울산업진흥원(SBA) 미래형 신직업군 양성사업으로 선정된 새로운 직업이다. 이 과정은 사단법인 50플러스코리안이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의 협조를 받아 개설하였다. 자원이 부족한 시대를 살아온 부모 세대는 젊은 세대에 비해 물건 버리기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행복한 시니어라이프를 맞기 위해서는 정리정돈이 더욱 필요하다. 이런 취지로 중장년층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커리큘럼을 차별화하였다.
“정리에 서툰 사람, 정리를 해도 다시 어질러진 상태로 돌아가는 사람, 정리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정리수납방법과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시니어들의 건강한 삶과 가정공간의 변화를 통해 가족구성원에게는 행복을, 자신에게는 삶의 에너지를 주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50플러스코리안의 '시니어라이프오거나이저' 과정 커리큘럼 중 일부, 기존 정리수납과정을 기본으로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교육내용을 차별화하였다.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마음까지 밝아지는 정리수납'과정은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의 유망추천직종으로 선정된 정리수납전문가 준비과정으로서 지난 1기에 이어 2기도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강좌다. 1기 수료자 중 상당수 인원이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21일 개강일에 만난 2기 수강생 이미자씨(52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정리를 하고 나면 가족들도 좋아하겠지만 우선 내가 가장 행복할 것 같다“며, 정리수납과정을 수료한 후에 봉사를 많이 다니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강사 양수정씨(50세, 한국정리수납협회)는 "복잡한 집안에서 해야 할 일을 쌓아놓은 채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우울해 하는 사람들은 마음까지 힘들어진다. 그런 면에서 정리정돈은 한마디로 힐링이다" 라고 강조했다.
양수정 강사는 특별히 기억나는 수료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정리수납으로 봉사와 일을 조금씩 시작하고 있는 어느 시니어 수료자의 경우를 꼽았는데, 이 수료자의 경우 활동내용을 올리고자 개인 블로그 등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손자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 덕분에 손자와의 관계가 이전보다 더욱 돈독해져 좋아하셨다는 후기를 전해주었다.
버리는 만큼 자유로워지고
비워진 만큼 채울 수 있으며
나눔의 행복도 누릴 수 있다.
'디드로 효과‘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 사상가 드니 디드로가 멋진 가운을 갖게 된 후 그에 맞춰 그 가운과 어울리는 물건을 추가로 원하게 되고 높아진 소비욕을 따르다보니 결국 서재 전체를 바꾸게 되었다는 사례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는 이처럼 소유할수록 얽매이게 된다.
최근 공감과 호응 속에 스타트한 정리수납 관련 강좌를 살펴보면서 새삼 느낀 것은 50+세대에게야말로 단순한 삶의 철학이 필요하며 "역설적으로 비움으로써 충만해진다"는 깨달음이다. 즉 우리는 버리는 만큼 자유로워지고 비워진 만큼 바르게 채울 수 있으며 더불어 나눔의 행복도 누릴 수 있다. 바로 정리수납의 미러클이다. 생활이 단순해지면 삶의 질이 향상된다.
홈쇼핑채널을 미련 없이 스쳐 보내지 못하고 유혹에 빠져 어느새 주문버튼을 누르려 할 때 어디선가 비움의 메시지가 우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