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일까? 그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일까? 이것은 시대를 초월한 모든 인간의 공통된 궁금증일 것이다. 특히 50+세대는 어떻게 하면 앞으로 가치 있는 삶,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이다.

 

서북50+캠퍼스에서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알아보고 재구성하려는 50+세대를 위해 음악평론가였던 강헌 좌파명리학연구소 대표를 모시고
『딴따라는 왜 명리학자가 되었나?』라는 주제의 강연을 열었다. 지난 김형석 교수 강좌에 이은 두 번째 50+시간이다. 이 글은 강사의 허락을 받아 강좌 내용 중 일부를 재구성한 것이다.

 

 

명리학은 운명(運命)을 다룬다

 

동양학은 천지인(天地人)의 구조인데 하늘(天)의 이치는 명리학, 땅(地)의 이치는 풍수학, 사람(人)의 이치는 의학에 해당한다. 명리학은 하늘(天)의 이치에 관한 학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운명을 하늘과 자연의 이치를 통해 사려하는 것, 모든 사람이 우주 만물과 조화를 이루며 존엄의 가치를 품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운명(運命)중에 명(命)은 모든 사람들이 우주로부터 받은 소명을 뜻한다. 많은 사람들 중에 명(命)이 비슷한 사람은 있을 수 있다. 반면 운(運)은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군대의 주변 상황과 같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한다. 군대가 지속적으로 전진하고 후퇴하고 매복하고 우회하듯이, 사람에게도 끊임없는 변화와 변수가 있음을 의미한다.


강 대표는 칠판에 ‘운명(運命)’ 두 글자를 한자로 크게 써 놓고는 거침없이 설명을 시작했다. 특유의 유머와 입담은 청중을 단숨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생사(生死), 즉 탄생과 사망은 명에 해당하기에 바꿀 수가 없다. 그러나 운(運)을 잘 다스릴 수는 있다. 생년월일시가 똑같고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명(命)을 가진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두 사람의 삶은 운(변수)에 의하여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아버지가 악기를 사주며 전적으로 지지할 때, 다른 사람의 아버지는 그가 구입한 악기를 부수어 버릴 수 있다. 이때 비슷한 명을 가진 두 사람의 삶은 크게 달라진다.

 

 

명리학은 사주팔자를 보는 학문인가?

 

명리학은 명(命)과 운(運)을 예측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명리학자는 그 사람의 명(命)과 운(運)을 판단하고 알려주어 본인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래의 삶을 준비하고, 어떤 일을 시도할 것인지 말 것인지, 언제 해야 할 것인지 등을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흔히 오해하듯이 명리학자가 사람을 척 보고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 숙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리학은 사람의 운명을 다루지만 점술은 아니다. 일부 역술가가 마치 운명이 결정되어 있는 양 호통치고 겁을 주어 돈을 내도록 하는데 여기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이름이 나빠서 바꿔야 한다.” “자식이 죽을 운명이니 굿을 해야 한다.” “이사나 결혼은 길일(吉日)을 택하여 해야 한다.” “특정한 좋은 시간에 아이를 태어나게 해야 한다.” “부적을 써 주거나 굿을 하라” 하는 사람은 명리학자가 아니다. 틴생과 죽음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명리학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명리학자는 부모, 배우자, 자녀, 동업자 등의 상황을 파악하고 변수(운)를 파악할 따름이다. 그리고 내가 누군지 스스로 알고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판단하도록 돕는다.

 

한 수강자가 질문을 던졌다. “좋은 궁합, 나쁜 궁합이 있나요? 내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결혼시키려면 궁합을 보아야 하나요?” 강 대표는 “궁합은 절대로 볼 필요가 없다”고 딱 잘라 답했다. “명리학에 궁합보는 법은 없다. 사람들의 요구가 있다 보니 만들어진 것이다. 부부로 살다보면 별의별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 원인을 궁합으로 돌리는 것은 구실에 불과하다. 남편이 먼저 사망했다고 아내에게 ‘궁합이 나빠 사람잡아 먹은 여자’로 손가락질 하는 경우가 그 예다.”
 

 

누가, 왜 사주팔자를 궁금해 하는가?

 

한치 앞 상황을 모르고 예측불가한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대표적으로 사업가와 정치가들이다.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이병철 회장도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돈 많고 팔자가 좋아도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 사람들 중에는 남들이 보기에는 별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은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들은 존경하고 부러워 하는데 정작 본인의 삶은 불행한 경우가 있다.
 
즉, 건강문제나 가족문제 등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가진 사람이 많다. 자연히 삶의 전환기일수록 사주팔자에 관심을 갖는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때 명리학자를 먼저 찾기보다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저사람(배우자, 자녀, 친구, 동업자 등)하고는 왜 안 맞을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생각하여 스스로 좋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먼저다. 그래도 그 방법을 모를 때는 10개월 정도 명리학 공부를 하길 권한다.
 

 

음악 평론가는 어떻게 명리학자가 되었나?

 

강 대표는 종교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 점이나 굿을 믿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대학 입시에 떨어졌을 때 역술가인 친구의 아버지가 보아준 사주에 대해서도 믿지 않았다. “이번 대학입시에서는 떨어졌지만 내년에는 붙을 거니까 걱정 말아라. 그리고 나중에 글로 먹고 살지만 큰 돈은 못 벌 것이다. 그리고 42살 쯤에 죽을고비가 있을 것이니 조심하거라. 결혼은 세 번 하겠구나”라는 말을 그때는 믿지 않았으며, 그냥 흘려보냈다.
 
그리고는 국어국문학과와 음악대학원을 졸업하고 음악평론가로 활동하였다. 그런데 43살에 사망률이 98%라는 대동맥이 찢어지는 사고로 “대동맥박리”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까지 포기한 위독한 상태였던 그는 23일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몸으로 전남 해남에서 요양 중일 때, 문득 친구 아버지가 한 말이 떠올랐다. 죽을 날을 받아 놓고 사는 상태였기에 정말 인간의 운명이 정해져 있는지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 사는 후배에게 역술코너에 있는 책을 모두 사서 보내라고 했다. 그 책들을 모두 섭렵했으며, 부산에 있는 역술가에게서도 배웠다.
 
 

*** 강 대표는 “명리학은 중국 남송시대에 왕족과 귀족의 권력을 위한 학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명리학은 운부대사와 장길산, 전봉준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본질을 계급과 신분이 아니라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명식에 있음을 인식하게 했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가족 이기주의가 팽배하게 되자, 명리학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길흉화복을 점치는 미신과 잡술로 인식되는 사주명리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오늘날 왜곡된 명리학의 모습에 안타까워했다. 

모두들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시간가는 줄 모르는 사이에 강연이 끝났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 이나 『명리: 운명을 읽다』 등의 책이나 강연, 팟캐스트를 통해 그가 잘 알려진 때문인지 강 대표의 강연에는 많은 청중이 참여했다. 최첨단의 과학과 기술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 그의 강연으로 명리학이 가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알아보고 가치 있는 삶, 의미 있는 삶을 재구성하려는 50+세대들에게 특히 흥미롭고 뜻깊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모두들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시간가는 줄 모르는 사이에 강연이 끝났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 이나 『명리: 운명을 읽다』 등의 책이나 강연, 팟캐스트를 통해 그가 잘 알려진 때문인지 강 대표의 강연에는 많은 청중이 참여했다. 최첨단의 과학과 기술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 그의 강연으로 명리학이 가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알아보고 가치 있는 삶, 의미 있는 삶을 재구성하려는 50+세대들에게 특히 흥미롭고 뜻깊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서북 50+캠퍼스에서는 50+세대를 위해 우주와 자연의 흐름 속에서 삶의 의미와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특강을 준비했다.

11월 8일(화)에는 우주속의 나, 내 속의 우주에 대하여 이석영 연세대 천문학과 교수, 12월 6일(화)에는 강판권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를 초대한다.

 

 

 

글과 사진_이계복(50+모더레이터) / 사진_주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