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들려주는 나만의 서울이야기

-50+ 도시해설가 양성과정을 듣고

 

 

1650만명.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목표로 세운 외국인 관광객 숫자다. 지난 8월말까지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이 1,148만 명(문화관광부 통계자료)이라고 하니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 1,650만 명의 돌파도 결코 허황된 기대는 아니라 하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광이 한류를 중심으로 한 문화콘텐츠와 미용, 의료 및 쇼핑으로 이루어진 패키지 관광이어서, 한두 번 방한의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이라면 쉽사리 식상함을 느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바야흐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여행의 만족감을 주고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상품의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50+ 도시해설가 양성과정”

 

단풍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지난 화요일 오후, 불광동에 위치한 서북50+캠퍼스의 한 강의실을 찾았다. 서른이 채 안되어 보이는 미모의 여강사와 20여 명의 중년 수강생들이 공부 삼매경에 빠져있다. 「한양에서 서울로의 도시 발전 과정」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600여 년 전부터 현재까지 서울의 변화 모습과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자료와 사진을 활용하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듯 자유자재로 시공을 넘나들었다. 짐짓 수강생인양 앉아서 강의를 청강하고 있노라니, 서울 토박이로 유년시절을 가회동(지금은 북촌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해진)에서 보낸 아스라한 기억들이 하나, 둘 속절없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잠시 추억에 빠져있었던 것 같은데 강의는 어느새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강사의 열강에 이은 수강생들의 질문공세로 2시간여의 강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났다. 다음 강의를 기약하며 귀가를 서두르는 강사를 붙들고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다.

  

 

수강생 각자가 나만의 서울이야기라는 관광콘텐츠를 만들게 됩니다

 

도시해설가 양성과정의 강의를 맡고 있는 윤인주(28세, 청년기업 ‘안녕서울’ 대표)씨는 한마디로 이렇게 강의 과정을 설명한다. 도시건축을 전공하고 도시 연구개발 및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하던 중 도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관광 콘텐츠화 하는 것에 착안했다는 그녀.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역사적 사실 위에 현지인들만이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가미하여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내면 깊숙이 감춰진 서울 본연의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도록 10인 10색의 관광콘텐츠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 참가하신 50+세대 대부분이 우수한 외국어 실력,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겸비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 과정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실제 일자리로 연계될 수 있도록 좀 더 충실하게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참여하신 분들 외에도 게스트하우스나 도시민박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도 이 과정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분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강좌 듣기를 추천합니다.”

이 과정을 수료할 경우 세 명을 선발하여 실제로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이름이지만 도시해설가를 일반 가이드와 차별화된 공인자격과정으로 격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처 몰랐던 역사적 사실에 흥미를 느껴 도시해설가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교육 과정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서울의 옛 이야기도 배우고 막막하기만 했던 일자리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있다며 강의 내용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작년에 퇴직을 하고 무엇을 할까 망설이던 중에 우연히 서북50+캠퍼스의 도시해설가 양성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자신 있었던 일본어도 활용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의 참모습을 외국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겨서 강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라며 수줍게 말하는 한 수강생. “앞으로도 50여 년의 긴 세월을 더 살아가야 하는데 소일거리도 없이 안방이나 차지하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도시해설가에 도전하게 되었지요. 과정이 종료되면 마음 맞는 사람끼리 뜻을 합쳐서 커뮤니티나 협동조합도 추진해 볼 생각입니다”라며 열의를 불태우는 수강생. 그들의 모습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시쳇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50+도시해설가 양성과정은 지난 10월4일 시작되어 12월 5일까지 매주 화요일, 총 10주에 걸쳐 진행된다. 강의는 7주 동안에는 집합강의 후 현장 답사를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나머지 3주간은 개인별로 자신만의 투어코스를 만드는 시간을 갖는다. 참가자 모두의 매력적인 결과물을 기대해 본다.

 

 

 

글과 사진_김창원 (50+홍보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