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생학교 이야기
어쩌다 만난 예술_연극 편
50+인생학교는 50+세대의 인생재설계를 돕는 서북50+캠퍼스의 대표적인 강좌다. 흥미로운 점은 일방적인 강의 중심이 아니고 수강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 중심의 워크숍 형태라는 것. 몸으로 익히는 강의를 통해 스스로 활기와 에너지를 얻게 되는 교육과정이다. 10주 동안 (매주 목 14-17시 30분) 이어진다. 2차, 3차의 수업은 <자아탐색 워크숍>으로 ‘어쩌다 만난 예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연극과 영화 수업이 번갈아 진행되었다. 그 중 연극 수업을 찾아가보자.
구민정 지도교수는 ‘삶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연극 수업이라고 이 강좌를 소개한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의식을 느끼는 탓인지 인생학교에 올 때는 마음이 편하다면서 솔직한 소감을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 몸에는 어쩔 수 없이 굳은살이 들어 있다. 4,50 대는 걸음으로 인생이 보인다. 걷는 모습이 각기 살아온 모습이다.’ 그런 것들을 인식하며 다시 재조정해보자는 것이 이 수업의 취지다.
“어떤 연령에도 환영받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빵 했을 때 죽은 척 해줄 수 있는 사람’ ‘똑똑 두드렸을 때 빙산의 일각을 의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 등등의 답이 나왔다. 그렇게 유연하면서도 의연한 사람이 되길 누군들 바라지 않을까? 준비운동을 하기로 했다. “몸이 건강하면 생각도 정서도 건강해진다”며 우리 몸의 존재와 느낌을 하나씩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다. 수강생들이 일어나 다함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두 칸씩 이동하며 ‘잘 하시네요’라며 서로를 칭찬하는 몸 풀기가 시작되었다. 낯설고 어색한 상태가 금세 칭찬의 말로 봉인 해제되었다. 상대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며 이렇게 인사하기를 지도 교수와 약속했다.
내 몸의 움직임을 느껴보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해 가장 아름다운 엽서를 몸으로 표현해보기로 했다. 봄은 꽃잎을, 여름은 돛단배, 가을은 코스모스를 기막히게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즉각적으로 나오는 이 창의성과 표현력은 뭘까?
이어지는 활동은 새가 된 사람은 둥지에서 있다가 술래가 ‘새’를 외치면 새로운 둥지를 찾아가는 ‘새, 둥지, 태풍 외치며 섞기’이다. ‘태풍’이 불면 새가 둥지가 되고 서로 바뀌는 게임이다. 한번이라도 걸린 사람들은 ‘신예 로커’가 되어 다리를 흔들고 헤드뱅잉하면서 비뚤어지는 기분을 느껴본다. 구민정 교수는 “집에서도 우리 비뚤어보자”며 애들이 어떻게 사는 지 궁금할 때, 야유회, 동창회에서도 이 게임을 해볼 것을 권했다. 50+세대의 흐트러진 로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땀과 웃음이 섞인 한 수강생은 “몸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이 너무 신난다. 스트레스 해소에 이만한 것이 없다. 인생학교 참여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10분 휴식 후에는 자기 개방을 통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별명을 말하면 옆에 있는 짝이 소개하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관계에 예민하고 싶은 세모, 여러 사람한테 베풀어서 복덩이, 크렘믈린 등 다양한 별명들이 쏟아졌다. 별명이 장화신은 고양이라는 강사는 여행을 좋아해 프로젝트가 끝나면 무조건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외울 때까지 돌아가며 하나, 둘 구령과 박수치고 자신의 별명을 여러 번 외쳤다. 동시에 동작으로도 표현했다. 시간이 지나도 별명을 떠올리며 기억하게 되는 좋은 방법이다.
연극 역할놀이로 되돌아본 우리들의 현재
본격적인 연극 수업에서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풀어졌다. 우리가 아는 전래동화 내용을 가지고 그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자 처해진 상황에서 어떤 마음과 느낌, 기분인지를 알아보는 시간이다.
나이든 어머니와 사는 나무꾼이 사냥꾼에게 쫒기는 사슴을 도와주어 선녀와 결혼하는 대목에서 사슴, 선녀, 노모, 나무꾼은 각각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해보기로 했다. 일상을 ‘찰칵’소리와 함께 동작으로 보여주거나 아이들은 언제, 나무꾼은 왜, 선녀는 시집와서 행복했는지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마을 동네 우물가에서 모두가 아낙네가 되어 수다를 떨어보기도 했다.
하늘로 올라간 10년 후, SKY학교에서 다문화로 따돌림을 겪자 땅에 내려가겠다고 말하는 아이들과 내려가길 거절하는 엄마의 고민에 대해서도 활발한 토의가 계속 되었다. 아이들의 역할을 맡은 기분을 물어보니 ‘강요당하는 느낌이다. 엄마 입장만 고집하면서 반복하는 것 같았다. 차원이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처해진 각자의 상황 속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어느새 전래 동화가 아닌 현실로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수강생들. 나는 어떤 사람한테 공감할까? 또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마음속 질문이 꼬리를 문다.
“나는 어떤 엄마였는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아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다. 정신없이 살다가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엄마는 아이를 생각해서 말한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귀찮게 생각하는 아이를 보니 엄마가 불쌍하다.” “갈등이 생기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잘 풀어 나가야 한다.” “각자의 입장을 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다.” 등의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몸과 마음을 열어야 진지한 얘기가 나온다. 대사로 쓰지 않았지만 역시나 삶 속에서도 계속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우리 50+ 세대는 경험이 많아 다양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구민정 교수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몸으로 표현하는 연극수업은 웃으며 몸을 움직이고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보면서 기분 좋아지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물론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옛 이야기가 아닌 현실 속 상황으로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나를 발견하며 가족과의 관계를 점검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수업이 종료된 후 교육 만족도 설문지가 돌았다. 매우 만족 5점을 재빠르게 적고 나가는 수강생의 얼굴엔 흥분과 감동으로 상기된 볼이 가을 단풍처럼 빨갰다.
글과 사진_윤미영(50+홍보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