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에게 들어보는 ‘미래 사회 전망과 50+세대’
인생학교 강의가 후반에 접어들었다. 지난 10월 27일 그 여섯 번(총 10회)째 강의를 마친 것. 불광동 서북50+캠퍼스의 2층 교육실에서 진행된 이날 인생학교 수업을 재구성해 봤다. 한편 이날 2기 자치회를 구성하고, 5개 영역의 커뮤니티도 결성했다.
‘미래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강의 시작 10분 전. 미래로 가는 데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날도 담당자의 진행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결석했거나 번개수업에 참석하지 못한 몇 분들이 수료증이 어떻게 되는지 전화 문의가 있어서 우선 알려드릴게요.”
오늘 강의를 제외하고 앞으로 네 번 더 강의가 남아 있었다. 강의 후반부가 더 깊이 있고 중요해지는 것은 어느 교육과정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아무도 결석하지 않을 테고 수료증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2기 여러분은 종합상담센터에서 교육 및 생애컨설턴트 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인생학교 2기 수강생에게 제공하는 서북50+캠퍼스의 특전이었다. 상담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센터에서 상담 일정을 잡아 연락하고 상담을 진행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담당자는 50+재단이 주관하는 ‘서울50+국제 포럼’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서류를 작성할 일도 있었다. 커뮤니티를 결성하는 데 필요한 기본 설문을 비롯하여 강의 평가서 작성에 대해서까지 담당자가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챙겼다.
왜 ‘미래사회 전망’ 특강을 할까
오후 2시 3분. 자리가 정돈되는 동안 정광필 학장과 강사인 구본권 소장이 입장했다. 인생학교는 박수가 흔연한 곳이다. 박수와 함께 많이 웃고 금세 진지해졌다. 50+세대를 위해 초청한 강사이니만큼 인생학교 학장이 나서서 소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미래가 오늘 강의의 핵심이었다. 미래가 공포스러워지는 지점, 즉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기 시작하는 ‘티핑포인트’는 2047년으로 알려져 있다. 30년 후, 그때 지금의 50+세대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 시대에도 방송인 송해나 철학자 김형석처럼 활동하고 있다면 성공한 것일까. 그 늙은 몸으로 무엇을 한들 무엇이 대단하랴, 싶기도 하다.
“그래서 미래에 대해 균형 잡힌 안목이 있는 분을 모셨습니다.”
정광필 학장은 수강자들의 속을 꿰뚫어 본 것처럼 구본권 강사를 소개했다. 미래학은 ‘알파고 사건(이세돌 패배)’으로 관심이 폭증하는 추세다. 인생학교에서 미래학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구본권 소장은 연일 쏟아지는 전국적인 러브콜 세례를 받는 가운데 인생학교에 와주었다. 기자 경력 20년, 미래학 전문가답게 그는 강의 시작부터 흥미로운 사진을 프로젝터 스크린에 띄웠다.
다가오는 미래, 직업의 대부분이 사라진다
그것은 비행기 조종실의 복잡한 장치들이었다. GPS를 사용하는 항공기의 항법장치를 설명하기 위한 자료사진이었다. 요점은 전문직 종사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던 비행기의 항법사들이 자동항법장치가 도입되면서 실업자가 돼 버렸다는 것. 옥스퍼드대학교와 NESTA가 공동으로 연구(2013년 기준)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직종 47%가 사라진다.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로봇,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게 되면 5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는 200만 개가 생기고 기존의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중국의 폭스콘 창업주는 노동자들이 근로조건 때문에 자살하는 사고가 빈발하자 노동자 숫자만큼 작업라인에 로봇을 투입하겠다고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생산 현장에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로봇이 뉴스 기사를 생산하는 실정이다. 서울대 이준환 교수팀이 개발한 로봇 프로그램은 스포츠 경기와 증권시황 같은 기록이나 통계자료를 다루는 기사를 써서 화제가 됐다. 그 기사가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지 기자인 구본권 소장도 분간을 못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소설을 써서 신춘문예 본심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음악과 미술 같은 예술분야까지 인공지능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이젠 뉴스도 아니게 됐다.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정말 중요한 것을 찾아라
미래는 어찌됐건 우리 현실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구글 때문에 번역가나 통역사가 사라질 운명이고, 로봇 약제사 도입도 시간문제다. 그런가 하면 애완견보다 더 충실한 반려 로봇이 나오는 실정이다. 50+세대에게도 다가오는 미래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하와이대학의 미래학자 제임스 데이터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본권 강사는 이 미래학자를 인용하면서 오늘의 주제를 제시했다. 미래에 우리가 무엇이 된다거나, 어떻게 전개되리라고 예상하고 그 길로 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래학자의 메시지는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진짜 중요한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고민해 보자. 50+세대에게 미래는 정말로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퍼즐인가. 직업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똑똑한 인공지능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아주 친절하고 유능한 조교를 추적해 보았더니 교수를 도와주는 로봇조교였다고 한다. 퀴즈프로그램에 나가서 우승한 아이비엠의 왓슨이나 바둑고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을 조지아공대의 조교처럼 활용한다면 우리 삶이 유토피아가 아닐까. 뉴욕에서는 인공지능 변호사가 취임을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일본의 인공지능 로봇 pepper가 활동하는 동영상은 이날 강의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로봇이 반려견처럼 인간을 위해 활약하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강의를 듣는 이유는 이것 하나로도 충분할 것 같다. 한국영화 <공기인형>이 떠올랐다. 남자 독신자가 밤이면 여자가 되는 공기인형을 사랑하는 판타지였는데, 이것이 반려로봇 페퍼로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다. 페퍼에게 여성성을 부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저렴하게 성에 탐닉하며 독신남들이 하릴 없이 늙어갈까, 아니면 활력을 되찾을까.
인공지능의 시대에 사람으로 살아가기
특강의 클라이막스에 이르렀다. 영화 <Her>의 몇 장면을 보는 것이다. 제목이 그렇듯이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역할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다. 이혼을 앞두고 있던 테오도르가 인공지능 로봇 사만다를 사랑하며 심경변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사만다는 감정이 없다. 로봇이 테오도르로부터 감정을 배워간다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포인트다.
인간에게만 있는 감정을 인공지능 로봇이 지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에게만 있는 고통과 통증, 두려움, 분노, 망각, 외로움, 나아가 자의식까지를 인공지능 로봇에게 부여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빨리 인간을 더 많이 닮은 피조물을 만들지도 모른다. 우리 몸이 아주 늙고 그래서 거동이 불편하고 심약해지더라도 우리는 미래를 살아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두기로 했다. 로봇이 안아 뉘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안마해주고 사랑을 나눠주는 시대가 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향유하겠다고 말이다.
명사초청 특강은 그렇게 끝났다. 질의응답을 할 여유가 없을 만큼 강의가 흥미롭고 시간이 급하게 흘러갔다. 인공지능 로봇의 미래가 공포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노후의 희망을 보았다. 오늘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 혹은 희망과 고민의 내용이 바뀔 것 같았다.
자치회 구성과 커뮤니티 결성 이모저모
다시 찾아온 인생학교 1기 선배들
강의가 끝난 뒤 인생학교 1기 동문회(회장 최경용)에서 6개 커뮤니티 대표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인생학교를 수료하며 커뮤니티를 결성한 경험을 전수하는 한편, 자신들이 만든 커뮤니티에 참가하라고 권유했다.
인생학교 2기 자치회 구성
총 5명이 자치회 회장 후보로 추천됐다.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기도 했지만 추천을 받은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후보수락 연설을 했다. 투표한 결과는 뜻밖이었다. 아무도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했다. 규정에 따라 상위 득표자 2명으로 결선투표를 한 결과 조영대 후보가 회장, 김민영 후보가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조영대 2기 회장 당선자는 수락 연설을 통해 “기왕이면 잘하고 싶다”며, “빠삐용이 되자”고 소감을 밝혔다. 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자는 제안에 모두 흔연한 박수로 호응했다.
인생학교 2기 6개의 커뮤니티를 결성하다
인생학교 개강 당시부터 꾸준히 고지됐던 커뮤니티를 만들 시간이 됐다. 자기소개서, 마음준비서 등을 통해 서로의 관심사나 성향을 파악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따라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뜻이 있고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함께 만든 커뮤니티 제안서를 발표하는 과정을 거쳐 칠판에 게시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이 각각의 제안서에 포스트잇을 붙여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렇게 해서 5개의 커뮤니티가 확정되고 그 참가자도 가려졌다. 완성된 5개의 커뮤니티는 ‘몸사랑 포럼(조명진 제안:12명)’, ‘Fun – 사진, 그리고 여행(13명)’, ‘아름다운 정리(조병희 제안:2명)’, ‘서울공원 가꾸기(박수덕 제안: 4명)’, ‘50+인생에 관한 종합커뮤니티(전병주 제안: 11명)’ 등이었다.
인생학교 제 6회 차 수업이 그것으로 모두 끝났다.
글과 사진_박병로(50+홍보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