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중년생활 함께 해보실래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의학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생로병사 수만 가지 이야기가 녹아 있는, 때론 누군가의 더 큰 불행이 위로가 되는 병원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평범한 의사 이야기가 많은 인기를 얻었죠. 작지만 따스하고 가볍지만 묵직하게 다가와 감동 보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이후 슬기로운 00생활이 여기저기 핫한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슬기롭다는 말의 뜻은 옳고 그름을 바르게 살피는 마음가짐을 말한다지요. 주로 슬기롭게 난관을 헤쳐 나가다. 슬기로운 사람은 스스로의 잘잘못을 가릴 줄 안다. 등 지혜롭다는 말과 비슷하게 사용되곤 합니다. 낱말공부를 하자는 건 아니고요. 중년이 되기까지 느낀 감정과 슬기로운 중년생활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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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캠퍼스 3층에 전시된 캘리그라피 동호회 작품 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혹시 스스로 중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중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싫지는 않았는지요. 지금은 중년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와 닿는데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 말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내가 벌써?’ 거참, 누가 봐도 중년인데 말입니다. 십 년쯤 수영을 같이 하던 한 살 터울 언니의 말이 생각납니다. "일 년인데 체력 차이가 너무 달라" 저는 삼십 끄트머리에 걸쳐있고 언니는 막 사십이 되던 해였어요. 한참 지나 언니의 체력운운 상심은 체력이 아니라 앞에 붙은 숫자가 3에서 4로 바뀌었다는 사실에서 온 상심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0대와 40대는 50대와 60대만큼 엄청난 차이가 느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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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 스템프를 찍으며 제주올레길을 걷던 한 때.

50 나이도 이렇게 풋풋하다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그런데요. 늙는 건 한순간이더군요. 코로나 전후 요 몇 년 기력이 쇠하고 건망증이 좀 생겼고 하루에 몇 번씩 기분 변화가 있다 했는데 어느 날 거울에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중년여자가 보이더라고요. 눈 깜짝할 새 40대는 청춘이고 50대면 감사하다는 60대가 되었습니다. 체력이 넘치는 게 이상한 나이가 된 거죠. 슬슬 무릎 아픈 친구도 나오고요. 눈이 침침해 활자로 된 책 읽기가 부담스러운 게 당연해진, 아직 노년은 아니야 부정하며 중년이 반가운 그 나이 말입니다. ! 그거 아세요? 노년을 코앞에 두고 만난 중년은 생각보다 더 반갑습니다. 적어도 아직 노년은 아니라는 뭐 그런 심정도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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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임원워크숍에서 명함 케이스를 받고 꼭 제 이름 석자가 적힌 명함을 채우리라 다짐했는데 일 년 후 그 소망을 이루었습니다. 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흔히 중년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경우 다행히 마음 맞는 동료들과 소소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눈이 침침할 때 모인 비슷한 연배의 동료들과 책을 선정해 한두 쪽씩 돌아가며 읽는 윤독 모임을 하고요. 완독 후엔 관심 있는 주제를 두고 토론하기도 합니다. 뜻이 맞는 동료들과 만든 단체(오플쿱사회적협동조합)의 일원으로 자신과 사회에 보탬이 될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것 역시 슬기로운 중년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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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문한 인터뷰 공간에서 만난 연꽃 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슬기로운 중년생활을 위해 머리 쓰는 일도 해야 하지만 몸을 쓰는 일도 필요합니다. 저는 몸 쓰는 활동으로 난타장구를 합니다. 기대치만큼의 체중변화는 없지만 확실히 전신운동이 되고요. 동아리 활동으로 몇 년 하다 보니 가끔 공연도 해요. 며칠 전 불광천에서 열린 은평구누리축제에서 제가 속한 오플난타장구팀이 참여해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신기한 건 뒤늦게 오십견이 와서 오른팔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상태인데 손을 높이 올리는 장구동작을 모두 소화했다는 겁니다. 적다보니 이 가을 함께 활동하며 때때로 서로 멘토가 되어주는 동료들이 있다는 게 더욱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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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활동하는 동료들과 인문 실험에 참여한 날. 머리를 길게 묶고 돌아앉은 베이지색 조끼를 입은 사람이 접니다. 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스스로 중년을 인정하니 좋은 점도 많습니다. 일단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 볼 여유가 생겼다는 겁니다. 살아온 경험으로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눈도 조금 생긴 것 같고요. 관계를 맺을 때 두루 품는 포용력도 전보다 커졌습니다. 실수했다가도 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고요. 삶은 청년이든 중년이든 혹은 노년까지도 매순간 의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세상에 다양한 삶이 있음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깊이 이해하게 된 것도 중년의 좋은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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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독 모임을 마친 후 동료들과 이동 중. 베이지 모자 검정 옷에 검정 배낭. 빨간 체크무늬 우산을 든 사람이 접니다. 박성하 님 제공 

 

 

사실 슬기로운 중년생활이 뭐 그리 거창하겠습니까. 매사 긍정적인 마음으로 몸을 움직이는 취미 하나 만들고 오가며 인연 맺는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고 지금 있는 곳에서 곁에 있는 사람들과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으면, 청년들에게 바람직한 그런 선배시민으로 비춰질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슬기로운 중년생활 아니겠습니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마는.

 

그럼에도 고개가 갸웃하신다면 서울시50플러스재단(https://50plus.or.kr/org/index.do)을 통해 답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40대 이상 중장년을 위한 여러 분야의 사회공헌일자리 사업과 그 사업을 함께할 동료를 만날 수 있거든요. ! 저의 슬기로운 중년생활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https://50plus.or.kr/swc/index.do)에서 시작되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jinju1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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