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집, 같이 꾸는 꿈
빈집을 리모델링한 관악구의 터무늬있는희망아지트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 들어보셨나요? 서울 전세값 70주 연속 상승, 비강남권도 ‘전세 10억 시대’라는 기사가 쏟아지는 터무니없는 주거 현실 앞에 이를 함께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출자해 설립한 기금을 바탕으로 전세보증금을 조성하고, 입주 청년들은 별도의 보증금 없이 저렴한 월 사용료를 내고 거주하는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 이야기입니다. 다섯 번의 연재를 통해 함께하고 있는 이들을 소개합니다. 현실의 벽을 딛고 지금도 꿈을 현실로 만들어나가고 계시는 50+세대와 이 가슴 뛰는 일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집에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지난 10월 말 관악구에는 방치된 2층짜리 빈집을 리모델링한 ‘터무늬있는집’에 10명의 청년이 입주했습니다. 기존 임대주택·사회주택과 달리 터무늬있는집 입주자는 소득이 아닌 활동을 증명하고, 개인이 아닌 단체가 입주합니다.
청년에게는 가족의 취약함이나, 본인의 신용·자산의 취약함을 증명해야 할 과제가 없습니다. 다만, 왜 함께 살고자 하는지 또 지역사회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묻습니다. 실제 입주 후에는 창업하기도 하고, 공동체 간 교류 등 지역사회와 유관한 활동을 합니다.
터무늬있는집 4호 오픈하우스 모습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터무늬있는집 운영기관 비영리 민간재단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지역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단체를 만나왔고, 시민출자 공유주택 프로젝트를 2018년 본격 시작했습니다.
출자운동 3년차를 맞아, 시민들의 힘으로 약 7억 원이 모였습니다. 2020년부터는 서울시와 SH공사가 협력해 도시재생 프로젝트 일환으로 방치된 빈집을 매입 후 리모델링해 저렴하게 임대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총 10곳의 터무늬있는집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터무니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집'이 삶에 미친 영향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을 추구합니다. 사람에게 의·식·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복’이란 단어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집이란 이렇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속합니다. ‘집’은 돌아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30만 원에서 50만 원. 수도권에서 집을 두고 살아가는 청년 대부분이 내는 주거비입니다. 각자 사정에 따라서 보증금을 얼마나 마련할 수 있느냐에 따라 고시원부터 원룸, 역까지의 거리, 어떤 동네이냐가 결정됩니다. 가족의 지원을 받기 힘든 경우 학자금 대출, 보증금 대출부터 월세와 생활비까지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세입자 청년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작은 단칸방에서의 고립된 생활은 미래에 대한 불안만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도 외롭게 만듭니다. 우리들의 집에는 휴식도, 관계도, 미래도 없습니다. 집에서 할 수 없는 일상의 많은 부분은 모두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집니다. 집은 내 짐을 두는 곳, 일하기 위해 밤에 잠시 잠을 자고 나오는 곳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현실을 물려 준 기성세대들과 사회를 향한 청년들의 불신은 높은 세대 간 장벽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여러 정책을 통하여 주거 빈곤계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재원은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공공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청년들은 자생적인 노력으로 청년 주택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년들이 지닌 재정의 한계와 동원 가능한 네트워크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하여 공공부문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재원에 원천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청년들도 많습니다.
청년, 출자자, 운영위원이 함께한 2019 터무늬있는집 송년모임
이 일을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15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7억 원이 조성됐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주거문제를 청년 개개인이 오롯이 지는 방식을 벗어나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정착하며 동료를 만들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새로운 대안을 살아보려는 청년들의 집을 선배세대가 함께 만듭니다. 한국 사회에서 집이 더는 사고파는 투기의 대상이 아닌 살아가는 공간임을 증명해보는 재미난 시도입니다. 혹자는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주거문제를 시민들이 참여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무모하거나 너무 제한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열 사람이 촛불을 켜면, 백 사람이 촛불을 켜면 그 불꽃은 천 명, 만 명의 잠자던 불꽃에 불을 붙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불길이 됩니다.
청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터무니없는 주거 현실 앞에서 희망의 촛불을 켜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시민자산 형성을 넘어 세대 간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인 청년주택 문제를 미래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풀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 여정에 함께 하는 기쁨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글·사진 l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 공동대표단
터무늬있는집은 도시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실태와 과다한 주거비 부담 등, 터무니없는 청년들의 주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이를 빗대어 만든 세대 협력형 청년주택으로, 시민이 자발적으로 출자해 설립한 기금을 바탕으로 전세보증금을 조성하고 입주 청년들은 별도의 보증금 없이 저렴한 월 사용료를 내고 거주하는 청년주택입니다. 기존 임대주택·사회주택과 달리 입주자로 개인이 아닌 청년 단체를 선정하고,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창업, 공동체간 교류 등의 지역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