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고양이를 키운다는 말을 듣게 되면 우선 반가워 수다 꽃을 피우게 된다. 그런데 간혹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할 때도 있다. 상대가 갑자기 내 고양이의 품종이 뭐냐고 물을 때다.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심란해진다. 그러다가 ‘아, 이 분은 고양이를 펫샵에서 품종을 골라서 샀나 보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입을 닫게 된다. 물론 상대방은 고양이는 기르고 싶은데 어디에서 입양 받을 수 있는지 몰라서 구매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충동적으로 구매했거나 자녀가 조르는 바람에 덜컥 구매했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경우를 모두 다 덮어놓고 비방할 수는 없다. 개와 고양이를 팔고 사는 상행위는 오랫동안 합법이었고 문화적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동물을 사는 것보다 입양하는 것을 권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만 버려진 유기동물은 13만 5000마리를 넘었다.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가정이 많아지는 것과 동시에 유기동물의 수도 점점 더 증가추세에 있다.
독일은 펫샵을 통한 동물 매매가 금지되어 있고, 영국 또한 올해 제3자에 의한 동물판매금지 법안을 제정해 사실상 펫샵이 사라지게 됐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상업적 목적을 위해 공급하는 동물의 펫샵 판매를 금지했다.
동물은 공산품도 아니고 소비재도 아니다.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다. 버려진 생명은 어디선가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운이 아주 좋아서 재입양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는 수가 더 많다. 위험천만한 길을 떠돌던 아이들은 졸지에 민원의 대상이 되어 끊임없이 문제적 존재로 전락한다.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마이크를 들고 동네방네 떠돌아 다니며 생명을 사고 파는 문화와 그로 인해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낮아지는 문화를 탓하며 사람들에게 도덕적 설교나 훈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정부에서 ‘유실·유기동물 입양비 지원사업’을 통해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캠페인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지 말고 입양할 수 있는 방법은 온라인 상에서만 살펴보자면 크게 네 경로를 거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한 동물보호센터(www.animal.go.kr), 동물보호단체 홈페이지나 온라인카페, 포인핸드(pawinhand) 앱, 포털사이트에서 ‘유기동물 입양’으로 검색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입양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 이유는 보통 두 가지다.
혈통을 따지는 경우가 그 하나이고, 질병이나 청결 유무 또는 과거를 알 수 없는 이력 등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또 다른 하나다. 혈통을 따지는 경우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 단지 누군가가 혈통을 중시하는 만큼 다른 누군가는 혈통을 따지는 것 자체를 차별로 받아들이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적어도 대부분의 고양이 집사들에게는 품종을 물어보는 것이 예의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초보 집사라면 이 점을 알아두는 게 좋다. 본의 아니게 크게 실례를 범할 수 있다.
두 번째, 길에서 사는 아이가 심한 질병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편견이다. 눈에 띄게 큰 부상을 당했거나 몸이 상한 아이를 구조한 것이 아니라면, 질병에 감염되어 있을 확률 또한 높지 않다. 길에서는 강하지 않으면 삶을 이어나가기 힘들다. 그렇기에 질병 걱정으로 입양이 아닌 펫샵을 이용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펫샵에서 유통되는 동물들이야말로 ‘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유전적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전염성 질환에 쉽게 노출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려동물을 새로운 가족으로 들일 생각이 있다면,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그리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랑을 나누세요.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