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호모스펙타쿠스?
- 50+의 경력설계, 보물찾기가 아닌 덩굴 캐기-
호모스펙타쿠스. 대단한 스펙을 갖추고도 여전히 자격증 책을 넘기고 있는 우리 청년들의 현실을 빗댄 이 신조어가 포털 오픈사전에도 올라 있는 걸 보면 취업 현실이 심각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그럼 50+호모스펙타쿠스는? 50+세대가 새로운 일을 찾으려 할 때 스펙은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50+캠퍼스를 무대로 커뮤니티 활동이나 사회공헌 활동 등을 활발히 하시는 퇴직선배들을 보면 고도 경제성장기의 주역답게 이력이 화려한 분들이 많습니다. 인생2막에 나름 잘 정착해가는 것으로 보이는 이 분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일을 준비한 것일까요?
반면 상담센터 방문객 중 어떤 분들은 이력서의 칸이 모자랄 정도로 자격증, 수료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고 호소하십니다. 이런 경우 이력서는 일견 화려하지만, 현장과의 연결점이 없거나 여러 스펙들이 시너지가 없이 분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직업상담학자인 E. 윌리엄슨은 진로나 직업 선택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1.진로무선택, 2.진로선택의 불확실, 3.흥미와 적성의 불일치, 4.어리석은 선택, 4가지로 분류했습니다. 화려한 스펙을 갖추고도 현장 경력 쌓기를 보류한 채 계속 또 다른 자격증, 교육을 찾아 맴돌고 있다면 진로선택의 불확실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에서 좋다고 해서 일단 수료하기는 했으나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인지 확신이 없거나,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하기는 했지만 작은 일이라도 찾아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보다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완벽하게 준비하기 전에는 못 하겠다고 미루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력설계는 보물찾기가 아니라 덩굴 캐기
위에서 말한 인생 2막의 새로운 일에 잘 정착한 선배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스펙과 성공적인 경력설계의 관계는 보물찾기가 아니라 덩굴 캐기라는 비유가 맞는 듯합니다. 남들에게 좋게 보이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것이 가능성이 낮은 보물찾기라면 자신에게 맞는 하나의 스펙으로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해나가는 과정에서 자기효능감과 함께 또 다른 자기 계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새로운 자격을 갖추게 되고 그것이 또 다른 일로 영역이 확장되는, 이러한 발전적인 연쇄효과는 덩굴 캐기와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경력설계에서는 현장이 중요하고 과정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며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 사람인지’ 자기 탐색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고용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실행을 위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단기, 중기, 장기 경력설계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청년층보다 시간낭비를 줄여야 하는 50+세대에게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50+캠퍼스는 제2경력설계의 디딤돌이 돼주는 곳
"그걸 누가 모르나,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첫 실마리를 잡는 행운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는 인구수도 많아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기 때문에 뭐든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지요.
"그러니 50+캠퍼스를 아지트로 삼아 첫 실마리를 풀어보시라고, 50+캠퍼스는 그런 경력설계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곳이다"라고 한 번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뭔가 하기에 힘들고 늦은 나이 같지만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너무도 젊은 나이고 또 인생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일 년 후에 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100%입니다.
50+세대의 경력설계, 현장과 과정이 중요하다
이미영 님(가명, 50대 중반)은 성장한 자녀는 기숙사에 있고 남편 출근 후 시간활용이 안 돼 무기력해져 고민하던 중 상담센터에 오셨습니다. 약 20년의 은행원 경력에 결혼 후 방송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성실함의 소유자이시죠. 당시 만삭이기도 했고 그다지 필요성을 못 느껴 실습을 마치지 못해 평생교육사 자격을 따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미영 님은 이미 이수한 교육학 관련 학점에 실습 등을 추가로 마치고 평생교육사가 되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호모-헌드레드 시대에 평생교육기관이 늘어갈수록 평생교육사로 봉사할 일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죠. 하지만 “이 나이에 정말, 잘할 수 있을까” 매번 자문하고 있으며 두려움도 많은 상태입니다.
김정혜 님(가명, 50대 초반)은 학교상담사 경력에 코치 자격까지 갖춘 커리어우먼이었으나 늦둥이를 낳게 되며 경력이 단절된 경우입니다. 이제 막내가 중학교에 진학한 후라 새로 일을 해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용기를 내 상담 관련 사회공헌 일자리에 지원했으나 서류에서 불합격해 다소 낙담했지만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 경력설계를 하고자 용감하게 상담센터 문을 두드렸습니다. 다음 학기에 50+캠퍼스의 인생학교도 수강하고 커뮤니티도 하면서 새롭게 출발하고자 합니다.
아직 회기 진행 중인 두 사례 모두 출산, 육아로 인해 전형적인 경력단절을 겪은 50+여성의 경우입니다. 경력단절로 자기효능감이 떨어져 있지만 무언가 작은 버튼 하나만 눌러주면 숨어 있는 잠재력이 폭발할 것 같은 기대가 되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코칭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모든 답은 피코치(상담센터의 경우 내담자)에게 있다”라고 믿습니다. 컨설턴트라고 해도 피코치의 주도성을 막는 충고나 조언을 조심한다는 뜻입니다. 이 두 사례자는 프레디저 강점진단에서도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봉사하는 것을 선호하는 노란카드를 제일 많이 선택했고 직업선호도나 가치관검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아무쪼록 저는 이 두 분이 조금 더 용기를 내셔서 다시 첫걸음을 내디디고 평생교육사로서, 또 전문코치로서 인생 후반기를 멋지게 보내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물론 합리적인 로드맵이 설계되도록 정보도 드리고 중립적인 해석도 제공하는 등 컨설턴트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분에게 부디 50+캠퍼스가 꿈을 실현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 디어 애비(abby)
칼럼니스트 폴린 프리드먼 필립스는 신문에 인생상담 연재 칼럼을 연재했는데 그녀의 상담 칼럼 ‘디어 애비’(Dear Abby)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디어 애비’(Dear Abby)를 통해 50+캠퍼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담 컨설턴트가 50+세대의 고민과 문제들에 대한 따뜻한 조언과 날카로운 해결책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