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사람들은 산에 간다고 얘기를 하였다. 그것도 등산하러 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욱 많았다. 당연히 산에 간다는 것을 등산으로 동일시 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산에 간다는 사람도 있지만 산에 걸으러 간다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산에 왜 걸으러 가냐는 어리석은 투로 바라보던 시기가 지나고 지금은 당연스레 산에 간다면 둘레길을 걸으러 가는것도 자리잡고 있다. 오히려 등산하는 사람보다 둘레길을 걸으러 간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야외에서 활동하는 방식도 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등산을 하던, 걷기를 하던, 트레킹을 하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을 소개하거나 설명할때는 등산하던 시대의 기준을 맞춰서 얘기를 한다. 시대가 바뀌었고 아웃도어 활동도 바뀌었으니 이제는 준비하는 과정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둘레길 걷는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걷기여행? 도보여행?

 

요즘 인터넷 동호회를 들여다 보면 걷기여행, 도보여행, 둘레길걷기 등등의 말을 많이 사용한다.

같은 의미인 듯 하지만 달리 쓰는 이유가 무언지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걷기‘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지점과 지점을 이동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한문으로 쓰면 도보(徒步)라고 표기한다. 단순히 걷는 것 만이 아라니 주변 풍경을 둘러보거나, 유적지를 답사하고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는 행동이 이어진 것이 걷기여행(도보여행)이라고 볼 수 있다. 걷기여행을 하기위해 걷기 좋고 편하게 만들어진 곳이 우리가 알고 있는 둘레길이다. 물론 둘레길이외에 자락길, 올레길, 나들길 등등 다양한 말로 표현을 하고 있다. 한글로 표기하면 걷기여행 이지만 일본식 한문으로 표기하면 도보여행이 되는 것이다. 걷기여행은 등산처럼 목표를 정하고 이동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지점까지 가는 중간 과정을 중요시한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해서 상관없다. 다음에 다시 끝나는 지점에서 이어서 걸어가면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등산은 중간에 이어서 가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목표를 정하고 거기까지 가야만 한다. 게다가 등산보다는 걷기여행이 쉽기도 하고 접근하기 편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아웃도어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땀내며 걷기보다 즐기면서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래서 걷기여행은 많이 보편화 되었고 부르는 명칭도 여러 가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가능하면 부르기 편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걷기여행’ 이라고 소개하고 이 단어를 사용하길를 바란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이니 만큼 장비나 준비하는 물품은 등산에서 사용하는 것과 흡사하다. 걷기여행은 배낭과 옷가지, 등산화가 필요한 것은 공통이지만 등산할 때처럼 전문 아웃도어 옷차림과 장비에 목숨걸고 준비해야할 필요는 없다. 우선 옷차림은 땀배출이 원할한 기능성 옷차림을 입으면 좋기는 하다. 그렇다고해서 청바지입고 가면 안되는 것은 아니다. 등산할 때 청바지는 꽤 불편하고 위험한 차림이 될 수 있지만 둘레길을 걸을때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등산용 바지도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어도 되지만 면바지처럼 헐렁한 것을 입어도 충분하다. 트레킹전문 아웃도어 브랜드를 보면 기능성도 중요시 하지만 디자인을 더욱 신경쓰고 있는데 보다 편하게 입어도 무리거 없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자켓도 짧은것보다는 샤파리자켓처럼 길게 나오는것도 있다.

 

배낭은 4계절 등산할때는 40리터급 이상을 추천하지만 둘레길 걸을때는 이보다 작아도 된다. 등산에서는 장비를 챙길 것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식사를 준비하기 때문에 배낭이 커야만 한다. 반면에 둘레길을 걸을때는 산속으로만 걸을때도 있지마 중간에 마을을 거쳐가기도 하고, 마을에서 가까운곳에서 시작하고 종료를 한다. 그래서 식사를 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할 수도 있어 그만큼 가볍게 짐을 준비할 수도 있다. 물론 도시락을 싸가서 야외에서 돗자리 펼치고 먹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으나 개인적인 취향 차이로 보면 된다. 걷기여행 할때는 25~ 35리터 사이에 배낭을 준비하면 충분하다. 물론 겨울철에 이동할때는 등산할때와 비슷하게 장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배낭이 클수록 편하다.

 

등산화의 경우, 경등산화 또는 트레킹화라는 이름으로 신발을 판매하고 있다. 소재도 가볍고 미드컷 또는 로우컷의 신발로 구성되어 있다. 오래 걸을 거라면 미드컷의 바닥이 딱딱한 신발이 좋겠지만 하루 이내의 코스라면 로우컷의 트레킹화로도 충분하다. 신발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디자인 보다는 내발에 편한지 꼭 신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과 등산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신발을 선택할 때 꼭 한 치수 큰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사람은 발 모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꼭 한 치수 큰 것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발볼이나 발등이 넓은 사람은 오히려 두 치수 이상 큰 것을 신어야 적합하기 때문이다. 신발을 신어보고 꽉 끼는듯하면 일단 맞지 않는 것이니 치수 큰 것을 신어보고 비교하면 좋을 것이다.

 

이외에 모자, 선글라스, 물통, 간식류, 방풍자켓 등은 필요에 따라 준비하면 된다. 걷기여행을 나설 때 내가 필히 준비하는 것이 있는데 방수천으로된 돗자리이다. 보통 등산에서는 의자를 사용하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돗자리를 준비한다. 걷다가 잣나무숲같은 삼림욕하기 좋은 곳이 나타나면 돗자리를 펼치고 쉬어가야하기 때문이다. 둘레길은 너른 자리가 많아 의자보다 편히 쉴 수 있는 돗자리가 더 유용할 때가 많다. 그리고 비가 내릴 때 등산은 위험을 감수하고 걸어야 하지만 걷기여행 에서는 나름에 운치를 더해 준다. 그리고 우산을 사용하여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어디로 떠날까?

 

우리나라에는 약 500여개의 둘레길이 있다. 숲을 이용한 길도 있고, 하천변 또는 해안을 따라 걷는 길도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길은 우거진 숲이 있고 그 사이를 걸을 수 있는 오솔길, 그리고 쉬어가는 계곡이나 쉼터가 있는 길을 좋아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둘레길은 얼마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서울둘레길이나 북한산둘레길이 여기에 해당되고 경기권에서는 양평 물소리길이나 수리산둘레길 등이 해당된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더욱 아름다운 길이 많이 있다. 지리산둘레길이나 소백산자락길은 매년마다 찾아가는 곳이다. 이외에도 도심속에 풍경과 유적지를 이어거 걸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골목길투어 코스도 있고, 도심 공원길 걷기 좋은 곳이다. 그리고 산림청에서 소개하는 둘레길과 100대 임도와 같은 길은 산을 따라 길고 오랫동안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멀리가지 않아도 내집 주변에만 둘러봐도 걷기 좋은 길이 많다. 꼭 큰 산이 있는 곳에 가야 좋은 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걷기여행은 꼭 어디를 가야한다는 경계가 없다. 스페인의 순례길을 걷는 유럽 사람들은 집앞에 나서는 것부터 순례길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정해진 코스는 아니지만 목적을 가지고 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코스를 따라 가는것도 좋지만 내마음 대로 골목길과 숲길을 이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정해놓은 지점까지만 가면 되니 말이다.

 

 

 

길꾼이 바라는 둘레길

 

우리나라의 둘레길은 바우길과 제주올레길을 제외하고는 지자체에서 조성하고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조성하다 보니 자연스러움이 묻어나기 보다는 억지와 나무데크길로 꾸며놓은 곳이 많다. 걷기 편하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움이 없는 길은 지속적으로 가고 싶은 곳이 아니다라고 많이 걸어본 사람들이 항상 푸념으로 내뱉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을 닮은 숲길을 사람들은 가장 좋아한다. 숲길을 포편적인 편의성을 내세워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자연을 보호하고 선택한 사람만 올 수 있도록 하는것도 중요하다. 어느 부분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양적으로 늘어난 둘레길은 선택에 따라 도퇴되거나 꾸준히 인기를 얻는 둘레길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 이어걸을 수 있도록 기반시설도 갖춰야 하고 네트워크화 하는 것이 둘레길을 걷고 걷기여행를 다니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