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일반화되어 있는 요즘, 기대수명이 훌쩍 늘어나면서 정년 또는 명예퇴직을 한 중·장년층이 창업과 재취업을 통해 ‘인생 2모작, 3모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15년 82.1세로 45년 만에 무려 20세나 늘었습니다.
이에 반해 일자리 이직 나이는 53세, 평균 정년은 57세 수준으로 정체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만 보더라도 은퇴 후 살아야 하는 기간은 평균 20년이 넘으며 100세로 계산하면 40년을 더 살아야 합니다. 넉넉하지 않은 노후자금을 고려하면 그냥 앉아서 쉴 수만도 없고 노후자금이 여유 있다고 할지라도 그저 여가생활을 하면서 즐기기엔 긴 기간입니다. 또 아직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사장하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이처럼 ‘더 일하고 싶다’는 중·장년층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는 첫째 경제적인 이유, 둘째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 셋째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은퇴자들의 취업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본인도 현업에서 은퇴 후 2년 정도 재취업을 하려고 구직활동을 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습니다. 나이 제한으로 아예 서류 신청도 받아주지 않거나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고, 겨우 서류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면접 전형에서 정중히(?)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50+컨설턴트로 활동하게 되면서 50+상담센터에 찾아오시는 분 중 ‘일’에 관한 상담이 10명 중 9명으로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비단 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나이로 인한 걸림돌에 지쳐 마지막 희망을 안고 50+상담센터에 오시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꿈, 길을 찾다
그러나 오랜 구직활동에 지쳐있는 내담자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되는 일자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50+ 보람일자리’입니다. 저 또한 작년 9월부터 바로 이 50+ 보람일자리를 통해 50+컨설턴트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50+보람일자리는 자신의 경험과 능력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새로운 커리어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시의 공공일자리입니다. 작년 2016년에는 ‘컨설턴트’, ‘모더레이터’, ‘경로당 코디네이터’, ‘학교안전관리서포터’, ‘스마트영상작가’ 등 10여 개의 일자리가 운영되었으며, 2017년 올해에는 앞서 소개한 것 외에도 ‘한지붕 세대공감 코디네이터’, ‘50+NPO펠로우’ 등 20여 개 이상의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내년에는 더 다양한 영역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저의 내담자 중에서도 우연히 전철 좌석에 누가 버리고 간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의 홍보물을 보시고 교육상담을 받으려고 방문하셨다가 일 상담까지 하시게 된 60세 남자분이 있으십니다.
그분은 현재 다른 일을 하고 계시지만 여유가 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고 계셨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올해 추진계획 중인 50+보람일자리 정보를 제공해드리니 매우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셨고 5회차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클리닉까지 성실하게 임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권유한 실무에 관련된 교육까지 신청해서 받으시며 준비하고 계시다가 모집공고가 나자마자 바로 연락드리니 신청하셔서 1차 서류전형에 이어 그렇게 자신 없다고 걱정하시던 면접까지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직무교육까지 마치시고 원하는 장소에 배치받아 잘 일 하고 계신다면서 얼마 전 감사 전화까지 주셨습니다.
또 모 정부 기관에서 일하시다가 은퇴하신 62세 남자분으로 처음엔 여행과 산을 다니시며 여가를 보내시다 아내분과 사이가 불편해지면서 구직활동을 시작한 분이 계셨습니다. 처음 방문하셨을 때는 상담 받는 자체를 많이 불편해하시며 어색해하셨으나 상담을 받으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여셨습니다.
그분은 현재 강의 일을 하시고 계시나 경력을 살린 전문 강사직과 관련된 선택제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보람일자리와 그 취지에 관해 설명해드리자 처음엔 부정적이셨던 태도를 바꾸어 관심을 가지셨고 내담자의 경력에 꼭 맞는 50+보람일자리가 올해 계획 중에 있으니 그때까지 같이 준비할 것을 권유해 드리자 쾌히 승낙하셨습니다. 처음과는 다르게 상담에 적극적으로 임하시면서 그와 관련된 교육도 바로 신청하여 등록하셨고 2차 상담 시에는 준비해 오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클리닉 받으셨습니다. 수정하는 절차를 여러 번 거치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으시며 다시 수정해서 완성본을 3차 상담 시에 가져오시기로 하고 웃음 띤 얼굴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던 중 다시 방문하시기도 전에 준비하고 계시던 50+보람일자리 모집공고가 난 것을 확인하고 바로 연락을 드려 서류전형을 준비하시도록 했고 전형절차를 지켜보았습니다. 경쟁률이 상당한 것을 보면서 조금 걱정은 되었으나 나중에 운이 좋아 선발이 확정되었다고 감사하다는 전화를 주시더니 직무교육을 마치시고는 직접 찾아와 그 공을 저에게 돌리시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시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위한 소중한 기회, 물꼬, 징검다리인 ‘50+보람일자리’
이렇듯 50+보람일자리는 만 50~67세의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미리 본인이 원하는 50+보람일자리와 관련된 자격증이나 교육, 경력, 봉사활동 등을 경험하면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장 어제 50+보람일자리와 관련된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가 ‘물꼬를 터주어서 감사’하다는 이야기에 몸 둘 바를 몰라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물꼬’라는 말이 ‘징검다리’라는 50+보람일자리의 또 다른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인턴’에서의 “경험은 결코 늙지 않아요!”라는 대사를 꼭 인용하지 않더라도, 중장년에게 이제는 나이가 걸림돌이 아닌 오히려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십시오.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잘 포장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강하여, 50+보람일자리를 징검다리 삼아 미래의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이하선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50+컨설턴트
* 디어 애비(abby)
칼럼니스트 폴린 프리드먼 필립스는 신문에 인생상담 연재 칼럼을 연재했는데 그녀의 상담 칼럼 ‘디어 애비’(Dear Abby)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디어 애비’(Dear Abby)를 통해 50+캠퍼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담 컨설턴트가 50+세대의 고민과 문제들에 대한 따뜻한 조언과 날카로운 해결책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