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숙·외상성 백내장 응급치료 검토
필요 땐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
백내장은 투명했던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사물이 뿌옇게 보이고 시력이 감소하는 질환이다. 수정체가 하얗게 변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최근에는 진단기술의 발전으로 그 전에 발견해 치료한다. 녹내장은 이와 달리 시신경의 변화로 시야장애가 초래되는 진행성 시신경병증이다.
백내장의 증상은 수정체에 혼탁이 생기는 위치·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혼탁이 꽤 진행됐어도 시야를 인식하는 통로인 시축(視軸·물체로부터 동공 중심을 지나 망막의 황반에까지 뻗는 가상의 곧은 선)을 가리지 않는 부분에 발생하면 시력저하가 심하지 않다. 반면 동공 부위나 후극부에 위치할 경우 밝은 곳에서 몹시 불편하고 시력저하가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백내장은 수정체의 굴절률을 변화시켜 근시·원시·난시를 일으키기도 한다. 물체가 겹쳐 보이거나 대비감도가 저하돼 눈이 침침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노화로 인해 투명성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누구나 겪을 수 있다. 심혈관질환·당뇨병·자외선·흡연·스테로이드·근시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고 외상으로 인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위험인자를 가진 장년·노년층에서 시력저하가 왔다면 우선 백내장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백내장 악화를 막으려면 외출시 선글라스를 껴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담배를 끊는 게 도움이 된다.
변성된 백내장성 수정체 단백을 투명한 상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래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치료를 한다. 치료 시기는 질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과숙백내장이나 외상성 백내장 등은 염증을 초래하고 안압을 상승시킬 수 있어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환자 본인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혼탁이 진행됐을 때 치료하면 된다. 직업·생활습관·취미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백내장은 과거 우리나라나 지금의 개발도상국에서 실명의 첫 번째 원인이며 백내장 수술은 실명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였다. 그러나 수술법의 발전과 다양한 특수 인공수정체 개발에 따라 보다 조기에 이뤄지고 시력의 질을 향상시키는 보편적 수술로 나아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건수는 2014년 46만2,000여건에서 2018년 59만2,000여건으로 증가했다.
수술 시에는 충분한 눈검사를 통해 개인에 맞는 인공수정체를 잘 선정해 삽입한다. 이때 목표하는 굴절력에 따라 원거리를 맨눈으로 잘 보이게 할 수 있다. 근시인 경우 근거리를 맨눈으로 보고, 원거리는 기존처럼 안경을 쓰도록 도수를 정해 삽입할 수 있다.
이런 불편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2개 혹은 3개 이상의 초점을 만들어줌으로써 근거리나 중간거리 시력을 동시에 개선시켜 돋보기 안경을 안 쓸 수 있게 해준다. 난시 교정 인공수정체는 난시를 교정해 원거리 안경의 필요성을 줄여준다. 이러한 특수 인공수정체는 개인의 눈 상태를 고려해야 하므로 사용 전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며 진행되기 때문에 단순 노안과 혼동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노안도 백내장과 비슷하게 시력저하와 침침함을 느끼지만 혼탁이 아닌 초점 조절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를 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스스로 노안인지, 백내장인지 판단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권장된다.